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여름 여행 - 옥녀봉휴양림에서의 캠핑과 오지마을들.

dreamykima 2006. 6. 28. 12:43

날 짜 : 2006년 6월 24~25일 / 동호회 정기 여행
장 소 : 옥녀봉 자연 휴양림 - 문드래미 - 시항리

 

1. 오랜만에 떠나는 동호회 정기여행이 설렌다.

 

오랜만에 나서는 동호회 정기여행이다.
사람도 많지 않아 오붓하고 서울에서 멀지 않은 장소여서 여유로이 떠날 수 있어 좋았다.
옐로가 강동에서 1시 35분에 나를 픽업하여, 상일 IC - 동서울 톨케이트 - 제 2 중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중부내륙고속국도 - 감곡 IC - 38번 국도 - 박달재자연휴양림까지 1시간 40여 분이 걸렸다.
길이 전혀 밀리지 않았고 워낙 자주 다닌 길이라 지도가 없어도 쉽게 찾아 갈 수 있는 길이었다.

 

점심을 제대로 먹지 않아 관리사무소 앞 식당에서 채묵밥으로 배를 채우고(먹을만했다.)
잠시 산책을 하며 박달재에 있는 들꽃들을 만나고 있는사이 봄날이 도착한다.
자주색 종덩굴을 만났다.
이런 멋쟁이가 또 있을까 싶다.



  <박달재휴양림에서 만난 자주색 종덩굴>

 

날봄이 차에 있는 야영장비들을 레토나로 옮겨싣고 갤로퍼는 주차해둔채 휴양림을 출발한다.
중앙고속도로 - 죽령터널 - 풍기 IC로 나와 풍기 시내에서 시장을 봤다.
풍기에서부터 옥녀봉자연휴양림까지 6.8km로 나와있다.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 찾아가기는 어렵지 않다.

 

다른 자연 휴양림들과 달리 입구가 길지 않은 휴양림이다.
관리사무소 앞에서 7시 방향으로 U턴을 해 좌측으로 내려가면 야영장이 있는데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인지 전혀 사람들이 없다.
덕분에 너무도 한갖지게 너른 야영장을 독차지 할 수 있어 좋았다.
개울 건너 5개의 야영테크가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식수대와 화장실이 가깝고 다른 팀과 섞이는 일 없이 온전히 그 자리를 차지 할 수 있는 최적의 야영지였다.
올라가는 나무 계단이 참 이쁘다.



2. 반가운 사람들과 만나다.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셋이서 낑낑대며 개울을 네댓번씩 왕복한 후에야 장비며 먹꺼리들이 날라졌다.

 

정기여행치고 사람이 적은 여행이다.
어른해야 13명이고 청원이 채원이까지 15명이다.

장비 나르느라 땀이 나고 더워서 시원한 맥주 한 모금 넘기고 있는데 오중렬님과 빠다, 천사언니가 도착한다.
자상한 큰 오라버니같고, 이제는 동네사람이 아니어서 자주 볼 수 없는 오중렬님이 반갑다.
빠다가 보지 않는사이 서로 안아주었다. ^^
(빠다가 봤어도 분명 이랬을꺼다.
어머 어머~~언니는 제 경쟁상대가 아니에요.. 울 자기야는 저만 사랑하거든요...호호호....으~~닭살 iii)

 

달님과 청원이 채원이가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는 아이들이 부쩍 큰 느낌이다.
특히 청원이는 이제 어린애티를 벗어나며 꼬마 숙녀 분위기가 난다.
처음 만났을 때 4살이었던 꼬맹이가 벌써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니......

 

뒤이어 크눌프님과 후배 경순씨(여자 아니다. ^^) 크눌님이 풍기역에서 픽업한 햇볕한줌이 도착했다.
다리가 아직 성하지 않은 듯 절뚝이며 걷는 크눌님.
그 덕에 살이 찐 것 같았다.
아직 돌아다니는거 무리인 듯 싶던데.......조심하기를....
후배 경순씨는 언젠가 늦가을 주왕산 여행 때 한 번 본적이 있는터라 서로 반갑게 인사했다.
신입회원 햇볕한줌은 술 마시기가 취미라더니 정말 즐기는 것 같았고 생각보다 잘 적응하는 듯 싶다.

 

일찍 떠났던 ridge님과 주승아빠님은 어디선가 낚시를 하고 계신다고 한다.
두 분 덕에 좋아하는 민물매운탕 먹을 수 있나 고대했는데
매운탕은 커녕 피래미 한마리도 없이 빈손으로 늦게서야 오셨다.
수제비 반죽을 해온게 있어서.....

