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 전북 고창 방장산 자연휴양림, 고창읍성, 공음리 청보리밭, 구시포 해수욕장.
인원 : 동호회 정기여행으로
토요일 근무는 때로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힘을 빼버리곤 하지만
어디론가 떠나는 길은 즐겁고 설레인다.
며칠동안 부족했던 잠을 버스에서 채우려 했었지만 결국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봄날 오후의 나른함과 그 피곤함을 뚫고 꽃도깨비들이 눈을 홀리고 있었던 탓이다.
호남고속도로에 들어서니 너른 들판이 다가온다.
가지런히 고랑이 이어져 있는 붉은 황토밭들
곳곳에 산재한 푸른 보리밭들
하얀 배꽃이 흐드러지는 과수원들
반듯 반듯 갈아엎어놓은 논들까지....
강원도를 다니다보면 좋은 산과 계곡들이 많지만
때로는 탁 트인 들판이 없이 산으로 둘러쌓인 그 형세가 마음을 답답하게도 하는데,
오랜만에 시원스레 트인 들판을 보니 마음도 덩달아 트이는 듯 싶다.
6시 30분경 고창에 도착했는데 서쪽으로 해가 기운다.
내일의 일정에 들어있는 고창읍성이지만 해질녘의 그곳이 어떤지도 보고 싶어진다.
결국, 아름다운 해넘이를 모양성(고창읍성)성곽위에서 보았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입장료도 내지 않고 들어 선 고창읍성은 관리가 매우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곽을 따라 피어나고 있는 철쭉들은 붉다 못해 타오르는 듯 싶다.
벚꽃은 이미 지고 없었지만 그 연하디 연한 연두빛의 이파리들은 꽃보다 더 아름다웠다.
해가 넘어가니 금새 어둑해져 온다.
지도를 보고 길을 걷다가 두 번의 히치끝에 휴양림까지 편하게 갔다.
반가운 얼굴들이 모이고 푸짐한 저녁에 술잔까지 기울이며 새벽 2시까지 수다를 떨었다.
아침에 일어나 잠깐 산책을 나갔다.
개별꽃, 양지꽃, 여러 종의 제비꽃들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다.
숲 사이로 번지는 따사로운 봄볕이 나무 밑둥에 옹기종기 자리한 산죽밑으로 퍼질때쯤 산책을 끝마친다.
제비꽃은 꽃말은 '겸양'이란다.
내 몸을 낮춰야만 만날 수 있는 그들이라 그런 꽃말이 붙었나보다.
아침을 먹고 희귀한 꽃이 있다는 선주언니를 잠깐 따라가본다.
이런........귀한 천남성을 만났다.
아침에 만난 고창읍성은 햇살이 퍼져들어와 더욱 예쁜 모습이었다.
성곽을 따라 도는 풍경은 어느 곳 하나 이쁘지 않은 풍경이 없었고 숲속에서 만난 구슬봉이, 양지꽃 뱀딸기꽃 냉이꽃등은 더욱 어여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또한 꽃이라 이름붙은 것들보다 더욱 더 아름다운 연초록 이파리들이 우리 눈을 즐겁게 했다.
공음리 청보리밭은 생각보다 넓지도 않았고 그저 그랬지만 시원스레 트인 초록빛 들판을 보는것만으로 즐거웠다.
성인 열에 아이 둘까지 다들 보리피리 하나씩 입에물고 불어대는 광경을 본적이 있는가?
엥엥~ 에에엥~ 뿌웅~~~~
소리들도 어찌 그리 하나같이 틀린지......
귀가 멍멍할정도로 시끄러웠던 그 소리가 다시 듣고싶다.
점심을 찾아 이동한 구시포 해수욕장은 해넘이가 아름다운 곳이라 들었지만 물이 들어와 개펄도 사라지고 그저 철이른 해수욕장일 뿐이었다.
식당을 찾아 결국 흥덕까지 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 오후 4시가 넘어 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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