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3년 11월 9일 늦가을의 일요일 혼자서.
교 통 : 기차와 버스 그리고 히치.
서울역 9:40분 - 서천 도착 : 오후 1:05 : 요금 11,900원
장항역 오후 5:00 - 서울 도착 : 오후 8:40분 요금 12,400원
서천 - 한산 : 농어촌 버스 이용 :800원 (매시 10분, 30분, 55분 버스 중 한산 가는 버스를 탄다.)
한산 - 신성리 갈대밭 : 약 6km 택시 이용 (요금 6,500원정도 : 다른 팀에 꼽사리 끼어 공짜로 감^^ ) - 버스는 불편.
신성리 갈대밭 - 금강하구둑 : 약 12km 히치
오랜만에 늦은 아침 기차를 탔다.
전날 내린 비로 촉촉히 젖어있는 풍경을 지나고,
이름모를 어느 시골 마을들을 지나고,
가지런히 벼 베어낸 자국이 선명한 늦가을 들판을 지나
그렇게.....장항선 끄트머리에 다녀왔다.
너른 갈대밭,
너무도 키가 커서 올려다봐야 하는 갈대들은
바람이 부는대로 제 몸을 맡기고 서걱거리고 있었다.
----------------
시도 사랑도 안되는 날에는
친구야 금강 하구에 가보아라
강물이 어떻 게 모여 꿈틀대며 흘러왔는지를
푸른 멍이 다 들도록
제 몸에다 채찍 휘둘러
얼마나 힘겨운 노동과 학습 끝에
스스로 깊어졌는지를
내 쓸쓸한 친구야
금강 하구둑 저녁에 알게 되리
......중략.......
시도 사랑도 안되는 날에는
친구야 금강 하구에 가보아라
해는 저물어가도 끝없이
영차영차 뒤이어 와 기쁜 바다가 되는 강물을
하루내 갈대로 서서 바라보아도 좋으리
----------------
안도현 시인이 이렇게 노래하지 않았더라도
한번쯤 그곳에 가보고 싶었다.
작은 물줄기 모여 큰 내가 되고
큰 내가 모여 강물이 되고
그 강물 흐르고 흘러 바다가 되는 그곳에....
금강하구둑은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지만
이미 그곳은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생존을 위해 길고 긴 비행을 마다하지 않았을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있었다.
비인반도에 가보고 싶었다.
곽재구 시인이 노래한 그 곳.
춘장대와 부사방조제는 아니더라도
마량리의 철 지난 동백숲과
500여m만 걸으면 양쪽으로 볼 수 있는 그 바다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시인이 좋아한다던 남촌이라는 이름의 포구에 가보고 싶었다.
여느 때처럼 시간은 내 좋은쪽으로만 흐르는게 아니다.
버스 기사님 말씀이 들어갈 시간은 되지만 나오려면 기차 시각에 대지 못한단다.
그래.
언젠가 다시 오라는 소리인가 보다.
어제는 쓸쓸했다.
약속이 되어 있던 친구와의 만남이 예기치 않게 어그러지고
회색빛 하늘아래 서걱거리는 갈대밭 속에서
어쩌면 나도 속으로 울었는지 모르겠다.
전 날에 내 좋은 사람에게 해주었던 말을 자신에게 되새긴다.
'쓸쓸함도 나에게 온 손님이라 가만 놔두면 곧 떠난단다.'
월동지를 찾아 날아 든 수 많은 철새들의 움직임속에
살아있는 생명력을 느끼며 내 삶을 다시금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쓸쓸함이 손님인 듯 떠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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