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20180105~06] 홀로 떠난 태백산 무박 산행

dreamykima 2018. 1. 8. 12:55

날 짜 : 2018년 1월 5일~6일 : 나홀로 

코 스 : 유일사 주차장(05:20) -> 유일사 쉼터 -> 장군봉 -> (일출) -> 천제단 -> 문수봉 -> 당골광장(09:40) : 약 10.1km

교 통 : 청량리역(23:20) -> 태백역(02:58) / 15,200원 

        태백역 -> 유일사 주차장 by 택시 / 14,800원  

        당골 주차장 -> 태백역 / 10:10 버스 / 교통카드

        태백역(12:05) -> 청량리역(15:47) / 15,200원 / 언제나처럼 약간 연착


추운 날씨에는 이불 밖에 나가면 안되다는 게 한 친구의 지론이다.ㅋㅋ


편안한 잠자리와 안락한 잠을 뒤로하고 부족한 잠과 피곤을 동무 삼아 홀로 나선 길이었지만,

다녀와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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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1일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종일 애타다가 

에이~못가면 다음에 가지~했다.

어휴~ 포기도 빠른~ㅠ


31일이 쉬는 날이기도 해서 조금 먼저 가도 될 터인데 왜인지 그러기는 싫었다.

일찍 가면 잠자리를 구해야 하는데 밖에서 자는 것도 맘에 안 들고,

또 심야 버스는 너무 일찍 도착하므로 패스~

이래저래 습관처럼 기차를 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그 기차표가 없었다.


습관적으로 새해 첫 산행은 태백으로 다녔다.

오랜 시간을 그리하다 보니 첫 산행지가 태백이 아닌 때에는 이상한 기분이 든다.


'희'는 여전히 바쁘고, 혼자서라도 나서야지~

새해 첫 주가 아니라서인지 운 좋게 기차표를 구했다.


6일 새벽 3시경 태백에 도착했다.

1월 첫날이 아닌데도 제법 많은 사람이 내린다.

오늘도 산객이 많을 모양이다.

단체 산객들인지 금세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태백역에 남은 사람은 몇 없다.

대부분 식사를 하러 갔으리라~

요즘 식당에서는 새벽 산객들을 위해 식사를 하고 방에서 두어 시간 쉴 수도 있게 해준단다.


난 이 새벽에 먹는 밥이 별로 맛도 없을뿐더러 배도 고프지 않아 차라리 산행 후에 먹는 걸 선택한다.


대신, 과일 몇 쪽과 치즈와 따뜻한 코코아로 이른 아침을 대신한다.

두 개의 보온병에는 따스한 물과 따스한 스프가 들어 있고,

여러 간식거리가 있어 산행을 하면서도 배는 고프지 않을 것이다. 


현재 시간 05:17

산 능선에는 북서풍 바람이 불고 있을 것이다.

체감 온도는 저보다 훨씬 낮을 것이다.

5시 20분경 유일사 주차장을 출발했다.

5시 30~40분경 올라도 충분한데 태백역부터 동행이 생겨 조금 빠르게 출발하게 되었다.

유일사 오르는 길

램프가 없어도 충분할 만큼 배불뚝이 하현달이 밝았다.

요즘 램프들은 너무나 밝아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사람들의 불빛이 신경에 거슬린다.

밝은 달과 별빛만으로도 충분한 길인데...


조금은 모자란 걸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면 좋겠다.

너무 충분하게 아니 오히려 너무 과다하게 채우려다 보면 

오히려 온전하게 느끼고 즐길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발밑에서는 눈들이 서걱거린다.

습기를 머금은 눈이 아니라 건조한 눈이라 별로 미끄럽지 않아 나는 아직 아이젠을 하지 않았다.

아이젠을 안 한 이는 나밖에 없는 것 같다.

눈길이긴 하지만 그다지 미끄럽지도 않으니 무릎에 무리를 주는 아이젠은 

유일사 쉼터에서 본격적인 등로로 들어설 즈음에나 할 요량이다.

겨울 아침 해는 느지막이 온다.

저 멀리 산 아래, 마을의 불빛이 아직 밝다.

(내 꼬진 카메라가 눈으로 본 만큼 표현을 못 하네~

어쩔 수 없이 한 단계 역광 보정을 했다. ㅠ)


망경사 갈림길에서 혹은 주목 군락지에서 일출을 보려고 했으나, 

일찍 나선 덕에 거북이걸음으로 유일사 쉼터까지 와서 일부러 한참을 서성거리다 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주목 군락지다.

상고대도 없고 눈꽃도 없으니 장군봉이나 천제단에 가서 일출을 볼 요량으로 느릿느릿 다시 걸음을 옮겨본다.

서 있으면 발이 너무 시렵기 때문에 아니 움직일 수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춤추는 주목

그리고, 아직은 배불뚝이 하현달



장군봉에도 사람이 많고 천제단에도 사람이 많아 그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섰다.

해뜨기 전의 새벽빛,

여명의 순간이 오히려 깊게 각인된다.

시시각각 나에게로 오는 빛

그 빛에 소망을 품어본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맘속에 품었던 소망처럼 행복하자~

아침 첫 햇살에 너울대는 산 능선이 나는 참으로 좋다.

일출도 일출이지만 나는 아마도 이 풍광을 다시 보고 싶었다.


장군봉(1567m)


현재 시간 07:54






하산해서 보니 배낭 옆 주머니에 넣어둔 물통의 물과 물티슈가 얼어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한 사람들 참 많더라~

모두 복 많이 받으세요. 

아침 햇살이 걸린 산등성이를 보며 나는 문수봉으로 방향을 잡는다.

원래는 망경사로 내려가 부처님께 저 다녀갑니다~인사를 하고 갈 생각이었으나,

날이 너무 좋아 문수봉에서 바라보는 백두대간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현재 시간 08:07

문수봉 가는 길에 뒤돌아본 천제단

문수봉 가는 길에 있는 주목

왼쪽으로 햇볕 잘 받는 양지 녘에 망경사가 보인다.


자작나무 군락지

이렇게 앞서가는 몇 분을 계속 앞지르기하면서 갔더니 나중에는 아무도 없더라~

요즘 몸이 좀 가벼워지니 오르막에 좀 탄력이 붙는 것도 같고~ ㅎㅎ

고요함이 내려 앉은 겨울 아침 산을 햇살을 동무 삼아 홀로 씩씩하게 걸었다. ^^

현재 시간 08:41

문수봉



소문수봉은 건너뛰고 당골광장으로 하산할 참이다.


나는 이 풍광을 보러 망경사로 하산하지 않고 예까지 왔다.

산을 다니는 사람들은 안다.

오늘 같은 날씨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행운에 감사한다.

태백산 산신령님은 나를 예뻐하시는 게 맞다. ㅎㅎ






오랜만에 보러 왔어요.

현재 시간 08:58



문수봉에서 당골로 하산하는 동안 문수봉 바로 밑에서 4명의 산객을 만난 것 외에는 

기도하러 가는 사람들 3명과 부부산객 2명만 만났을 뿐으로 산객이 적었다.

아마도 많이 찾는 등로가 아닌 데다 아직 시간이 일러서였을 게다. 

당골 광장으로 하산하니 09:40 이다.

광장에 있는 온도계가 -4°c 를 가리키고 있었다.


1/19일부터 시작되는 눈꽃축제 준비가 한창이더라.

눈이 많이 와줘야 할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