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13년 3월 30일
코 스 : 금오도 여천항 -> 함구미(시내버스) -> 비렁길 1~3코스 -> 학동삼거리 -> 학동교회(택시) -> 여천항 -> 신기항
집에 머물렀다면 내방에서 편안한 잠을 잤을터이고, 따스한 밥을 지어 제대로 된 식사를 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락함을 즐겨 선택하는 나그네는 결코 길 위에 오래 서지 못한다~!! 는 어느 작가의 글귀를 되새기며,
내가 지금 길 위에 서는 것은.............나는 지금 현재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댓가없이 얻어지는게 있던가?
현재의 내 삶을 충만하고 행복하게 채우기 위해 그 정도의 수고로움쯤은 괜찮지 않나~?
언젠가는 나도 행복해질테야~~~~~~~~~~~깨몽~!!!
지금 이순간이 아니면 언제 행복할꺼란 말인가?
내일? 모레?
생각해보라~내일은 오늘의 내일이었지만, 막상 내일이 오고나면 내일도 현재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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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구석마다 깊숙히 내려앉은 봄빛이 흘러다녔다.
그 봄빛속에 바다는 푸르게 푸르게 빛났고, 투명한 하늘이 아득히 퍼졌다.
부드러운 봄빛과 푸른 바다가 내맘 가득 고여들었던 하루였다.
아무리 아름다운 길이라도 사람들의 기억과 이야기가 쌓이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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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마을이 함구미다.
파릇 파릇한것은 방풍나물
나는 방풍나물의 '풍'이 바다에서 부는 바람을 의미하는가보다~막연히 생각했더니
그게 아닌 풍사(
그 풍을 방지한다고 해서 방풍~이래요.
신기항에서 9시 10분 배를 타고, 금새 여천항에 내려 곧바로 함구미로 오는 시내버스를 탔다.
그 시간에 여천항에서 우학리쪽으로 가는 버스는 없다고 한다.
<금오도내 마을버스 노선표및 시간표><-누르면 커집니다. ^^
아무래도 1~2코스에 사람이 많으니 5코스부터 거꾸로 걷자~는 의견을 나누다가
조율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배에서 내려,
우학리로 가는 버스는 없고, 함구미로 가는 버스만 있다보니
얼렁뚱땅 함구미로 가게 되었다.
함구미 도착 9시 41분.
9시 45분부터 비렁길 1코스를 걷기 시작하였다.
설명과 논리가 필요한가?
그냥 보고 즐기자~!! 헤~ ^^
나그네는 꽃지는 밤에 다니는 법이라고 소설가 윤대녕은 말했지만,
나는 활짝 핀 꽃향기를 찾아 먼 길을 나선참이다.
비렁길 중간 중간 식당은 보이지 않았지만, 막걸리집만은 여러집 보았다.
콩국수라는 메뉴가 걸려있는걸로 보아 한철에는 간단한 요기도 가능할 듯 하다.
우리도 1코스 끝지점에서 막걸리를 두병 사서 나눠 마셨는데
병당 3,000원을 받고, 방풍나물 무침과 톳 무침을 반찬으로 주었다.
막걸리를 즐기지 않는 나는 막걸리보다 무침들이 맛나더라~ ^^
바위를 뚫고 나와 저렇게 자란 것으로 보인다.
저 나무의 생명력에 경외심을 갖는다.
봄 햇살 가득 머금고 봄바람에 흔들리는 초록의 댓잎이 눈이 부셨다.
저 크지않은 바람구멍이 저 큰 돌담을 지탱하고 있다.
작을지언정 든든한 초석이 되는것들이 있다.
어디 이름없는 풀한포기 있다던가? 했다.
모두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나름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존재감이 크지는 않을지언정, 나도 이 세상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이겠지~ ^^
미역이 많이 나지는 않지만 갯바위에서 거둔다고 하셨다.
바다가 너무 깨끗해서 저런 미역이라면 그냥도 먹겠다~ 싶었다.
나중에 신기항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아주머니께 미역을 조금 얻어 맛을 보았는데
우리가 사먹는 미역보다 많이 짰다.
