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걷기 여행 - 옛길 찾아 걷기 : 가좌리 - 말구리재(마전령)

dreamykima 2008. 7. 1. 08:27

날 짜 : 2008년 6월 28일

코 스 : 옛길 약 10km

 

과거 영남에서 한양땅으로 통하던 고개들이 있었다.

 

경상북도 문경시와 충청북도 괴산군 사이에 있는 고개인 조령이 그 하나요.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과 충북 단양군 대강면의 경계에 있는 고개인 죽령이 그 하나요.

경상북도 김천과 충청북도 황간 사이에 있는 고개인 추풍령이 그 하나다.

 

문경새재로 잘 알려져 있는 조령(높이 643m)은 백두대간의 조령산(1,017m) 마루를 넘는 재로,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 만큼 험하다 하여 새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현재는 관광지화되어 그 이름이 무색하리만치 대로가 되었다

 

높이 689m인 죽령은 대재라고도 불리웠으며, 험준한 소백산 자락에 위치하여 영남과 호서를 가르는 길목이었다.

현재는 중앙고속도로와 4.5km의 죽령터널로 인해 구불 구불 죽령길에는 차가 거의 다니지 않게 되었다.

폐쇄된 공간을 별로라 하는 나는 죽령터널을 지날때마다 불규칙하게 뛰는 내 심장 소리를 듣곤 한다.

그 기다란 공간을 빠져나오면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지난 해였던가. 경북 안동까지 갔다가 고속도로를 버리고 재미삼아 죽령길로 넘어왔던 적이 있었는데...

(호서는 충청남·북도의 별칭으로 제천 의림지의 서쪽이라는 뜻)

 

높이 221m인 추풍령은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의 분기점이고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며 영남과 중부지방을 잇는 중요한 교통로였다.

 

그러나 이들말고도 민초들이 넘나들던 고개들이 있었을 것이다.

현세의 고달픈 삶에 염원을 담아 내세를 기약하며 넘나들던 그런 고갯길이...

그 중 하나가 험준한 백두대간 준령을 넘는 하늘재.

현재의 하늘재가 가장 오래된 고갯길이라는 계립령이 아니라는 이론도 있지만

이론적인 근거가 빈약하다고 해서 그 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길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엄연히 존재하며 여전히 영남과 호서를 잇는 소통로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문경에서 하늘재로 가기 위해 넘던 옛길을 찾아내었다.

지도를 보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의 도로 말고 질러가던 길이 있었을꺼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 옛길을 찾아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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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했던대로 하늘재로 가는 옛길을 찾아보고 왔다.

초행에 길을 잘 못 들어 잠깐 알바를 했지만 아주 멋진 길을 찾고 왔다.

 

지난 번 태백산 다녀오면서 경희랑 조령산에 가자...했었다.

그러나, 요즘처럼 비가 오락 가락하는 장마철에 조령산과 신선암봉을 잇는 바윗길들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

과감히 포기하고 도보여행을 계획한다.

 

초행에 옛길의 상태가 어떤지 모르고 있어 경희와 둘이서만 가기가 조금은 버거웠다.

걱정하던차에 날아온 문자...

 

"내일 어디서 몇시에 만나나요? 토요일 번개가 취소되어서..."

 

내가 주말마다 어디론가 향하는줄 알고 있기 때문에 걷기모임의 번개가 취소된 후 온 문자였다.

덕분에 너무도 편안하고 든든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게다가 수영이가 함께 해 주어서 교통편의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출발점을 찾지 못하고 약간 헤매는 바람에 출발 시간이 늦어졌고,

걷는 내내 비가 내려 예정했던 20km의 코스를 걷지 못하고 왔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길 위에서 즐거운 시간이었고,

활엽수 많던 그 길을 가을에 꼭 다시 가보리라 했다.

 

 <옛길을 찾아들어가기 전 잘 못 들어가 만났던 마을.

