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걷기 여행 - 홍천강 따라 3백리(10-완주) : 가정리, 박암리

dreamykima 2008. 3. 4. 08:19

날 짜 : 2008년 3월 1일 토요일 / with 대장님, 쫑아와 친구, 현아님, 뱅기님

코 스 : 홍천군 동막리 삼거리 - 길곡리 - 모곡리 - 마곡리 - 충의대교 - 춘천 남면 가정리 - 박암리 : 약 23km

 

충의대교를 지나면 다시 홍천강을 따라 걷게 된다.

강을 왼쪽에 두고 걷는 길들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은 겨울을 품고 있지만 저 얼음 밑 어딘가에서도 봄이란 녀석이 꿈틀대고 있을터이지~

 봄은 기어이 오고야 말테니까.

 

 큰 길을 두고 다시 뚝방길을 걷는다.

 부드러운 흙길이 참 고맙다는 생각을 하면서...

 

 홍천강의 지류인 가정천이 얼어있어 얼음위를 넘어갈 수 있을까 했는데 어느 새 얼음이 녹고 강이 풀리고 있다.

 강에서 멀어져 가정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 잠시 돌아간다.

 

 가정천.

 물가 얼음의 두께는 아직도 20여cm는 될법한데, 가운데쪽은 저렇게 얼음이 풀리고 있다.

 

 반짝~반짝~~~강물을 보면서 얼음이 풀리고 나면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매주 다른 계획을 잡지 못하고 이 길을 걸으면서

 이것만 끝나면 한동안 홍천강은 아듀~~~라 했건만~~~쩝~

 

 논두렁 밭두렁도 지나고...

 이 논두렁 끝에 왼쪽으로 가정교가 있고, 우리는 가정교를 지나 다시 박암리를 향해 걷는다.

 

 따스한 햇살이 드리워지는 날.

 

 세 사람중 왼쪽이 나~

 현아님께 부탁해서 내 뒷모습도 한 장~ ^^

 

 박암리로 가는 길들은 작은 고개를 오르내리는 길.

 20여km 가까이 걸어온지라 고갯길들이 조금 힘이 든다.

 

 저 고개를 넘어가 왼쪽으로 들어가는 샛길이 있길래 잠시 쉬어본다.

 참석도 못하시며 터미널까지 일부러 나오셔서 간식 싸 보내신 오렌지님을 생각하며...

 새콤 달콤한 딸기가 입안 가득 향기를 품어내며 잠시나마 피로를 풀어주었다.

 

 박암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보는 홍천강.

 

 보리인지 밀인지...어느 새 파릇 파릇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조금만 지나면 쑥이며, 냉이며 파르르한 싹들이 돋아나리라~

 그 곁에 작은 들꽃들도 삐죽 삐죽 얼굴을 내밀겠지.

 그 시간들이 기다려진다.

 

 오후 4시 56분. 박암리.

 관천리에서 강촌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가 5시 20분에 있으므로 그 버스를 만나기전까지 걷기로 했다.

 

 

 가정초등학교 박암분교.

 현재는 폐교가 되었고, 건물 앞에 바비큐 그릴등이 놓여 있는걸 보니 누군가 장소를 빌려 민박과 캠핑장소로 쓰고 있는 듯 보인다.

 

 언제 폐교되었다는 표지판도 없고 이름표는 커녕 학교 교문조차 남아있지 않은 쓸쓸함이 묻어 나는 곳.

 저 작은 운동장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날들이 있었을터인데~~~

  

 홍천강을 따라 걸으면서 이처럼 폐교된 학교를 여럿 만났다.

 그 때마다 참으로 쓸쓸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주인 떠난 빈자리는 언제나 외롭고 쓸쓸하다.

 

 이 곳을 지나면 다시 작은 고갯길을 넘어가게 된다.

 지도상에는 '함바지'라고 되어 있다.

 동네 어르신이라도 만나면 마을 이름에 대한 유래라도 여쭈었겠지만 불행히도 만나지 못했다.

 

 함바지에 도착한게 5시 10분.

 함바지에서 또 작은 고개를 돌아 넘어가야 관천리.

 

 버스 시각이 가까워 더 이상 욕심내지 않는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걷는 회원님들과 초보 회원님들이다 보니 걷는 속도가 느리다.

 관천리까지 갔어야 하는데....라는 욕심이 남긴 하지만, 함바지에서 홍천강 물길 따라 삼백리길의 대미를 장식했다.

 

 솔직히 혼자서라도 관천리까지 걷고 히치를 해서 돌아나올까 생각했다.

 30분 정도면 목적했던 끝까지 갈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나를 계속 붙잡고 늘어졌다.

 그러나, 내가 만일 그리하겠노라~고 하면 오늘 함께 걸은 사람들의 맘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 되고, 

 살아가면서 내 욕심을 다스리는일도 걷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며, 걷는다는게 실상은 나를 다스리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관천리까지 꼭 가야한다는 의미가 없어졌다. 

    

 처음엔 별 생각없이 시작했다가 여기까지 오고나니 무언가 했다는 뿌듯함이 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었으리라.

 여러님들 함께 했기에 즐겁게 걸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대장님, 정만님, 산동무님과 친구분, 노송님, 이반장님, 모노톤님, 무비님, 여왕님, 현아님, 뱅기님, 그리고 쫑아와 그 친구까지  

 함께 해 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응원해주신 분들도 고맙다.

  

 5시 20분 마지막 버스를 타고 강촌까지 왔다.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강촌대교를 넘어가는데 노을진 북한강의 모습이 아름답다.

 

 북한강 따라 걷기도 시작해야하남? ^^

 길이 끝나는 곳에서 또 다른 여행은 시작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