와~~잘하면 어죽을 먹을 수도 있겠구나......했는데.....
아무래도 어설픈 강태공들이었던게야......안봐도 훤해 !!
배나온(ㅋㅋ) ridge님은 그렇다치고 주승아빠님은 어찌 되신것일까?
그래도....안흥진빵 사다주세요...한 마디에 두 box나 사다주셔서 잘 먹었으니 그걸로 감해드려야쥐...ㅎㅎ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 반가웠다.
근데, 어제보고 또 보는 사람들 같기도 하다.
이래서 우리는 가족이 되어가나 보다.
불바라기님은 우리가 저녁을 먹고 술잔 돌리며 한참을 놀고 있을 즈음에 오셨다.
덕분에 눈빠지게 기다린 바비큐 백립은 다음날에야 먹을 수 있었다. ^^

 


 

오랜만에 본 얼굴들이 너무 반갑고 좋은데 왜 이리 피곤이 몰려오는지 모르겠다.
모닥불가에 둘러앉아 옹기 종기 정담을 나누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텐트로 기어들어갔다.

눈꺼풀은 계속 감기는데 정신은 또렷하여 밖의 이야기 그대로 들으며 잠시 누워 있는데 찾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누워있질 못하고 나가서 술 한잔 해야지 했는데 오늘따라 술이 너무 써서 한 모금도 넘길수가 없다.
주승아빠님이 직접 담그셨다는 오디주는 달달하지 않아 꽤 좋았했을 맛이지만 오늘은 전혀 넘길수가 없다.
크눌님이 사 온 막걸리 한 통도 다들 맛나다고 마시는데 나에겐 그림의 떡이고 맥주나 한 잔 더 할까 했지만 밤공기가 싸늘하여 좀 추울 듯 싶어 그만두었다.
밤이 깊을수록 밤공기는 싸해지는데 우리네 이야기는 더 따스해져만 간다.
싸해지는 밤공기를 느끼면서도 꺼내기 귀찮아 그냥 앉아 있는데 알아서 고어텍스 쟤킷 꺼내다 주는 날봄이 녀석이 너무 고맙고 이쁘다.

 

앉아는 있는데 술도 마실 수 없고 눈꺼풀이 자꾸 내려앉아 견딜수가 없다.
참다 참다 12시 경 다시 텐트로 기어들어갔는데 여전히 정신은 또렷하다.
수면안대까지 하고 잠들려고 노력했으나 뒤척여지기만 할 뿐 쉬이 잠이 오지 않는다.
늦게 들어온 옐로와 천사언니는 부럽게도 쌕쌕거리며 잘도 잔다.

 

계곡 물소리가 힘차다.
오랜만에 술 받으신(?) ridge님 목소리도 힘차다.
오밤중에 울려퍼지는 굵은 노랫소리도 힘차다.
타닥 타닥 모닥불 지펴가는 소리까지 힘차다.

 

결국 새벽 3시가 되도록 이어진 술자리의 수다와 합창 소리를 그대로 들으며 누워있다가
술자리가 파하고 조용해진 후에야 나도 잠이 들었다.

 

콜맨 여름텐트 안에서 잤는데도 춥지않고 자다가 더워서 inner침낭은 걷어내고 잤던 것 같다.

 


3. 자연 속에서의 아침은 언제나 상쾌하다.

 


 <나는 저 가운데 텐트에서 기어나왔고, 타프아래 노숙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저만 살겠다고(?) 모기장까지 치고 자는 봄날. ^^>


얼마나 잤는지 밖이 훤하다.
시계를 보니 5시 45분이다.
너무 늦게 잠들어 조금만 더 자야지 하고 누워 있었으나 역시 소용없는 일이다.
6시. 조용히 빠져나와 휴양림을 돌아본다.
자연속에서의 아침 산책은 언제나 상쾌하고 즐겁다.
일찍 일어나는 이유도 아마 이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일게다.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었으나 하늘을 보니 맑을 것 같다.
아침 하늘이 너무 예쁘다.



 

휴양림이 너무도 잘 정비되어 있는탓일까....산책길에 들꽃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그저 상쾌한 아침 공기 속에 느릿한 산책을 다니는것으로 만족한다.

 

40여분 정도 산책을 다녀오니 하나 둘씩 일어난다.
간밤의 술 잔치에 피곤할법들도 한데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신다.
아마도 좋은 공기 마시며 자연과 동화되어 하룻밤을 지낸 때문이리라.