   요즘처럼 오지가 많이 사라진 때에 오지여행지로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 그런 조용한 마을이었다.>

 

<지방도에서 벗어나 저 가운데 보이는 하얀색 길을 따라 왔다.

  이번엔 이 길을 차를 타고 움직였지만 다음에는 큰 길에서부터 걸어 볼 생각이다.>

 

 <옛길의 시작점에 도착했을때가 이미 12시. 버스 종점인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비를 피하며 점심을 먹고 출발했다.

   저 산 가운데 움푹 꺼진 곳이 우리가 넘어야 할 고개다. 해발 600m가 넘는 고개다.

 

   현재는 이리 저리 길들이 잘 정비되어 있고, 포장이 되어 있어 해발 600여m 고갯길들은 아무것도 아닌듯이 생각되지만,

   그 옛날 이 고개가 얼마나 험난했을까~ 생각해본다.

   삼국시대 그리고 고려와 통일신라의 접경지역이었으니 민초들의 삶이 결코 순탄치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더불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래서 이 곳에 불교가 삶 깊숙히 자리잡고 들어올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작은 골짜기에 커다란 절들이 있고, 그 지명들 또한 예사롭지 않으니 말이다.>

 

 

<현재도 이렇듯 깊숙한 길이다. 얼마 전, 이 길이 약간 정비가 되었다고 했다.

  그 이전의 길은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가을엔 정말 아름다운 숲길이 될 듯 하다.>

 

 

 

 <고봉의 산들로 둘러쌓인 길. 시계가 트였으면 정말 아름다웠으리라~>

 

 

 <이곳이 위의 사진에서 보았던 움푹 꺼진 바로 그 고개다.

  사람도 다니지 않는 길을 왜 인위적으로 30여m나 깎았는지 모르겠다. 설마 여기도 포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제발~ 어느 한 곳이라도 아스라히 먼 옛사람들의 발자취로 다져지고 다져져 태고적부터 있어 온듯한 길.

  그런 길로 남아있길...

  깎아내고, 터널을 뚫고, 콘크리트 더미를 부어 인위적으로 반듯하게 만드는 빠른 길이 아닌,

  산의 굴곡을 따라

  강의 굴절을 따라

  오랜 시간을 거치며 수 천년, 수 백년 동안 사람들의 발길로 다져졌을법한 그런 느린 길로 말이다.>

 

 <아직 이렇게 남아 있는 길이 참 소중하고 고맙다.>

 

 <날이 좋았다면 백두대간의 준령들이 한 눈에 들어왔을터인데 참 아쉽다.>

 

 

 

 

 <사과가 유명한 문경. 마을 어르신께서 어떤 종이라고 알려주셨는데 그새 잊었다. 에고~

   8월말이면 수확이 가능하다고 했다.

  

  무럭 무럭 이쁘게 자라거라~ 주인의 시름이 조금이라도 덜어질 수 있도록...>

 

 <고개를 내려가면 만나는 동네. 보이는 정자에서 따스한 쟈스민차를 끓여마셨다.

   비가 오고 있어 습도가 높아서 땀은 땀대로 흘렀지만, 따스한 차의 온기가 참 좋았다.>

 

차를 마시고 2~3km를 더 걸은후에 도보는 끝이났다.

예정했던 하늘재 너머까지는 가지 못했다.

걷는 내내 비를 맞아서인지 체력소모가 많았고, 비가 그칠 기미도 없었으며 시간이 벌써 5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으므로...

대신 다음을 기약했다.

어느 좋은 날 다시와서 못 다 걸었던 길들을 꼭 걸어보리라~ 했다.

 

경희와 수영이는 예정했던대로 박달재로 캠핑을 하러 갔고, 나머지는 밀리지 않고 늦지 않게 돌아왔다.

박달재에서는 곰 두마리(?ㅋㅋ)가 아사직전이니 빨랑 와서 요리를 해달라고 번갈아가며 전화를 해 졸라댔지만

일요일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캠핑장으로 가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