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20200201] 홀로 떠난 태백산 무박 산행 : 일출, 운해, 눈꽃, 파란 하늘

dreamykima 2020. 2. 3. 16:03
날 짜 : 20200131~20200201 / 무박산행/ 나홀로 
코 스 : 유일사주차장(05:36) - 장군봉 아래(일출)- 밍경사 갈림길 - 장군봉 - 천제단 - 문수봉 - 소문수봉 - 당골광장 (10:40)
      : 약 12km / 5시간 소요(휴식 포함)
교 통 : 청량리발(23:20)->태백역 착(02:58) 기차 / 15,200원
        태백역 -> 유일사 주차장 by 택시 / 17.100원
        당골광장(11:00) -> 태백역 / 시내버스
        태백역발(12:05) -> 청량리역 / 15,200원

일출, 운해, 눈꽃, 파란 하늘, 춥지 않은 날씨까지 만복 받은 듯한 날이었다.

잠이 모자라 피곤했지만, 까짓 수많은 날들 중에 하룻밤쯤 못 잔다고 큰일 나는 거 아니더라~ ^^ 


눈꽃과 어우러지는 풍광을 제대로 보기 위해

장군봉 아래 주목 군락지에서 일출을 보고

망경사 갈림길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는 선택을 했다.

눈을 뗄 수 없는 풍광이었다.

게다가 그 멋진 운해라니~

참말로 복 받은 날이었다.


당골광장에서 시작하여 소문수봉이나 문수봉에서 일출을 보고 역으로 걷고 싶었으나,

이 새벽에 사람이 많지 않은 그 코스는 그다지 겁이 없는 나로서도 조금은 꺼려졌다.

어쩔 수 없이 유일사 코스로~ㅠㅠ

다음에는 용기를 내어볼까나~


천제단에 가서 일출을 보려 했으면 눈길임을 감안하여 넉넉하게 5시경 유일사 주차장을 출발하면 되지만

나는 망경사 갈림길이나 주목 군락지에서 일출을 볼 예정이었으므로 아예 태백역에서부터 느지막이 출발했다.

주목들이 몰려있는 유일사~장군봉 코스를 어둠 속에 지나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5시 넘어 태백역을 나서자니 카풀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ㅠㅠ)


해 뜨기 전, 감람빛으로 물드는 새벽 산이 얼마나 예쁜지는 본 사람만 아는 일이다.

여명에 빛나는 주목을 보는 일,

새치름하지 않은 겨울 아침 햇살 속 주목을 보는 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눈꽃 만발한 주목들이라니~ ^^

나는 가능한 램프 불빛을 최대한 줄여서 길을 걷는다.

솔직히 앞뒤로 타인들의 램프 빛이 너무도 강해 내 것은 그다지 필요치도 않다.

아예 램프를 끄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북두칠성이 머리 위에서 선명하다.


도심의 인공조명 속에서 내내 시달린 내 눈을 조금이라도 쉬게 해주면 좋으련만...

요즘은 무슨 램프들을 그리 밝게 만드는지~


동물의 눈은 어둠 속에서 적응하게끔 되어 있다.

램프를 끄고 조금만 있다 보면 그것 없이도 충분히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련만~ 

하늘의 별들이 저리 총총한데~쩝~

유일사 쉼터에서 따스한 차와 간식을 먹으며 한참을 쉬다가 다시 오르는 길

현재 시각 7:05

망경사 갈림길에서 일출을 볼까 했는데 사람이 많아서 더 진행해본다.

현재 시각 07:30

여명에 빛나는 주목들의 늠름함 

현재 시각 07:31



오른쪽 저 멀리 함백산이 보인다.



현재 시각 07:35

장군봉 아래 주목 군락지에서 일출을 보는데

길~다란 렌즈 장작한 카메라꾼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어

사진은 제대로 찍지 못하고 눈으로만 일출을 봤다.


일출을 보고 나는 다시 망경사 갈림길까지 back~

아침 햇살에 빛나는 주목들을 다시 보고 싶어서이다.



반가워요. 춤추는 주목님~








잠시의 피곤함이 무섭다고 집에서 쿨~쿨~잠이나 잤으면 어쨌을 뻔~^^


오늘은 하룻밤 잠을 반납한 보람이 차고 넘친다네~








천제단에서 일출 본답시고 어둠 속에 이 길을 지나갔더라면 무지 후회했을 게다.




내가 당골로 하산한 즈음에 유일사 코스를 출발하던 지인은 기차놀이를 한다고 했다.

새벽에도 사람이 적지는 않았지만 엑스트라 없이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음에 감사 감사~

봐도 봐도 질리지 않던 운해와 눈꽃

추운 겨울 날, 부드럽게 내리쬐는 아침 햇살은 얼마나 은혜로운지~

일출은 이곳에서 봤다.

