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치악산 남대봉
산행코스 : 국형사 - 보문사 - 향로봉 - 남대봉 - 상원사 - 비로봉 영원사 갈림길 - 영원사 - 금대리 : 약 11km
산행인 : 경희와 나
원주에 있는 치악산에 갈때는 그렇게 부지런을 떨지 않아도 되어 좋다.
그나마 서울에서 근거리이기 때문이다.
아침 7시.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서니 온 세상이 하얗다.
밤사이 서울에도 눈다운 눈이 내렸다.
8시 02분.
동서울에서 원주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일요일 아침 길은 시원스레 뚫려 1시간 20분이면 원주터미널에 닿는다.
9시 25분. 원주 터미널 도착.
터미널에서 큰길가로 나와 길을 건너지 않고 우측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81-1번 행구동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구룡사코스를 가려면 길을 건너 버스에 탑승해야 한다.
9시 45분. 행구동 가는 버스에 탑승.
시내버스도 아침시간이라 금새 간다.
10시. 행구동 종점에서 하차하여 국형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곧은치코스로 가려면 원주공고 정류장에서 내려 왼쪽길로 오르면 된다.
어디나 그렇지만 찾는이 드문 겨울 산사는 매우 적막하다.
잠시 국형사에 들렀다가 배낭과 신발을 점검하고 출발.
10시 20분. 매표소를 통과한다.
보문사까지는 1.8km정도 지리한 시멘트길이 이어진다.
지루하기도 하고 경사가 제법 있어 힘들다.
보문사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길인데 이곳도 경사가 만만치 않다.
역시나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11시 10분.
씩씩거리며 능선에 올랐다.
국형사 왼쪽으로 주민들이 다니는 매표없이 통과하는 길이 있다고 한다.
제법 사람들이 많이 올라온다.
우린 모르는 길이라 그냥 매표소를 통과하여 왔다.
아까부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난리다.
하긴 새벽6시에 일어나 6시 반에 아침을 먹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경희에게 이른 점심을 먹자고 하니 역시나 그러잔다.
능선에 서면 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치니 능선 약간 아래 조금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고
컵라면과 이미 식어버린 밥과 김치를 꺼내어 요기를 한다.
맛은 별로지만 컵라면 국물이 따뜻하고 무언가 들어가니 살 것 같다.
홍차까지 한 잔 마시고 나서 일어나 향로봉을 향해 걷는다.
미끄럽지만 둘다 크램펀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후배는 이렇듯 나랑은 죽이 잘 맞는다.
12시. 향로봉과 비로봉 갈림길에 섰다.
향로봉은 지척이고 비로봉까지는 5.6km이다.
몇달 전 그 길을 혼자서 걸었었다.
능선에 올라서면서부터는 온 세상이 하얗다.
능선에는 어김없이 바람이 불고 있어 구름이든 안개든 끊임없이 서리를 만들어 내어 눈꽃과 서리꽃을 피워내기 때문이다.
산 밑에는 눈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는데 역시나 산은 산이다.
온 나무에 하얀 눈꽃들이 피었고 흐린 날씨에 바람과 안개와 구름이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해내었다.
몇 분 걷지 않아 바로 향로봉이다.
쉴새없이 감탄사를 터트리며 남대봉을 향해 걷는다.
하늘은 정말 변화무쌍하다.
금새 하늘이 개이는가 싶다가도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와 금새 시야를 가리고 또 금새 파란 하늘이 드러나고.....
잠시 잠시 볕이 들때마다 산은 온통 빛을 발하며 더욱 더 하얀 세상이 된다.
오후 1시 15분. 남대봉
남대봉 표지판은 너무 어이가 없다.
나무도 아니고 스테인레스판에 '남대봉'이란 글자가 달랑 적혀져 있다.
사람들도 많고 그냥 지나친다.
2시. 상원사와 영원사 갈림길에 섰다.
상원사를 들러오자면 1.2km이다
그냥 내려갈까하다 언제 다시올까 싶어 상원사에 들리기로 했다.
2시 10분. 상원사.
역시나 가보길 잘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곳에 있는 사찰이라 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설화를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한겨울 조용한 산사에는 오랜 석탑 둘이 사이좋게 서서 앞마당을 지키고 있다.
2시 30분. 영원사 비로봉 갈림길
영원사로 하산하기 시작한다.
그 길이 그렇게 지리한줄 알았더라면 아마도 코스를 달리했을터인데.....
가도 가도 끝이 없고 우리말고는 산객도 없고 너무 지루하고 긴 하산길이었다.
영원사 앞에 도로를 만난것이 4시 20분.
영원사 주차장에 승용차가 두 대 서 있다.
층계를 내려서면서 저 두 대 중 움직이는 차량이 있으면 꼭 얻어타리라 한다.
내림길이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다.
엉덩방아도 한 번 찧었고.....에구.....
다리도 풀어주고 간식도 먹고 커피도 한 잔 할 요량으로 층계에 앉았는데
웬 횡재인지 승용차 한 대가 움직인다.
잽싸게 다시 가방을 싸고 차를 잡는다.
다행히도 태워 주신단다.
부모님을 영원사에 모셔서 기도하러 다녀가시는 길이라고......
버스정류장까지 차를 얻어탔는데 5km가 족히 넘는다.
그렇게 긴 거리인줄 몰랐었다.
만일 차를 얻어타지 않았으면 얼마나 걸어야 했을런지......
원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5시 20분 서울오는 차를 타고 동서울로 돌아오니 정각 7시다.
동서울에서 8시 2분차를 탔었는데 채 12시간이 안되어 좋은 구경 하고 잘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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