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100130~31] 수덕사 법고소리에 반하다.

dreamykima 2010. 2. 2. 16:55

날 짜 : 2010년 1월 30일 ~ 31일

 

1. 수덕사는 비구니 사찰이 아니다.

 

나는 내내 수덕사가 비구니 사찰인줄로 알고 있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그 연유를 유추해보니

찾아보고자 하는 노력을 들일만큼 내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 일이기도 했거니와

'수덕사의 여승' 이라는 가사도, 음절도 모르고 막연히 제목만 알고 있는 노래때문이었던 듯 싶다.

 

언젠가 한 초등학생이 '침대가 가구가 아니고 과학이다'라고 진지하게 답했다는 떠도는 얘기를 듣고 픽~하고 웃었던적이 있었는데

나 또한 그 초등학생과 다들바가 없으니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비판으로 여과되지 않고 무작정 받아들이는 상업적 요소들이 '문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차령산맥 줄기를 따라 서해로 내달리다보면 서해바다 가까이 가야산을 만난다.

이 가야산을 둘러싸고 예산, 당진, 서산, 홍성 등에 너른 들판이 있는데 이를 내포(內浦)라 했다. 한다.

수덕사는 가야산 남쪽에 있는 덕숭산(해발 495.2m) 아래에 있다.

 

막연히 비구니절로 알고 있던 수덕사는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큰 사찰이었다.

백제때 건립된 것으로 알려진 고찰로 고려 충렬왕 34년(1308년)에 건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목조건물인 대웅전이

국보 제 49호로 유명하다.

또한 여승들의 큰 선방인 견성암이 있다.

  

 

 

2. 수덕사 법고 소리에 반하다.

 

절집에 가면 어둑 어둑 해질무렵의 조용한 법당이 참 좋았다.

절집에 가면 땅에 낮게 깔리듯 무겁고 장중하게 울리던 범종 소리가 참 좋았다.

꺼질듯 꺼질듯 이어지는 그 소리.

높히 높히 날으는 소리가 아닌 땅으로 낮게 가라앉는 듯한 그에 따라 내 마음도 함께 가라앉는 듯한 그 조용하지만 장중한 범종 소리,

 

그러나, 이제 나는 청량사 법고 소리와 더불어 수덕사 법고 소리를 오래 오래 기억할 듯 싶다.

10여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안의 답답함이 그 북소리와 함께 흩어지는 것 같았다.

 

장삼자락 펄럭이며 법고를 치는 강원 스님들의 모습도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3~4분의 스님들이 돌아가며 법고를 치는데 그 에너지도 상당해서 혼자서는 칠 수 없다고 한다.

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자리바꿈의 리듬이 아주 절묘했다.

같은 법고를 치고 있으나 스님들마다의 리듬이 같지 않았다.

템플을 맡으셨던 중현스님의 말씀으로는 키가 크신 스님들이 팔이 길어 법고를 치기에 좋다고 하셨다.

모든 스님들은 법고를 칠줄 알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힘들어 젊은 스님들이 치게 된다고...

 

안단테로 시작해서 알레그로로 퍼져가던 소리.

처음부터 끝까지 녹음해왔으면 좋았을 것을...

저녁예불시간보다 새벽예불시간의 법고소리가 더 좋았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도 고요하고 엄숙해서 감히 카메라를 꺼내들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절집에서 예불이 시작되기 전에 법고 - 목어 - 운판 - 범종을 친다.

물론, 그 전에 도량석이라고 목탁을 치는데 모든 만물을 깨우는것이라 했던가~

범종은 유명계, 즉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그런 영들을 위해 치는 것이고,
법고는 육지의 생물을 위하여, 운판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짐승을 위해, 목어는 수중 생물을 위하여 친다고 한다.

 

수덕사의 법고는 저녁예불(오후 6시)과 새벽예불(새벽 3시 30분) 시간에 친다.

스님께 여쭈니 비가 오는 날만 제외하곤 매일같이 반복된다고 한다.

비오는 날에 북을 치지 않는 이유는 습기를 머금은 북을 잘못치면 북이 찢어지기 때문이라 하였다.

 

이제 마음 답답한 일이 생기면 수덕사의 법고소리를 들으러 가고 싶어질 것 같다.

 

 

 

 

3. 저녁 예불과 새벽 예불의 장엄함에 빠지다.

 

내가 절집에서 예불이란걸 처음 접했던 것은 8년 전이던가~

1월 1일 송광사의 새벽 예불이었다.

