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4년 11월 27~28일
인 원 : 달님, 송탁님, 지언이, 청원이 채원이와 함께.
동호회에서 짧은 여행을 계획했다.
몇 명이서 하는 오붓한 여행인지라 지난주 청송까지 다녀온 후유증이 아직 남아 피곤했지만 다시 배낭을 꾸리기로 했다.
토요일은 수유리에서 직장 동료였던 후배의 결혼식이 오후 1시에 있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부리나케 서둘러 도착한 동서울터미널.
오늘의 행선지는 속리산 밑의 말티재자연휴양림이다.
보은 가는 3시 10분차는 이미 매진.
3시 30분차표를 들고 승차홈에 가서 줄을 섰다.
다행히도(?^^) 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3시 10분차 탑승.
고속도로 엄청 막혔다. -.-
보은 터미널에 도착하니 지언이를 데리고 이미 도착해 있던 송탁님이 40여분이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뎅그러니 떠올라 웃고있던 달빛을 받으며 휴양림에 도착한게 7시경.
8시경이 되니 달님이 청원이와 채원이를 대동하고 도착했다.
특별 메뉴 카레 떡볶이.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얻어 온 배추의 들큰함.
뎅그러니 떠오른 보름달(실은 하루 지났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서로에 대한 탐색전을 끝내고 금새 한데 어울려 잘 논다.
아이들이 자는틈을 이용하여 나선 새벽 산책길.

<법주사 일주문. 일주문을 들어설때면 모든 마음을 비우라 했다 한다.>

< 저 안의 세상은 또 다른 세상 같다.>
서서히 깨어나는 법주사의 새벽.
새벽 예불이 끝났는지 곳곳을 청소하는 젊은 수도승들의 모습.
대웅전 법당의 부처님은 어디에서 쉬고 계시는지 대웅전 불사가 한창이다.
시간 반의 짧은 산책을 끝내고 서둘러 아침을 먹고 또 다른 곳으로 길을 재촉한다.
속리산을 왼편으로 돌아 쌍룡계곡을 거쳐 문경가는 길.
도는 길인 듯 싶었지만 좋아하는 구불 구불 지방도.
예천교 옆 언덕위에 하얀 예천 성당.
아이들이 기어이 내려가 손을 담궈보았던 맑은 한 천.
찾아 들어가기 쉽지 않은 느르태(산성마을 할머니는 이렇게 부르신다.) 마을..
몇 년 전만 해도 이 마을을 어찌 드나들었을꼬....싶게 구불 구불한 산길이다.
지금은 모두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다.
산성마을 입구의 작은 소나무 숲.
몇 십년 된 소나무들이 저이들끼리 몸을 기대고 제 멋에 겨워 뻗어 올라간 모습이 인상적이다.
느르티 마을 가기 전에 들른 산성마을.
늦가을 햇살 내리쬐는 양지바른 작은 산골 마을이 정겹다.
잠시 쉬어 마을 할머니께 인사를 드린다.
풍산리에서 시집오셨다는 83세의 소산댁 할머니.
지붕을 얹은 목재가 아궁이불에 시커멓게 그을려 고대로 드러나 보이는 특이한 구조의 집.
지금은 연탄을 때신다며 연탄을 800장이나 들여놓으셨다고.
겨울이면 동네 친구들 한 방 가득히 모여 고구마 쪄 드시며 노신다는
사람 넷정도 겨우 누울 수 있을정도의 작은 방(차마 카메라는 들이대지 못했다.)과
어른 셋 걸터앉으면 꽉 차버릴 좁은 마루.

대신 할머니가 방문을 여신 사이에 한 컷.
가족 모두가 소 한마리에 목숨을 걸던 시절도 있었을지 모른다.
시골에서 '소'는 단순히 '소'가 아니었으므로.....
그 소를 먹이고 살찌우는 일에는 온 가족이 동원되었을지도 모른다.
학교가 파하면 쇠꼴을 베고 저녁이면 저 무쇠솥 한가득 쇠죽을 끓이고....
때로는 그 앞에서 잉그락불에 고구마도 구워먹고 감자도 구워먹었겠지..
슬며시 엿들여다 본 할머니의 부엌살림은 도시의 그것과 너무 달라 당황스럽기조차 하다.
학가산 산밑 첫 동네 느르티 마을.
삿갓배미.
논배미 계단 밟고 하늘을 향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한 그릇 밥이 아쉬웠을 어려운 살림살이였겠지.
한 뼘의 땅이라도 더 만들고자 하는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겠지.
제일 아랫배미 논조차 반의 반마지기가 안될 듯한데 위로 오를수록 오죽하랴..
삿갓배미 = 눈물배미 라는 말의 의미를 이제서야 알겠다.
지금은 층층히 오르는 작은 논에 잡초만이 무성하게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초가지붕 아래 연자방앗간.
박물관에서도 보기 어려운 것을 이 산골마을에서 만날줄이야..
큰 눈을 껌뻑거리며 묵묵히 방아돌이를 했을 음메 소는 간데없고 연자방아만이 오도커니 놓여있다.
햇살 내리쬐는 마을 앞 작은 공터에서 먹는 점심.
짜빠게티 안주에 나누어 마신 소주 한 모금.
아이들도 어른도 먹다남은 아침 찬밥까지 게눈감추듯 먹어치웠다.
4시 반이 넘어 대구로 가는 달님과 서로 작별을 하고
예천 IC - 중앙고속도로 - 제천 - 38번 국도를 타고 평택의 송탁님댁에 도착한게 7시.
언니가 해주는 맛난 닭도리탕에 스위트한 와인까지....
맛난 저녁 먹은것도 모자라(?) 귀한 선물(감)까지 얻어들고
9시 47분 기차로 집에 오니 11시가 조금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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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사진 / 하나 따먹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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