 

여러 사람이 함께 서두르니 아침도 빠르게 준비된다.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휴양림 옆쪽으로 산 하나만 넘으면 되는 근거리여서 오랜만에 느긋하다.

 

한쪽에선 어젯밤에 먹지 못한 바비큐 백립이 그릴 안에서 익어가고 있다.
그저 사람들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이 모든것을 준비 해 주신 불바라기님께 감사를 드린다.
아침을 먹고서도 너무 맛있었다.



 


4. 문드래미의 망초밭과 늦은 점심을 먹으러 찾아 들어간 시항마을.

 

맛나게 백립 파티를 즐긴다음 야영지를 정리한 후 11시 30분경 문드래미로 떠났다.

 

산을 넘어 또 다른 산길을 돌아 돌아 찾아 간 그곳에 '문드래미산장'이 있었는데 기거하지는 않고 수원에 산다는 주인부부가 마침 와 있어 맛난 커피를 대접받았다.
황토로 지은 산장은 꽤 멋을 부려 지었는데 다른 것보다 한지를 바른 바닥이 맘에 들었다.
물론, 정석대로 콩기름을 발라 만든것은 아니고 손쉽게 니스칠을 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장판이 드물어서였던 듯 싶다.
거실에 자연 채광 시설을 한 것과 창문이 넓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 창문에서 바라보면 소백에서 월악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보인다.


  <날봄아!! 비키라..니 땜시 다 가린다.>

 

산장 옆에 옛집이 있었는데 주인이 다녀갈적마다 기거하는 곳이라 한다.
직접 살고 있지는 않아 가구도 없는 방 한 칸짜리 집인데 겉에서 보면 허물어질 듯(?) 생겼다.





작은 출입문을 들어서면 불을 피우는 아궁이가 있고 그 옆에 방문이 있어 방을 들여다 보았는데 방으로 들어가기까지는 어둡고 답답한 구조이긴 하지만 한지를 바른 방안은 깔끔했다.
구경하는데 주인장 왈..
가끔 배 허연것이 방문 위 서까래를 타고 지나다닌다고......
너무 놀래서 급히 문을 나오다 머리를 찧었다.
얼마나 아프던지......-.-

 

주인장이 옆쪽에 좋은 캠프지가 있다 해서 따라나섰다.
풀숲 우거진 산길을 돌아가니 작은 개울을 건너 온통 망초밭인데 아마도 예전에 길이 있었던 듯 싶다.




물론, 그 길이 산 너머까지 이어져 있는지는 끝까지 가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온통 망초와 엉겅퀴가 점령해버린 그 곳은 아마도 집터였거나 밭들이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풀들이 너무 많이 우거져 있어 야영하기는 어렵겠다.
그 풀들을 모두 걷어내는 수고를 한다면야 말리진 않겠지만......,
그래도 주인장 덕에 키 큰 망초들 우거진 그곳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시 산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큰까치수영을 만났다.
당당한 이 녀석.
오늘은 제대로 담아 온 것 같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시항리.
문드래미에서 하리쪽으로 나와 좁은 동네길을 지나 서로 교행할 공간도 없이 오로지 차 한대면 족할 산길을 돌아 산 하나를 넘어 찾아간 시항마을은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가 간 곳은 아랫동네(하시항)가 아닌 그 윗동네였으므로 아마도 중시항이었던 것 같다.
 
달님이 이미 답사를 했던터라 주인장 혼자 기거하신다는 제일 윗집을 찾아갔는데 주인장은 일 나가시고 집은 비어있었다.

집은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라면과 감자옹심이수제비, 김치부침개, 새우구이 등을 해서 늦은 점심을 먹고 깨끗히 치운 다음 주인장께 메모를 남기고 그 곳을 떠나왔다.
28번 국도상에서 예천으로 가는 달님과 불바라기님과 작별을 하고 우린 영주쪽으로....

 

다들 졸립고 박달재휴양림에 세워 둔 갤로퍼를 가지러 휴양림에 들러 잠시 간식을 먹으며 쉰 다음 7시 10분 경 박달재를 출발했다.
동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한 시간이 8시 45분 경.
집으로 돌아오니 10시쯤 되었다.

 

오랜만에 느긋하고 편안한 여행을 했다.
항상 뭐랄것도 없이 이것 저것 챙기고 기꺼이 내어주는 이 사람들을 나는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