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6년 7월 8~9일
장 소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
이쁜 녀석들이 가까운 곳으로 캠핑을 하러 가자고 조른다.
못 이기는 척 따라가 주기로 했다. ㅋㅋ
토욜날 라식 수술 검사를 하러 갔었다.
장장 4시간에 걸쳐 검사가 끝나고 각막 두께가 얇아 라식은 어렵다는 소릴 들었다.
어찌나 힘 팽기던지.....-.-
검사비 거금 십만원만 날렸다. 흐미~
선천성이라니 부모님을 원망해야할지.....흑흑...
이제까지도 그냥 살았는데 이대로 자~알 살지 뭐.
(실은 맘 마이 아프다. =.=)
문제는 검사를 받느라 동공을 확대시킨탓에 멀리는 잘 보이는데 가까운데가 잘 안보인다.
책은 커녕 시계도, 핸드폰 숫자도 잘 안보인다.
어질 어질해서 머리도 아프고 힘도 팽기고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하는 새에도
행여 언니 미아 될까봐 끊임없이 전화를 해대는 녀석들이 있다.
이쁜것들.
맘은 심란하고 머리는 어지럽고 눈은 안보이고 힘도 팽기고 집에 가서 잠이나 잘까 싶었지만
이대로 방콕하면 더 힘들 것 같아 부지런을 떨어
청량리에서 양수리 가는 시내버스(2228번)를 탄 시간이 5시 30분이다.
길은 토요일 오후인데도 밀리지 않고 제 시간(? 1시간 20분) 걸려서 양수리에 도착했다.
수영이와 경희가 그 곳까지 나를 픽업하러 와 주었다.
나중에 들으니 서종면까지도 들어오는 버스(8번)가 청량리에 있단다.
내가 멀쩡했으면 오랜만에 버스타기를 즐기며 찾아갔을터인데 괜시리 아이들 고생시켰다.
anyway, 도착하니 계곡이 바로 옆에 있는 나무숲 좋은 곳에 커다란 타프가 자리하고 있고
집도 벌써 3채나 뚝딱 지어 놓았다.
중렬오라버니는 열심히 밥을 하고 빠다는 그 옆에서 입만 놀리고 있다.
일찍 도착해 넘어진 나무 끌어다 땀으로 목욕하며 톱질하고 도끼질에 망치질 했다는 아이들.
덕분에 밤새 모닥불도 피우고 밥도 먹고 고기도 굽고 술도 한잔씩 돌리고...
띵가 띵가...
무지개님과 재이가 늦은 시간에 과일과 안주꺼리와 화이트 와인까지 한아름 들고 왔다가
저녁만 먹고 12시경 돌아갔다.
떠나시는걸 배웅하고 어지럼증이 가시질 않아 먼저 들어가 잠을 청했다.
텐트 3동 중에 경희와 내가 잔 텐트가 계곡에 가장 가까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계곡 물소리가 힘찼지만 거의 듣지 못하고 잔 듯 싶다.
아마도 심신이 많이 지쳤던가 보다.
이번 캠핑의 목적은 철저히 '놀고 먹고 늘어지자'였으므로 다음 날 늦잠을 즐기기로 했다.
언제나처럼 6시경 눈이 한 번 떠졌으나 옆에서 쌕쌕거리며 자는 경희의 숨소리를 들으며
나도 다시 한 번 잠을 청했고 일어나보니 8시였다.
캠핑이나 여행을 가서 그렇게 늦게까지 잔적이 있었던가.
아마 처음이지 싶다.
항상 일찍 일어나 아침 산책을 하곤 했으므로.....
숲을 한바퀴 돌기로 했다.
벌써 나무 사이로 쏟아지고 있는 햇살이 눈부시다.
<왼쪽부터 반포텍 레이크사이드3인용, 코베아 4계절 2인용, 에코로바 4계절 2인용
야전침대위에 모기장까지 치고 타프 아래 잠든 봄날. 타프 색이 정말 이쁘네.>
보면 볼수록 정말 좋은곳에 캠프를 차렸다는 생각이 든다.
눈은 아직도 정상이 아니다.
숲속길에 널린게 큰까치수영이었다.
접사를 찍으려고 보니 아직 눈이 흐려 촛점이 잘 맞질 않는다.
느릿 느릿 숲을 즐기고 나무를 즐기며 산책을 다녀와서
널려둔 설겆이를 하고 있자니 하나 둘씩 일어난다.
아침 메뉴는 청국장에 고등어구이다.
아침 당번도 역시나 중렬오라버니고 빠다는 역시나 입만 놀리고 있고 (?^^)
수영이와 경희가 열심히 고등어를 굽는다.
나는 옆에서 띵가 띵가.....눈이 어질하다는 이유로 하루가 편했다. ^^
날봄이 녀석은 아침밥이 다 되도록 세상 모르고 잔다.
(사진도 있는데 올릴까? 말까?ㅎㅎ)
아침을 먹고 커피도 한잔씩 하고 나서 다들 느긋하다.
비가 오락 가락 할 듯 하여 텐트를 걷고 미리 주변을 좀 정리해 두었다.
그러고는 또 띵가 띵가...
잠도 자고 책도 보고 산책도 하고 수다도 떨고...
그러다 지치면 또 먹고 맥주도 한 잔씩 하고...
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깝다는 생각때문에 오늘 하루를 길게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늦은 시간 돌아가도 멀리 다녀올때보다 더 일찍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놀고 있는 사이 골뱅이 무침하고 있는 오중렬님. 1박 2일 멋진 주방장이었다.>
'먹고 놀자'에 충실했던 캠핑이었다.
중간에 소나기가 한차례 내리자 시끄럽던 계곡이 조용해진다.
비가 오거나 말거나 우린 너른 타프 아래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수다를 떨었다.
<이 편안함에서 시간이 멈추어버렸으면 좋겠다.
언젠가 힘든일이 생기면 우리 이 여유로운 한 때를 꼭 기억하고 끄집어 내어보자.>
비가 개이면 금새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나타났다가
또 어느 새 시커먼 구름이 몰려와 한차례 비를 뿌리고 가기를 반복한다.
비가 그치면 온통 초록의 숲이 환해진다.
<저 아래가 바로 계곡이다. 앞에 줄은 타프 고정줄>
<캠프지 들어오는 입구>
그래.
비가 오거나 말거나...
우린 밤새 계곡물에 담궈 둔 수박 잘라 먹고 소세지 구워 맥주도 마시고
소면 삶아 골뱅이 무침 해먹고 잔불 남은 모닥불에 감자 구워먹고 떡볶이 해먹고...
돌아오는 순간까지도 떡볶이 국물에 남은 찬밥과 숑숑 썬 김치 넣고 참기름 살짝 두르고
김 부수워 넣고 지글 지글 볶아 먹고 왔다.
언제나처럼 6번 국도는 막혔다.
도는 길이긴 했으나 우린 중미산 자연휴양림 앞을 지나 양평으로 back한 다음
양근대교(?)를 건너 88번 국도를 타고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도로로 밀리지 않고
수월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캠핑장에서 떠난 시간이 7시 45분쯤 되었는데 집에 도착하니 11시다.
이 정도면 양호하게 돌아온 셈이다.
토요일엔 기분이 많이 가라앉았었는데 좋은 사람들덕에
오붓하고 즐거운 주말을 보낼 수 있었다.
함께 했던 오중렬님과 영희, 수영이, 경희, 인성이, 은범이에게 고맙다.
야들아~~~우리 담에 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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