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여름 여행 - 아침가리~! 여전히 아름다운 그 길에 서다.

dreamykima 2008. 7. 14. 18:23

날 짜 : 2008년 7월 12일

코 스 : 방동고개 - 조경동교 - 조경분교(폐교) - 아침가리 - 명지가리 - 월둔삼거리 - 월둔교 : 약 18.5km

 

살아가면서 어느 한 곳쯤은 정말 좋은 기억으로만 채워지는 곳도 있을터였다.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먼 훗날에도 그곳을 떠올릴때면 가슴 따뜻해져 오는 그런 곳 하나쯤 있다면 정말 행복하리라.

사람도 마찬가지일까?

그랬으면 좋겠지만...쉽지는 않으리라~

 

anyway, 강원도 인제 현리의 아침가리골.

그곳이 내게는 그렇다.

그 길의 아름다움은 차제하고라도 그곳에서 내가 가진 기억들이 항상 즐겁고 행복한 한때였기 때문이다.

내 좋은 사람들과 내 인생의 아름다운 시간들을 만들어 내었던 곳.

 

내가 그곳에 처음 갔던 때가 2000년 7월이었다.

2박 3일동안 그 아름다운 길을 가족같은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그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 얼마나 행복했는지...

 

물론,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그 후로, 오지 가족들 모두 아침가리를 항상 그리워했으므로...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아침가리를 걸었다.

그동안 항상 오프로드 차량을 타고 이동했던터라 오랜만에 걷는 그 곳이 다소 생경하기까지 했다.

그리 자주 다닌 길이었지만 차를 타고 가는 길과 내 두발로 걸어가는 길이 그렇게 공간적 차이를 드러낼 줄이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서울에서 당일코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얼마나 뿌듯한지 모르겠다.^^

처음 그곳을 다닐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고, 찾는 사람도 많아져 예전의 정취를 잃어가는 듯싶지만,

그럼에도 오랜 연인을 쉬이 버리지 못하듯 그곳을 찾아다닐 듯싶다.

 

대중교통의 연계가 썩 좋은것만은 아니고, 중간에 한 두번 쯤은 히치가 필요하다. ^^

지난 토요일에도 월둔교에서 내면까지 약 9km 구간은 히치를 시도하였다.

 

내면에서 홍천으로 가는 6시 버스를 타기 위해 히치를 시도했는데 기꺼이 차를 세워주신 분이 현지 주민이셨다.

56번 국도와 내린천길로 갈리는 삼거리까지 1km만 가신다는 길을 잠깐이라도 태워달라 했더니 

너무도 감사하게 왕복으로 16km나 되는 길을 돌아 내면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주고 가셨다.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어서 삼거리에서 기다리면 56번 도로에서 오는 차들과 내린천에서 나오는 차들이 거쳐가는 곳이니

조금 나을 듯싶어 그리했던 것이었는데...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복이 많~다. ^^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아침가리골.

 오늘 같은 날 구룡덕봉에 올랐으면 정말 멋진 운해를 볼 수 있었을터이지만, 아무래도 그 곳까지 왕복 8km를

 그리 늦지 않은 시간안에 주파할 자신은 서지 않았다.

 

 그 곳엔 아마도 박새와 범꼬리등이 만발했으리라~ 보고싶은 녀석들~

 현지 주민에 의하면 정상에 있던 군 시설물도 철거되었다고 하니 이제 그 곳은 야생화들의 천국이 될 것이다.

 담에 갈때는 시도를 해 봐야겠다. 조금 늦게 돌아오면 어떠하랴~

 

 방동고개에서 조경동교로 내려서는 길.

 앞에 가시는 저 두 분은 노부부이신데 걸음들이 얼마나 빠르시던지...

 남편되시는 분께서 40여년 산을 다니셨다고 한다.

 오늘은 조양동계곡을 따라 계곡트레킹을 하시고 갈터마을로 내려가실 예정이시라고 했다.

 

 내가 샌들을 신고 있는걸 보시고는 계곡트레킹에 위험하다며 걱정 해 주셨다.

 어르신의 오랜 경험으로 진심으로 해 주시는 걱정이라 감사하게 생각했다.

 물론, 나도 계곡트레킹시에는 당연히 등산화를 착용한다.

 

 12시 40분. 폐교된 조경분교.

