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20150524] 무서움을 꾹 참고 올랐던 우이도 상산봉(361m)

dreamykima 2015. 6. 1. 13:20

날 짜 : 2015년 5월 24일 / 날씨 화창

코 스 : 돈목 민박집 출발(09:25)-> 돈목해수욕장(09:36)-> 대초리 폐가터(10:09)->진리고개(10:34)->상산봉(11:14)->

진리고개 회귀->진리마을 저수지(12:29)->우이분재전시관(12:39)->우이도 진리마을(12:45)->진리선착장 정자(13:09) 약 6km

 

길 위에 설 때마다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는 나도 섬 여행을 할 때는 세우는 계획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그 섬에 있는 제일 높은 곳에 올라가 보는 것이다.

다도해를 굽어볼 수 있는 신안의 섬들은 특히 그렇다.

 

원래의 계획은 우이1구 진리선착장에 내려 대초리를 넘어 상산봉에 올랐다가 돈목에 예약해둔 민박집으로 가는 것이었다.

적어도 도초도에서 무서운 걸 만나기 전에는 말이다.

 

도초도 시목해수욕장에서 죽도해변으로 해안을 따라 산길을 걷다가 무서운 걸 만났다.

하늘님이 보우하사 나는 보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것이 있다는 게 중요했다.

 

게다가 도초항에서 14:10분에 출항하는 우이도행 배를 탔는데 배의 선장님께서 우이도에는 무서운 게 많다고 하셨다.

사고도 자주 나고 독을 품은 것들이 많아 위험하다고~조심해야 한다고~

에혀~~아니 그래도 겁을 먹어 잔뜩 주눅이 들어있는데 설상가상이다.

 

밤 기차에 잠을 못 이룬데다 도초도에서 10여km를 걸은 일행들은 그 좋은 경치도 마다하고 선실에서 단잠에 빠져있다.

단잠에 빠진 4명은 산행을 포기하고 돈목으로 go go~

나는 심하게 갈등 중~

나머지 한 명은 호기롭게 혼자서라도 가보겠단다.

이렇게 일찍 민박집에 도착해서 무얼 하겠느냐며~

그러게요. 나도 가고 싶다고요.

그렇지만...그렇지만...

어~어~ 배가 뒤로 후진을 시작했다.

허걱~내가 그렇지만을 반복하며 갈등하고 있는 사이 진리에서 한 여남은 사람을 내려준 섬사랑6호는 잽싸게 출항을 하고 말았다.

배낭이라도 두고 갈 요량으로 잠들어 있는 '신'을 깨워 배낭 두고 나 산 넘어간다~하는 말을 하러 왔건만~

 

음~ 오늘은 산에 가지 말라는 신의 계시인거얌~

 

무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선뜻 나서지 못한 내 자신을 그렇게 위로해 보지만 그다지 훌륭한 위로는 되지 못하고 못내 아쉽다.ㅠㅠ

 

어떤 이는 그런 사소한 일에 뭐 그리 고민을 하나?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 한글자 단어조차 쉽게 뱉어내지 못할 만큼 그게 무섭다.

누누이 말하지만, 무서움, 두려움, 이런 추상적인 관념들은 모두 상대적 개념인거다.ㅠ

 

한 명은 산을 넘어 돈목으로 걸어가고 4명은 선실에서 꿈나라를 헤매고 있고, 나는 뭐하냐고요?

혼자서 열심히 놀았지요.

 

그렇게 산을 넘어갈 기회를 놓치고도 서운하기는 하지만 무서운 게 더 싫어~하면서 내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는데

혼자서 대초리를 넘어 상산봉까지 다녀 온 일행이 와서 상산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우이군도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 주었다.

 

오호~이건 가봐야 하겠는데~~

 

사진 한 장의 위력이 무서움을 쫓아버렸다.

 

무서운 적을 만날 때면 조조도 울고 갈만한 기막힌 전략을 짜내야 하겠지만, 삼국지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한 나에게 그런 게 어디 있겠는가?  

그저 무서운 적은 피하는 게 상책이요~아니 만나는 게 최고의 전략이지~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조심할 수밖에~

 

산을 넘어가겠다는 우리의 말을 듣고 아주머니도 걱정이 되시는지 막대기 하나씩 꼭 들고 앞을 탁~탁 치며 가라 하신다.

안 그래도 가슴은 콩당콩당을 넘어 심장이 널을 뛰는 듯 팔딱이고 있는데..., ㅠㅠ

 

산을 내려가 진리에서 만난 아저씨도 얼마 전 사고가 있었다면서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예전에는 섬 주민들이 많이 잡았다고 하는데 요즘은 포획이 금지되어 있다고~

우이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어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생태계를 위해 금지하고 있다는데,

내 무지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우이도에 그들의 천적이 있을까 싶다.

