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걷기 여행 - 송천을 따라 종량동까지...

dreamykima 2008. 2. 27. 10:56

날 짜 : 2008년 2월 23~24일 / with 걷기 모임 회원들.

코 스 : 횡계버스터미널 - 비치힐골프장 - 피덕령(안반덕) - 강릉, 고단 갈림길 - 강릉, 정선, 고단 삼거리 410번 -

          배나드리교 - 한터교 - 종량동 - 오장폭포 - 구절리 - 아우라지 : 약 40km

교 통 : 동서울 -> 횡계 : 오전 7:10분, 12,300원, 2시간 40분 소요

          정선 -> 동서울 : 오후 3:00 정각 16,400원 4시간 15분 소요.

  

 감자원종장에서 닭목령으로 간 일행들을 기다리다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지체했다.

 

 오후 5시 05분.

 대기리 삼거리를 지나 배나드리 삼거리쪽으로 열심히 걷고 있다.

 

 강원도의 높은 산들 너머로 설핏한 저녁 햇살이 드리워지고 있다.

 

 오후 5시 20분.

 드디어 배나드리 들어가는 삼거리.

 여기서 민박집이 있는 한터까지는 약 8km.

 

 앞산에는 아직도 부드러운 저녁햇살이 비추고 있지만, 산 아래쪽은 벌써 시커멓게 웅크리고 있다.

 살다보면...그래....살다보면.....세상 곳곳에서 이런 곳과 마주하게 되리라.

 햇살이 오래도록 드리워진 곳과 쉬이 들지 않는 곳.

 쉬이 들지 않는 곳을 보듬으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하리라.

 

 산이 제 그림자를 안고 시커멓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오후 5시 36분. 

 아직은 컴컴하지 않다는 이유로 몇 몇은 차를 타지않고 저벅 저벅 세상 속으로 걷기를 고집했다.

 

 그러나, 10여분 더 걷다가 6km정도를 남기고 결국은 차를 타고 민박집으로 이동했다.

 

 힘들다 하시며 차를 타고 먼저 가신 님들의 작품이다.

 아마도 힘들기보다는 먼저 가서 뒤에 오는 사람들을 이렇게 배려하기 위함이었으리라.

 덕분에 도착하자마자 정성을 담은 음식들로 고픈 배를 맘껏 채울 수 있었다.

 

 비록 민박을 하지만 마당 한 켠에 모닥불을 피워본다.

 삼겹살도 굽고, 소주도 한 잔씩 돌리고~~~~

 

 하늘 위에선 선명한 별자리들이 우릴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오전  8시 54분.

 이른 7시에 아침을 먹고 출발한다던 일정이 한시간 가량 늦어졌지만 그래도 다들 늦장피우지 않고 서두른덕에 일찍 출발했다.

 이제 송천과 노추산계곡을 따라 종량동을 향해 걷는다.

 

 배나드리 입구에서 종량동까지는 아주 멋진 오프로드길이었는데 어느 새 길을 모두 닦아 도로포장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민박했던 한터까지는 이미 포장이 되었고, 한터에서 종량동까지 약 6km구간이 아직 포장되지 않은 길이다.

 

 아침을 먹을 때 흰눈이 날리더니 우리가 출발할 즈음에는 금새 그치고 파란 하늘이 보였었다.

 길을 걷는동안 또 눈이 내린다. 가만~ 가만~

 

 춥지않은 날씨에 가만 가만 내리는 눈을 맞으며 우리가 온통 점령한 길을 걷는 맛이란 무엇에 비할까.

 

 유일한 꼬맹이 희준이.

 힘들법도 한데 짜증내지 않고 잘도 걷는다.

 

 눈썰매용 비료포대를 한쪽에 끼고 걷는 희준이의 얼굴에 어른들이 잃어버린 아름다운 표정이 살아 있다.

 

 춘설이 난분분하던 길.

 절기상으로 보면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 지났으니 이 눈은 봄눈이라고 해야할게다.

 

 길은 누구도 거부하지 않는 겸손을 지녔다고 했다.

 그러나, 누구나가 그 길에 설 수 있는건 아닌 듯 하다.

 

 눈 앞에 걸어야 할 길과 만나야 할 시간들이 펼쳐져 있는 사실만으로 여행자는 충분히 행복하다....고 곽재구 시인은 말했다.

 

 겨울의 산들은 제 속살을 모두 드러내놓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눈썰매에 신이 난 희준이.

 아이의 맑은 표정에 어른들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도시의 어느 곳에서 타는 눈썰매가 여기에 비할까.

 손 시려운것도 참고 비료포대를 꼭 끼고 온 보람이 있으리~

 

 즐거운건 아이뿐이 아니다.

 

 

 멋진 노송들이 열병식하듯 서 있는 길을 멋진 사람들과 함께 걷는다.

 

 드뎌~ 종량동이다. 오전 10시 37분.

 앞으로 2km정도를 가면 오장폭포이고 또 거기서 2km 정도를 가면 구절리이다.

 

 포장도로를 내며 가운데 있는 저 멋진 소나무들을 베어내지 않은 사람들에게 만복이 있으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