 이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조경동 다리에서 이곳까지 항상 가까웠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걸어보니 꽤 먼거리.

 거리를 재어보니 1.4km나 된다.

 항상 가까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계속 차를 타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내가 처음 이곳을 보았을때는 안에도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는데 요즘은 방치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오랜만에 털보 아저씨도 만났다. 

 

 1시 30분. 다시 갈 길을 재촉한다.

 

 보이는 밭은 재 작년까지 나무가 울창했던 곳이었다.

 어떤 연유인지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저렇게 밭을 일구어 콩을 심어두었다.

 

 털보아저씨께 그 말씀을 드렸더니 자세한 말씀은 없고, 사는 사람은 답답하지요~ 하신다.

 

 폐교 뒤로 안 보이던 집이 하나 더 있고,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사람이 기거하는 것으로 보였다.

 

 

 항상 9번째 다리로 외고 있던 곳.

 다시 세어보니 조경동 다리부터 세면 10번째 다리다.

 오프로드 차량들이 꽤나 애를 먹으며 통과하는 곳인데 순정차량들이 지나갔는지 돌을 무척이나 많이 다져 놓았더군.

 

 여전히 아름답고 깨끗한 아침가리골.

 장마철에 가뭄이라더니 수량이 적었다.

 

 이렇듯 계곡 가로지르기를 열 대여섯 번 해야 아침가리를 지나 명지가리로 올라서게 된다.

 

 명지가리에서 월둔고개로 올라서기 전 방동약수보다 탄산맛이 더 강했던 약수터가 계곡 중간에 있었는데,

 분명 그 물맛을 본 적이 있고, 주변의 돌들이 모두 주황색으로 변해 있던것을 내 두 눈으로 보았는데

 갈 때마다 어디였는지 찾지를 못하겠다.

 오른쪽으로 계곡을 내려가 있었던 곳이었는데...

 

 컴컴하기조차 한 울창한 숲 길.

 이 길을 내 두 다리로 걷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즐겁다.

 

 이 아름다운 숲 길이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있기를...

 

 앞서가는 건각들의 뒷 모습이 아름답다.

 

 월둔고개로 올라서는 마지막 피치.

 10여km 이상을 걸어온터라 명지가리에서 월둔으로 올라서는 오르막길이 약간은 힘들었다.

 

 저 앞이 바로 월둔고개. 

 명지가리쪽으로 몇 십미터 지점에 누군가 오프로드 차량들의 통행을 막기위해 파 둔 구덩이.

 정보에 의하면 3m이상 파 두었었다고 했는데 벌써 많이 메꾸어졌다.

 차체가 낮은 롱바디 차량들은 통과하기 힘들겠지만 숏바디나 차체가 높은 튜닝차들은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듯 보였다.

 

 걷고 있는 도중에 랜드로버를 비롯한 오프로드 차량이 서너대 지나갔는데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걸로 보아 무난히 통과했으리라.

 

 월둔고개 지나 월둔으로 내려가는 길.

 

 구룡덕봉으로 오르는 길은 바리케이트가 쳐 있었는데 오프로드 차량들은 쉽게 우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걷기 시작할 때 만났던 산악자전거 팀들을 나중에 월둔교에서 다시 만났는데 그 팀들은 구룡덕봉까지 올라갔다 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많이 부러웠다.

 솔직히 구룡덕봉 코스를 들리지 않으면 아침가리 코스의 의미가 반감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월둔쪽에도 이렇게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었지만 사진에서 보는것처럼 차량들은 오른쪽으로 우회해서 쉽게 빠져 나간다.

 

 뒤로 멀어져 가는 길이 아쉽다.

 

 월둔교...

 언제였던가~ 현란한 가을이 지나가는 즈음에 우린 이 다리에 앉아서 수다를 떨어가며 놀았었는데...

 오후님의 테라칸이 key를 꽂은채로 문이 잠겨버렸었지~ 

 뒤로 보이는 산의 단풍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아직도 생생하다.

 

 행복한 걸음이었고, 오래 묵은 숙제를 끝낸 듯 하지만 여전히 구룡덕봉에 올라가보지 못해서 아쉽다.

 여름이 가기전에, 아침가리의 해가 너무 짧아지기전에 다시 한 번 가야겠다. 

 

 선뜻 가자고 했던 사람이 없었다면 혼자서는 시도하지 못했으리라~

 많이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