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3년 10월 18~19일
1. 삼봉의 밤
홍천에서 444번 지방도를 타고 서석으로 넘어가 서석에서 56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31번 국도와 만나는 율전이 나온다.
율전에서 우회전하여 내면쪽으로 진행하다보면 내린천줄기를 타고 나 있는 446번 지방도와 만난다.
(좌회전하여 이 446번 지방도를 타고가면 상남을 지나 강원도 인제군 현리로 갈 수 있다.)
계속 직진으로 양양쪽으로 계방천을 따라나있는 56번 국도를 타고 12-3km를 진행하면 좌측으로 삼봉자연휴양림 입구가 나온다.
삼봉자연휴양림은 입구에서부터 관리사무소까지의 거리가 꽤 멀다.
한 4km여는 되는 듯 싶다.
혹여라도 차가 없이 뚜벅이가 된다면 찾아오기 쉽지 않은 곳이다.
가칠봉 응복산 구룡령등 주위에 높히 솟은 산들하며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거리하며 이곳이 얼마나 깊숙하게 자리했는지 알겠다.
예정보다 늦게 출발한것도 있지만 어느 새 해가 많이 짧아졌음을 느낀다.
서석을 지나면서 하늘에 별이 총총한것을 보았었다.
이미 앞서 도착한 일행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꼬맹이들은 나를 보자마자 별을 보러 가자고 난리다.
내가 보기에도 혹할만큼 하늘엔 별이 총총하다.
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에 별자리 하나 제대로 보고 살 수 없는 우리가 이런곳에 들어오면 아이든 어른이든 어찌 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녁을 먹고 아이들 등쌀에 못이겨 옷을 두툼하게 껴입고 별을 보러 나선다.
하늘에 별이 너무 많아 갑자기 어지럽기조차 하다.
익숙하지 않은 탓이리라.
북극성과 북두칠성은 높히 솟은 산과 나무에 가려져 보이질 않는다.
다행히 카시오페이아가 머리위에 보인다.
산들이 너무 높아 하늘을 막고 있다.
가을철 대표적인 별자리인 페가수스 사각형도 어디에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요즘 별자리를 보지 않았더니 찾는게 쉽지않다.
아이들에게 있는 기억 없는 기억을 총 동원하여 하나씩 설명을 해준다.
오늘은 별똥별이 유난히 많다.
하나씩 떨어질때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나도 얼마만에 보는것인지........
역시 강원도는 강원도다.
시월 중순인데 무지 춥다.
두툼한 쟈켓을 꺼내 입고 왔는데도 한기가 느껴진다.
오래 있을수가 없다.
아이들은 돗자리까지 꺼내다 펼쳐놓고 누워서 보자고 난리지만 출발서부터 안좋았던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한기가 오는듯 싶어 아쉽지만 방으로 들어갔다.
술이 한배씩 돌아가고 정다운 입담들이 오가고...
시월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우린 다시 별을 찾아 나섰다.
밤이 깊어 이미 지구가 자전을 많이 했다.
별들이 초저녁과는 다른 곳에서 반짝이며 나를 내려다본다.
남쪽으로 작은 별이 모여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돌고래 자리같다.
난 돌고래자리를 매우 좋아한다.
밝지도 않은 작은별 다섯개로 이루어진 별자리지만 작은 돌고래가 물위를 튀어오르는 모습을 하고 있는게 너무나 귀엽다.
2년전엔가 치악산 자락에서 늦은 밤에 머리위에 떠 있는 돌고래자리를 찾아내곤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오늘은 페가수스의 화려한 얼굴도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작지만 귀여운 돌고래가 재롱을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별똥별이 하나씩 떨어지고 있으니 그걸 찾느라 별자리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삼봉의 밤은 우리들 머리위에서 새벽을 향하여 소리없이 움직이는 저들처럼 그렇게 깊어가고 있다.
2. 삼봉의 아침
어젯밤 새벽 1시도 한참을 넘겨 잠이 든 것 같다.
그러나 습관탓인지 어김없이 6시 반이 지나자 눈이 떠진다.
피곤하기도 하려니와 아직도 다른 이들은 꿈속에서 헤매는 듯 싶지만 삼봉의 이른아침을 맞고 싶어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폴라텍에 고어텍스 재킷까지 꺼내입고 산책을 나섰다.
숙소 바로 옆에 있던 삼봉약수터에 가서 일단 약수를 한모금씩 마셨다.
달지않은 탄산수의 밍밍함이 몸에는 좋을지 몰라도 많이 마시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묵었던 통나무집은 제일 안쪽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역으로 관리사무소쪽을 향하여 걸었다.
계곡물 소리가 제법 크고 멀리 산마루에 걸린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여름에 비가 많았던 탓인지 단풍은 예쁘지 않았으나 찬서리 하얗게 내려앉은 낙엽들도 복잡한 도심에서 온 여행자에게는 새롭다.
아침의 알싸한 공기가 옷속을 파고들며 차갑게 느껴지지만 싫지않은 차가움이다.
조용한 산중의 아침은 그렇게 밝아온다.
천천히 1km여미터를 걸어내려가 다시 돌아오는데 어느 새 햇살이 계곡 사이까지 들어왔다.
따사롭게 퍼지는 아침햇살에 어느 새 찬서리는 물러나고 나무들은 온몸으로 햇살을 받아들인다.
방으로 돌아와 2층 창가에 서니 전나무숲 사이로 햇살이 퍼지고 있다.
이슬 머금은 거미줄이 그 햇살에 반짝인다.
삼봉에서의 아침은 그렇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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