그 때는 불교 그 자체에 관심이 없었고 절집의 예법이나 이런것들에도 관심이 없을때였는데,

고요한 새벽 깊은 산중에서 그 적막감을 깨고 울려퍼지던 60여명의 스님들이 한 목소리로 자아내던 독경소리가

얼마나 강하게 다가왔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 장엄하고 엄숙한 분위기에 기가 눌렸다고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우쨌꺼나 저쨌꺼나, 그 후로, 항상 절집의 예불을 보고 싶어했는데 마땅히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 여름 템플스테이로 3박 4일 절집에 머물면서 직접 저녁 예불과 새벽 예불에 참여하며 더욱 더 그 분위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짧은 내 언어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쉬이 벗어나지 못하는 아우라가 그 곳에 있다.

 

예불을 드리러 법당안으로 들어서면 일단 합장을 하고 부처님께 삼배를 올린다.

삼배를 올리고 정좌하고 앉아 있으면 스님들이 들어오시고 법당안에 있는 쇠를 친다.

그러면 예불을 주관하시는 스님의 목탁소리와 함께 예불이 시작되는데 그 때 한 목소리로 독송하는게 예불문이다.

지난 템플스테이때는 불자가 아닌 사람들을 위해 한글로 된 예불문을 나누어주어 함께 읽곤 했는데

수덕사에서는 예불문을 나누어주지 않았으나 설령 주었다하더라도 전기를 쓰지않고 촛불만 켜는 수덕사 대웅전에서는

전혀 소용없는 일이었을 것이었다.

 

예불의 예법에 익숙치 않더라도 걱정 할 것은 없다.

모든 단계가 스님의 목탁소리와 함께 진행되므로 그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

예불문을 독송하고 나면 오른쪽으로 향하여 다시 합장을 하고 그 자리에 서서 반야심경을 독송한다.

그 후에 다시 부처님께 삼배를 하면 예불은 끝이 난다.

 

저녁 예불보다 새벽 예불이 더 좋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그 고요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게다.

동안거 기간이라 많은 스님들이 참여하지 않았으나, 수덕사는 그래도 큰 절집인지라 새벽 예불엔 주지스님을 비롯하여

십수명의 스님들이 참여하였다.

 

예불문도 반야심경도 외우지 못하지만 절집의 예불은 기회가 있으면 다시 참여하고 싶다.

 

세상에는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는데 절집의 새벽 예불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꼭 불자가 아니더라도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어떤 것이 있다.

 

 

정좌하고 앉은 스님들의 머리위로 촛불 몇 개 일렁이고 있었다.

지심귀명례~

절도있는 느린 움직임 사이로 촛불은 여러 갈래로 흩어져 대웅전 구석 구석으로 스며들었고,

낮고 조용한 그림자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저녁 예불 때 몰래 찍은 사진 한 장. ^^

전깃불이 없고 촛불만 몇 개 있는 대웅전이 어두워 도통 보이지는 않네~

예불이 시작되기 전인데 정좌하고 앉아계신 분들은 스님들.>

 

 <하늘에 달이 둥글다 했더니 하루 전 날이 보름이었네~

저녁 예불 마치고 심연당에서 108배를 하며 염주를 만들고

스님께서 던지신 '염화시중의 미소'를 화두로 하여 참선도 하고

숙소인 백운당으로 가기위해 나오면서 마주친 달~!!>

 

<내가 두번째로 만든 108염주.

절을 한 번 할때마다 염주알을 하나씩 꿰었다.

이미 하나 있으므로 누군가 달라하면 아낌없이 줘야지~

템플 보살님도 그러셨다.

누군가 좋은 사람이 달라하면 좋은 마음으로 주라고...>

 

 <국보 제 49호 수덕사 대웅전,

맛배지붕의 간결함이 참 좋고 단청이 없는 단순함이 더 좋다.

회향할때 대웅전에서 108배를 올리고 싶었지만 주말이라 행사도 많고 사람도 많고...

왼쪽에 있는 관음전에서 108배를 하고 돌아왔다.>

 

<대웅전 옆면> 

 

4. 친구와 더불어 편안한 주말을 보내다.

 

작년 호기롭게(?^^) 캐나다로 떠났던 친구가 되돌아왔다.

내가 반기는걸 알고는 있을테지만 아마도 얼마나 좋아하는지까지는 잘 모를꺼다.

 

친구와 함께 한 절집에서의 1박 2일이 참 좋았다.

 

템플스테이가 두 번째인데, 큰 절집은 큰대로 작은 절집은 작은대로 장 단점이 있는 것 같다.

절집의 예법에 익숙치 않은 사람은 작은 절집이 더 나을 것 같다.

 

덕숭산은 해발 500여m도 못되지만 큰 사찰을 품고 있어서인지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평소 산행과는 거리가 먼 친구는 무척이나 힘들어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덕숭산 정상에 올랐다가 왔다.

  

 

  

 <대웅전 뒷마당 풍경 ^^>

 

 <날렵하면서도 아름다운...하늘로 솟구칠듯한 범종각의 지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