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여름 여행 - 계곡트레킹을 즐기다.

dreamykima 2006. 8. 14. 18:09

날 짜 : 2006년 8월 12~13일 / with 오지가족들

 

동호회에서 연례행사로 진행하는 계곡트레킹을 다녀왔다.
어젯밤 서울로 돌아오니 도시는 아직도 끈적한 더위를 안고 있었지만 1박 2일동안 얼마나 시원하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토요 휴무는 주말 시간을 참으로 느긋하게 만들어주었다.
항상 쫓기듯 여행을 떠나곤 했던걸 생각하면 이 여유가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토요일 아침 10시 대학로에서 출발. 양평까지 가는데 3시간 걸렸다.
생각해보니 집결지로 가려면 중부 - 영동 - 감곡 IC - 38번 국도가 제일 빨랐을 것 같은데

고속도로가 막힌다는 말에 양평쪽으로 간게 잘못이다.
양평 - 여주 - 38번은 막히지 않아 박달재까지 금새 갔다.

아직 시간도 넉넉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날봄이를 볼겸 해서 박달재자연휴양림에 들렀다.

막바지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휴양림은 주차공간이 부족할만큼 사람이 많았다.

 

휴양림에서 간단하게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아쉬워하는 날봄이와 작별한다음 38번 국도를 타고 집결지로 향했다.

38번 국도는 최고속도가 90km까지이지만 고속국도 같은 국도다.

 

계곡트레킹을 무척 좋아하면서도 가족들과의 시간으로 함께 할 수 없었던 날봄이는 밤 늦은 시각에 소나무 장작을 한아름 들고

캠프지까지 날아와서 아이들을 위해 불을 피워주고 쌩하니 돌아갔다.

얼마나 아쉬웠으면...

 

이곳 저곳 들러가며 쉬엄 쉬엄 야영지에 도착하니 몇 년 전에 야영을 했던 곳은 지저분한 쓰레기장이 되어 있고
옆의 고냉지 채소밭엔 얼마나 많은 제초제를 뿌렸는지 온 밭이 하얗거나 연푸른 가루들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저 많은 유독물질들이 땅속에 스며들고, 냇가로 흘러들고 또 그 위에서 나는 채소들에 스며들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끔찍한 생각이 든다.

 

제 2야영지를 찾아 나섰는데 그 곳은 해발 770m고지에 있는 고개 정상이다.
누군가 지방도변에 휴게소를 만들 예정으로 축대를 쌓고 공사를 했던 모양인데 어떤 연유인지 뎅그러니 공터가 되어 있는 곳이었다.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했고 뒤이어 대구팀이 도착했다.>


거의 고개 정상인데 특이하게 저 앞에 보이는 도로를 약 100여m만 따라 내려가면 좌측에 산위에서부터 물이 흘러 내리고 있다.

그곳에서 50여m 정도만 가파르게 산을 올라가면 바로 능선이고, 바로 하늘인데 어디서 그렇게 풍부한 수량의 물이 나오는지 특이했다.

비암만 무섭지 않았으면 계곡끝까지 거슬러 올라가 물의 진원지를 확인하고 싶었건만, 무서워서 할 수는 없었다.

물은 깨끗했으나 우리는 끓여서 식수로 사용했다.

산에서 흐르는 물은 함부로 먹는게 아니다.

 

해발이 높으니 시원하고 식수 구하기 쉽고 자리 넓고 지방도인데 지나가는 차도 거의 없고 캠프지로는 딱이다.

 


<구비 구비 내려가면 트레킹 시작 포인트가 나온다. 약 10분이 채 안걸린 듯.>

 

우리와 곧이어 대구팀이 도착한 시간이 오후 7시였고 뒤를 이어 차 3대가 더 왔다.

 

모두들 도착하고 모이니 한쪽에선 텐트를 설치하고 한쪽에선 먹꺼리를 준비한다.

캠핑에 익숙한 사람들이라 모든 일들이 쉽게 쉽게 진행된다.

저녁을 먹고나서는 한편에선 그릴에 고기와 소세지 등을 구워 술파티를 하고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오룡차, 메밀차, 댓잎차 등으로 차 파티를 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맑은 하늘에 별들이 총총하고 보름이 지난지 며칠이건만 아직도 달빛은 휘영청 밝기만 하다.

 

내일의 트레킹을 위해 1시 반쯤 모두들 잠자리에 들었다.
원주에서 콘써트를 보고 12시쯤에 도착한다던 수영이와 경희가 아직이다.
2시까지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들었던가 보다.
깨어나 밖으로 나가보니 요 녀석들 언제왔는지 조용히 텐트 설치하고 있다.
그 때가 새벽 3시.
어쨌든지 헤매지 않고 잘 찾아왔으니 다행이다.

 

달.빛. 환장하게 좋았다.
'환장하게 좋다' 라는 말은 이런 때 쓰이는것 같다.
마을의 불빛이라곤 전혀 없는 하늘아래 고갯마루.