 

'자연이 최고의 질서라는 것'에는 백번 동의한다.

그러나, 섬이라는 한정 된 공간에서 적절한 천적이 없이 한 생물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그냥 내 생각이다. 무지의 소치일지도 모르는...ㅠ

 

현재 시각 오전 9시 48분

돈목해변 위로 난 산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대나무숲이 많고, 풀이 약간씩 올라와 있긴 하지만 아직까진 길이 좋다.

대나무숲에 무서운 게 많이 산다고 했던 것 같은데~ㅜ

 

어제 이미 한 번 다녀온 사람이 스틱을 두 개 들고 선두를 서고.

나는 앞뒤로 사람을 세우고 가운데 콕 박혀 앞뒤 간격이 벌어지지 않도록 했다.

폐가가 많고 동네가 사라진 대초리다.

이 구간에서 진리고개까지 몇 백m가 제일 무서웠다.

집터

이렇게 풀이 우거져 있다.

내 일행들은 모두 앞서가고 있고,

내 뒤에는 어제 점심을 먹은 식당에서부터 인연이 된 가족 4명이 뒤따르고 있다.

사람 4명 더 많아진 게 이상하게도 의지가 되고 안심이 되더라~^^

피어 있는 하얀 꽃들은 산형과의 '전호'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1m 정도로 자라고 5,6월에 꽃이 핀다. 

남쪽의 섬들과 깊은 산, 산기슭, 구릉지대, 들판, 강기슭 등 습한 곳에 군락을 이루어 자생한다.

아직 진리고개까지 도달하진 못했지만 제일 무서운 구간은 피한 것 같다.

현재 시각 오전 10시 34분

매우 반가운 진리고개

상산봉에서 진리로 내려가는 길이 따로 있기도 하지만

길이 희미해서 이쪽으로 다시 내려와 진리로 내려서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진리고개에서 상산봉으로 가는 길은 일반 등산로처럼 되어 있다.

 

그래도 들은 바에 따르면, 비가 온 다음 날이나 날씨와 시간에 따라 그들이 바위에 나와 일광욕을 하기도 한다니

바위를 짚고 오를 때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진리마을의 식수원이 되고 있는 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진리고개에서 상산봉으로 오르는 길은 능선을 타고 오르는데 양옆이 탁 트여 경치가 상당히 좋다.

 

우리 올라올 만 했지요? ^^

 

 

 

 

보이는 곳은 성촌 마을 끄트머리

왼쪽은 도리산이고 오른쪽은 성촌 마을 뒤고

왼쪽 희미하게 보이는 마을이 돈목

앞 뒤 옆으로 탁 트여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게 섬 산행의 매력이다.

현재 시각 오전 11시 14분

돈목해변을 출발한지 거의 1시간 30분만에 왔다.

작은 섬치곤 해발이 높은 편이지만 산행 자체가 힘들지는 않다.

상산봉에서 내려다보는 우이군도의 모습

왼쪽부터, 가도, 뒤로 보이는 백도, 서소우이도를 따르고 있는 송도

가까운 곳이 서소우이도 그 뒤가 동소우이도 동소우이도 오른쪽이 화도

멀리 뒤로 대야도 하의도도 보인다.

왼쪽에 진리항도 내려다보이고, 진리항 저 뒤쪽으로 보이는 것은 경치도

바로 앞에 있는 것은 가도

기억하고 싶은 시간, ^^

아름다운 기억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우이도가 우이도인 이유

지도상에서 보면 왼쪽의 도리산과 성촌 마을 뒤쪽의 반도가 소의 귀를 닮았다 하여 우이도라 한다. 

가운데는 돈목 해변

오른쪽으로 살짝 보이는 것은 성촌 해변 

오~신~~^^

뒤로 살짝 흑산도가 보인다.

 

 

 

 

현재 시각 12시 29분, 진리 마을의 상수원이 되고 있는 저수지

상산봉에서 다시 진리고개로 돌아와 진리 마을로 내려왔다.

상당한 돈을 들여 만들었을터인데 볼 것도 없었고, 관리가 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이렇게 낭비 되는 돈이 얼마나 많으려나~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

진리석착장으로 go go~

 

진리고개로 올라서기 전,

우리를 뒤따르던 가족에게서 비명이 한차례 들렸지만

우리는 다행히도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좋은 구경하고 안전하게 다녀왔다.

 

다녀올 수 있어서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