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15년 2월 14일 토요일 with 신 + 걷기모임 회원님들 6
코 스 : 함박산 - 군자리 - 백야리 : 약 21~22km (GPS 끊김이 3번 있었다.)
교 통 : 동서울발 -> 무극행 08:00 / 7,500원 / 1시간 20분 소요
무극발 -> 동서울행 18:20 / 7,500원 / 1시간 30분 소요
바람을 손안에 담으려는 것은 미련한 일이지~
그럼에도 어디선가 해찰하며 오고 있을 봄바람을 잡으러 다시 무극으로 떠났다.
수없이 오갔을 집 앞 골목길도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르고, 내 마음 상태에 따라서도 다른 길이 된다.
세상 모든 것이 방금 스쳐 간 찰나와 같지 않다.
낯선 처음을 넘어서 어느새 익숙함으로 다가온 무극과 음성의 그 길들도 그랬다.
함박산은 지난번보다 더 깨끗한 조망으로 우리를 반겨주었고,
지난번에 들르지 못했던 통동댐도 이쁜 모습으로 우릴 기다려주고 있었다.
저수지 둘레길은 어느새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선 모습을 보여주었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고갯마루 너머엔 반들반들한 빙판길이 아직 겨울이 멀리 달아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었지만
조금만 비켜나도 어느새 버들개지가 피어나고 있었다.
함박산에서 바라보는 맹동저수지(통동저수지)
함박산에서 바라보는 맹동면
어르신 한 분이 성큼성큼 앞서 가시길래 등산하러 오셨나~했더니 산불감시원이셨던 모양이다.
벌써 산불방지 기간이 시작되었다.
조심들 해야지~
멀리 앞에 보이는 능선은 소속리산이다.
통동댐
벌써 물빛이 날카롭지 않다.
오지 말래도 봄은 오는가보다.
볼 끝을 스쳐 가는 바람이 날카롭고 팽팽했던 2주 전과 다르다.
금새라도 툭~툭~봄꽃이 튀어나올 것만 같던 길.
봄이 어느새 가까이 오고 있다.
응달진 곳엔 아직 얼음이 있었지만, 그조차도 두텁지 않고 금세 사라질 듯 위태위태하다.
양지바른 곳에 앉아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나다방이 문을 열었다. ^^
내 앞으로 걸어가지 마라 나는 뒤따르지 않을테니
내 뒤를 따라오지 마라 나는 이끌지 않을테니
내 옆에 걸으면서 친구가 되어다오 - 알베르 까뮈-
이 길 위의 봄이, 이 길 위의 가을이 기둘려진다.
평등의 넉넉한 들판이거나 고즈넉한 산비탈 저 위에서 나를 꼼꼼히 돌아보는 일 좋은 일이야
- 이성부 시인, 좋은 일이야 中 -
함께 한 시간의 두께가 두터운 두 사람.
부러운 우정이다.
길가에 버들개지가 이미 계절의 변화를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호락호락 물러날 겨울이 아니다. ^^
마지막 고개를 넘어가는 길.
길 위에서 오르막과 내리막은 정확하게 비긴다.
힘들게 오르면 편안한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누구도 거부하지 않는 겸손을 지닌 길.
그럼에도, 누구나 갈 수 없는 길.
그 길 위에 서서 행복하다.
낙엽송이 많은 곳이었다.
연초록 이파리가 피면 얼마나 예쁠까.
오후 4시 30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6시간 51분 동안 약 21km 이상을 걸었다.
버스 시각이 잘 맞아 시내버스를 전세 내 무극으로 돌아왔다.
소주 몇 잔을 곁들어 맛난 저녁을 먹고 18시 20분 버스를 타고 동서울로 돌아오니 채 20시가 되지 않았다.
행복한 하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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