이 날은 길다란 렌즈 장착한 커다란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장군봉 지난 천제단으로 가는 길.


몇 년 전에 산청에 있는 한방동의보감촌이던가에서

 목화꽃을 처음으로 본 적이 있는데

그 목화꽃과 똑같이 생겼다.^^

천제단

현재 시각 08:17






뒤돌아 본 장군봉

인증 사진 찍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잽싸게 한 장~^^

현재 시각 08:22

왔다리 갔다리 천천히 걷고 있다.

오늘은 쉬이 갈 수 없는 길이다.

아니, 쉬이 가고 싶지 않은 길이다.

그럼에도 소문수봉까지 들러 당골로 하산하니 총 산행시간이 5시간~ 


언제 또 이런 풍광과 마주할 수 있을까?

오늘이 내가 살아 있는 날 중의 제일 젊은 날이라지~

오늘 할 수 없다면 내일은 그리고 모레는 할 수 없을 확률이 더 많다.

하고 싶은 것을 미루지 말자.

시절이 하 수상하니, 내일 내가 살아있다고 어찌 장담한단 말인가~

문수봉으로 가는 길, 뒤돌아 본 천제단


스마트폰으로 찍다가 손이 시려서 디카로 찍은 사진이다.

스마트폰 액정이 크다보니 액정이 작은 디카를 보면 답답해서 자꾸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게 된다.

그래도 사진은 디카로 찍은 게 더 좋다.

액정 큰 디카 하나 장만해야 할까? ㅠㅠ

문수봉으로 가는 능선,

 눈 앞에 걸어야 할 길과 만나야 할 시간들이 펼쳐져 있는 사실만으로 여행자는 충분히 행복하다....고 곽재구 시인은 말했다.

정말 그러하지 아니한가~






아쉬움에 자꾸 돌아보게 된다.



천천히 걷고 싶다.

근데, 혼자 걷다보니 자꾸 발이 빨라진다.

난 평지를 시속 7km로 걷는다. 물론, 운동으로~

오르막은 조금 힘들긴 하지만 천천히 가려해도 자꾸 빨라져서

내가 내 다리를 부여잡고 가는 중이다. ㅎㅎ


긴 시간을 들여 짧은 길을 걷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시인은 말했지 않은가~

slow~slow~

이런 풍광을 어찌 시속 몇키로로 지나친다는 말인가.^^






벌써 앞서 간 시간들이 그립다.

그 시간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그립다.








처음 러셀하신 분, 고맙습니다.


길 찾기도 힘들었을터인데, 러셀이 아주 잘 되어 있었다.

덕분에 스패츠 안하고도 잘 다녀왔다.

문수봉

현재 시각 09:21


걸어 온 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저 멀리 천제단 아래 망경사도 보이고~


지나간 것은 다시 오지 않고 되돌릴 수도 없다.

때문에, 찰나의 어느 것도 같은 게 없는 삶이다.

지나간 것들은 어느 구석엔가 켜켜이 쌓여 이미 내 인생의 한 장을 형성하고 있을 테다.

그 시간이 행복했을지 행복하지 않았을지와는 상관없이~

이왕이면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으로 채워가보자.

나는 오늘 이 풍경을 보려고 예까지 왔다.

모르는 것은 그립지 않고 설레지도 않는다.

아는 것이 더 설레고 그립다.

이미 알기때문에~


나는 오늘 여기에서 이 풍광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줄 이미 알았다.


현재시각 09:32

소문수봉

아무도 밟지 않은 눈에다 운해까지~

오늘 복 받았다. 

유일사, 천제단, 망경사쪽은 여전히 북적이는데 이곳은 올때마다 한가해서 좋다.

철쭉과 산진달래가 피는 5월에는 당골에서 소문수봉으로 올라 일출을 보고 유일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아봐야겠다. 






<당골광장 ->태백역 시내버스 시간표>


여름에는 이른 일출 시간으로 산행 시작이 빠르기 때문에 9시경이면 하산을 한다. 

오늘은 새벽에 늦게 올라가기 시작했고,

눈 구경하느라 천천히 걸은 덕에

10시 40분이 되어서야 당골광장에 섰다.

11시 시내버스를 타고 태백역으로 돌아왔다. 


즐겁고 안전하게 잘 다녀와서 참 좋다.


내가 사는 서울도 아니고

녀석이 사는 경기도도 아니고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후배 녀석을 만났다.

약속도 없이 우연히,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만날 수 있었다니 너무 신기했다.

정말 뜻밖의 만남이라 서로 긴가민가할 정도였다는~ㅎㅎ

우리 서로 좋은 인연인가보다 ^^ 

반가웠다~잔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