간밤의 왁자지껄과 곳곳에 켜 드었던 램프빛들도 사라지고 휘영청 떠오른 달빛만이 우리를 내려다보는 조용한 한밤.
풀 한포기 작은 돌멩이 하나가 보일정도로 훤한 달 빛.
그 아래 웅크린 텐트들.
그 빛에 취해 쉬이 잠이 올 것 같지 않았지만 내일의 트레킹을 위해서 다시 텐트로 기어들어갔다.

 

이번 계곡은 지도상으로만 봐도 10km가 넘는다.

아마도 이제까지의 계곡 중 가장 긴 코스인 듯 싶다.
조경동 계곡처럼 탈출로도 전혀 없고 핸드폰도 불통지역이고 한번 들어가면 끝까지 가든지 다시 되돌아나와야 하는데

그 거리가 짧지 않으니 회장님이 많이 긴장하셨던가보다.
자칫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아침 10시에 출발해 오후 7시경에 끝이 났다.

물론, 그냥 걷기만 했으면 좀 이르게 끝났겠지만 중간 중간 수영하고 다이빙하고 물놀이하며 놀다온 결과이다.

 


<아침 6시. 멀리 동쪽에서 벌써 해가 올라왔다. 부지런한 몇 몇이 일찍 일어나 움직이고 있다.>

 


 

아침 9시에 트레킹을 시작하기로 하고 5시 30분에 기상하기로 했으나 간밤에 늦게 잠든데다 사람이 많으니 지켜지질 않는다.
그래도 6시가 조금 넘으니 모두들 일어났고 부지런떨어 준비를 한다.

아침 먹고 트레킹 준비물들을 챙기고 캠프지를 철수하여 트레킹 시작 포인트에 도착한 시간이 9시 50분경.


트레킹을 할 사람과 하지 않을 사람을 구분하고 트레킹족들은 각각의 구명동의와 준비물들을 챙긴다.
이번 트레킹은 거리가 10km가 넘을 정도로 길고 소요시간을 8시간 정도로 예상했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많아 트레킹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으로 구분을 했다는것이 맞을 것 같다.

모든 일들이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탈출로 없는 계곡을 트레킹할때는 정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구명동의는 필수장비이다.
계곡을 걷다보면 제대로 난 길이 있는게 아니므로 계곡을 가로지르거나 물을 타고 내려가야 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수영에 능한 사람이라도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


바위나 나뭇가지에 피부가 쓸리지 않으려면 긴팔과 긴 상의가 좋고 신발은 등산화가 좋다.
어제도 짧은 옷을 입었던 사람들은 예외없이 피부에 상처가 났다.
샌들은 발가락이나 발목을 다칠 위험이 있고 사람 발길이 없는 곳이라 뱀이나 벌레 등이 많으므로 물릴 위험이 있어

피하는게 좋은 것 같다.

어제도 여러 사람이 뱀을 만났으나 나는 하늘님이 도우사 보지 않았다.


배낭은 본인의 비상식량이나 구급약 등 필요물품을 챙기기에 좋고 때로 넘어지거나 물에 휩쓸려 내려갈때 좋은 완충제 역할도 하므로

가능한 착용하는게 좋다.
방수팩도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또한, 진행자와 보조자는 무전기, 보조자일, 칼 등을 휴대하여 만일의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이번엔 사용할일이 없었으나 항상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번 느끼는것이지만 총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세밀한 지도부터 시간과 거리를 예상하는 일.
사람들을 챙기는 일.
위험을 피하는 일 등...

우리팀들은 계곡 트레킹을 몇 년 째 해와서 이미 숙달이 되어 있어 비교적 스스로들 잘 알아서 한다.
또한, 본인의 안전 책임은 본인이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자가 느끼는 책임감이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이런 책임을 다하는 달님이 존경스럽다.


어제도 경미하게나마 바위에서 미끄러져 팔목을 약간 접질린듯한 사고가 있었는데

만일 발목이라도 접질려 걷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통신 불통지역이라 어렵고 막막했을 것이다.
어제처럼 긴 코스에는 핸디형 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하필 어제는 햄을 하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었다.

 

선두와 중간 후미 안전 책임자들을 정하고 정각 10시. 16명의 인원으로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경미한 사고 한 건 있었으나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었고 다른 별다른 사고없이 오후 6시 40분경 트레킹을 마쳤다.

 

무더운 여름날의 하루가

내 좋은 사람들과 시원한 계곡에서 신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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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계곡트레킹 사진들이다.

후미에 섰던터라 뒷모습들이 많고 줌도 잘 되지 않는 카메라 가지고 멀리서 찍어 가까이 찍은 사진들이 적은게 아쉽다.

물론, 내 사진도 거의 없어 더욱 아쉽다.

놀기는 나도 신나게 놀았는데...^^

 

어제 내 카메라가 물속에서 수난을 많이 당했다.

방수팩에 넣어가지고 다녔는데도 넣었다 꺼냈다 하는 통에 정신을 못차렸는지 오후 2시 반쯤 아직 가야할 길이 4시간이나 더 남았는데 

주인장 맘도 몰라주고 토라져 버렸다.