우리가 사먹는 미역은 여러번 휑궈서 살짝 쪄낸것이라 하네~
구부러진 돌담,
구부러진 길들,
걷는 길 어디에서든 보이는 바다~!!
그 길이 비렁길이다.
여기가 2코스 끝이자, 3코스 시작지인 직포마을이다.
이곳에서 보는 일몰이 아주 멋지다.
<아래는 2003년 4월 5일 사진>
그때는 금오도에 시내버스도 택시도 없었고, 안도를 잇는 다리도 없었고...
정말 한적한 섬이었는데...
1코스 5.0km, 2코스 3.5km는 비교적 평이한 길이었는데,
3코스 3.5km는 오르락 내리락이 제법 있었다.
모자란 잠에 새벽부터 걸어서인지 체력도 조금씩 떨어져가니 오르막길에서 많이들 힘들어했다.
그러나, 3코스는 우리 눈을 잡아끄는 것들이 많았다.
어차피 5코스까지 못갈바에야 구경이라도 하고 갑시다~! 의견일치하여
놀멍 쉬멍 그렇게 걸었다.
걸어야 할 길.
만나야 할 시간.
그 속에는 이런 바다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아함~그 어떤 고민도 무심히 버릴만한 곳~!!
아닌가? ㅎㅎ
언젠가 읽었던 소설 '라모의 조카'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사물의 가장 훌륭한 질서는 내가 거기 들었어야 하는 질서입니다.
내가 거기 없다면 세계중에 가장 완전한 세계 따위가 다 뭐냔 말이요?'
이 바다를 보고 있노라니 위의 글귀가 생각났다.
내가 여기 없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ㅎㅎ
아웅~바다위의 봄빛이 나를 보고 자꾸 헤실거린다.
나는 요즘 너무 자주 엄청난 공간의 낭비속에 살고 있는 듯 하다.
이 아름다운 길 위에 우리뿐이라니~ ^^
현재시각 오후 4시.
시각이 늦어지니 점점 걷고 있는 이들이 없다.
현재시각 오후 4시 12분.
금오도에서 여수로 나가는 가장 늦은 배는 여천항에서 떠난다.
아직 하계 시간표가 적용되지 않아 막배 시간은 17:30분이다.
아쉽지만 여기서 도보를 마칠수밖에 없었다.
금오산 일출과 새벽도보를 포기하고 왔다면 1~5코스까지 충분하고도 남았을 길이었지만,
아침의 그 길들도 충분히 아름다웠기에 욕심부리지 않기로 했다.
마을을 통과하여 학동교회로 올라가는데 자세히 보니 2003년 봄에 묵어갔던 할머님댁이 보이네~
그 당시에 83세셨던 할머니는 치매에 걸려 이미 이곳을 떠나셨다고 들은게 벌써 몇년 전이니, 아직 살아계실지...
집앞에 우물이 하나 있었는데 우물은 사라지고 없었고, 집도 빈집인듯 했다.
주말에는 신기항에서 여천항까지 배가 수시로 오간다고 한다.
단지, 첫배와 막배 시간만 맞춘다고...
우리는 16시 50분 배를 타고 금오도를 떠나왔다.
승선정원이 있기 때문에 매표를 빨리할수록 빨리 탑승할 수 있다.
다들 피곤한지 객실로 스며들었지만,
내 발끝은 돌아오는 배안에서조차 머뭇 머뭇거린다.
아쉽다.
서대회무침을 먹기 위해 그 언젠가 가본적이 있던 삼학집에 들렀으나,
30여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에 다른 식당을 찾아들었다.
여수 시내의 벚꽃 가로수들이 만개하여 온 시내가 하얀 세상이었다.
봄 기운이 깊숙하게 들어앉은 남도에는 동백의 붉은 향기와 벚꽃의 희디 흰 향기가 한데 어우러지고 있었다.
길 위에서 서로 얽히는 시간과 거리는 꼭 비례하지만은 않는다.
짧은 거리를 긴 시간을 들여 가는 나그네는 행복하다 하지 않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만은 그 시간과 거리가 비례했었으면 했다.
못가본 길이 아쉽다.
조만간 4~5코스를 걸으러 다시 금오도에 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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