더 크게 상할까 싶어 메모리카드와 밧데리 분류해서 더 이상 사진을 찍지 못했다.

 

사진이 약간 이상한것도 있는데 이만한 사진을 건질 수 있는것만도 감사할 따름이다.

 


<계곡트레킹 시작 포인트. 아침 10시.

  맨 후미에 섰었다. 선두는 벌써 저만큼 앞서 가고 있다.

  부지런히 따라잡아야 하지만 꾸물거리는 한 두 사람 꼭 있는 법이다. ^^>

 


<계곡을 걷다가 조금이라도 깊고 너른 장소가 나오면 더 이상 앞으로 진행이 안된다.

  갈길이 멀거나 말거나 시간이 가거나 말거나 다들 노느라 정신이 없다. ^^>

 


<물살이 센 곳이 나오면 일단 한사람이 뾰족한 바위가 없는지를 확인한다.

  위험요소가 없으면 저렇게 한 명씩 엉덩이로 급류를 탄다.

  대부분 저렇게 하얀 포말이 일어나는 곳은 물이 상당히 깊어 발이 닿질 않았다.>

 


<한사람씩 내려오는걸 구경하고 뒤로 보이는 바위 위에서 뛰어내리거나 다이빙을 하기도 한다.

  다이빙을 할때도 항상 누군가 수경을 쓰고 물 속에 들어가 깊이를 재고

  뾰족한 바위나 철근 등의 위험요소가 없는지 미리 확인을 한다.

  물은 가에서 약간만 들어가도 상당히 깊어진다.>



<다이빙>

 


<입수>



<옆의 바위들에 부�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저렇게 바위가 많은 곳에서 급류를 탈때는

  아래쪽에 누군가 지켜 서 있다가 잡아주거나 방향을 틀어주면 안전하다.

  처음 계곡트레킹을 할 때는 무서워서 주저주저하던 사람들이 이제 저런곳만 나오면 무조건 들어가고 본다.^^>

 


<가다 지치면 힘을 쫘~악 빼고 저렇게 물위에 둥둥 떠 있으면 된다. 구명동의덕에 별다른 기술없이도 가능한 일이다.>



<수영하는 사람, 걷는 사람 제각기지만 즐거운 마음만은 하나다.>

 


<급류가 나오면 어김없이 엉덩이부터 들이댄다. ^^

  엉덩이가 무사할까 걱정되겠지만 바위들이 매끈하고 배낭이랑 구명동의가 완충역할을 하므로 생각처럼 아프거나 위험하지 않다.

  얼마나 재미난 일인지 해본 사람만 안다. ㅎㅎ>

 


<시커멓네...얼마나 깊은겨!! 

  뛰어 내리실려고요? ^^

  제일 연장자셨던 왕언니가 저 높은곳에 올라가셨다. 뛰어내리신다고...>

 


<모두들 응원하며 지켜보고 있다. 왕언니 화이팅! 아자!>

 


<저 정도에서 뛰어내리는건 몇 몇에겐 식은죽먹기다.

  현재 서 있는 곳에서 저 하얀 포말이 일어난 곳으로 도약하며 뛰어내린다.>

 


<보기만 해도 시원타~다시 가고잡다.

  물은 보다시피 대체로 깨끗했으나 상류에 마을들이 있어서인지 돌이나 바위들에 물때가 많았다.

  그 덕에 물이 그다지 차갑지 않아 8시간이 넘는 긴 트레킹동안 추위를 느끼지는 않은 것 같다.>

 


<또 다른 다이빙 포인트.

  너무 멀게 잡았는데 현재 뛰어 내리는 사람은 울 회장님이다.

  다이빙 재미에 회장체면이고 뭐고 없다. ^^

  뛰어내린 지점은 상당히 깊어 저리 뛰어내려도 발이 닿지 않는단다.

  보기엔 별로인듯 보여도 여러 사람이 선뜻 뛰어내리지 못하고 주저할만큼 높이가 느껴진다.

 

  한참을 더 진행하여 계곡 트레킹이 끝날 즈음에 저기보다 훨씬 더 높은 바위와 더 깊은 소가 있었는데 

  겨우 세 명만이 도전을 할만큼 아찔한 곳이었다.

  카메라 아웃되어 더 이상 찍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물론, 다름 사람의 카메라엔 남아 있을 것이다.>

 


<내가 찍은 마지막 사진이다.

 이 사진 이후로도 4시간을 더 걸으며 놀았다.

 방수팩에 넣어가지고 다녔는데도 꺼냈다 집어넣었다 하는 통에 습기를 머금었는지 내 디카가 파업을 했다. -.-

 사진을 찍을 수는 있었는데 더 큰 문제 생길까 싶어 밧데리와 메모리카드를 분류해 두었다.

 그덕인지 다행히 사진은 건졌다.>

 

시원하고 즐거웠다.

오늘 날씨가 더우니 다시 가고 싶다.

탈출로가 없는 곳이고 거리가 너무 길어 걱정했었지만 다행히 별일 없이 안전하게 마쳤다.

서로에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