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여름 여행 - 고치재 넘어 정기 여행 가던 날.

dreamykima 2008. 8. 19. 11:59

날 짜 : 2008년 8월 15~16일 / with 오지가족들

 

동호회 정기 여행이었다.

지난 달 여행에도 비가 와서 계곡트레킹이 무산되었는데 이번달에도 똑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에고~ 아쉬워라~

 

아무래도 울 회장님 기가 약해지셨나~ ^^

예전에는 우리가 여행을 가면 오던비도 멈추곤 하였는데...

 

여행지 인근에 고치령이 있었다.

가는 길에 그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15일 고치재를 걸어서 넘기 위해 일찍 출발하였으나, 2박 3일 황금연휴에 휴가 막바지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려

서울을 벗어나기가 너무도 힘겨웠다.

겨우 겨우 영주시 단산면 좌석리에 도착하여 걷기 시작.

구비 구비 힘든 고갯길을 올라 고치재를 넘고 그 아래 500여m에 있는 샘터를 지나 1km나 갔을까 싶은데 쏟아지는 장대비.

우산을 쓰고 있었지만 워낙 세차게 내리는 비에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 가던 길을 멈추고 되돌아와서 차를 타고 고치재를 넘었다.

   

 

 좌석리에서 고치령으로 가는 포장길.

 비록 포장이 되었으나 꽤 운치있는 길이었다.

 

 

영주시 단산면 좌석리에서 고치재를 넘어가면 마락리다.

고치재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여전히 영주시 단산면 마락리다.

대개 예전의 행정구역들이 재를 사이에 두고 갈렸던 것을 생각하면 해발 760m나 되는 재를 사이에 두고도

마락리가 단양이 아닌 영주시에 속해있는것은 특이하다.

마락리를 지나면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가 나오고 그 곳에서 김삿갓묘역을 넘어 민화박물관쪽으로 가다보면

영월군 하동면 와석리이다.

 

차를 타고 가다보니 네비에서 가르키는 지명들이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3도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특이한 곳이다. 

 

영주시 단산면 좌석리에서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까지 약 22.5km정도 되는 길이다.

도보여행을 나선다면 의풍리에서 출발해 고치령을 넘어 좌석리로 넘어가는 길이 좋을 것 같다.

의풍에서 고치재까지는 13.5km, 고치재에서 좌석리까지가 9km이고 모두 외길이다.

좌석리에서 고치령을 오르는 길은 깨끗하게 포장이 되어 있지만 고치령을 넘어 마락리로

마락리에서 의풍리로 가는 길은 아직은 좁은 흙길이라 꽤 걸을만한 길이다.

예전엔 승용차로 고개를 넘기가 언감생심이었지만 지금은 조심 조심 넘어다닐만한 길이 되었다.

 

힘차게 뻗어내려오던 백두대간이 태백산을 지나 서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만나는게 소백산이다.

호서와 영남을 가르는 경계로 높고 험한 준령들이 도열해 있는 소백산 일대는 과거 삼국시대의 치열한 각축장이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민초들은 오로지 생존을 위하여 이 험산 준령들을 넘어 호서와 영남을 오갔을 것이고, 궁핍한 삶을 이어갔을 것이다.

이 고치재도 소백산을 넘어 호서와 영남을 오가는 길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우리가 15일밤 캠핑을 한 곳은 내리에서 88번 지방도를 타고 조제로 넘어가는 대야치 고갯마루다.

해발 700m정도 고지에 하늘이 트여 있는 곳인데 조금 불편하긴 해도 우리끼리 캠핑하기엔 그만인 곳이다.

 

 <2006년 사진>

 <2006년 사진>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들.

오랜만에 얼굴 마주해도 항상 그 자리에 편안하게 있는 얼굴들.

민화박물관에 들렀다 나오는 길에 마신 동동주 몇 잔이 나를 불편하게 해서 술 한잔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즐거운 기분이었다.

 

비가 오지 않았으면 더 멋진 캠핑이 되었을터인데...15일밤이 보름날이었는데...아쉽다.

지난 2006년 캠핑때에도 보름이 지난지 며칠 되지 않았었다.

인공 불빛 하나 없는 곳에 휑하니 떠오른 달님이 작은 돌멩이 하나까지 비추어 주었었는데...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 계곡트레킹은 못하고 느즈막히 일어나 수다떨고 먹고...늦지않게 돌아왔다.

 

17일은 비를 맞고 걸었던게 화근이 되었던지 그 더운데 이불 뒤집어쓰고 하루종일 시체놀이했다.

어째 연례행사로 치르는 여름감기가 올해는 나를 피해가나보다 했다.

잔병치레도 하지않고 별다르게 아픈데도 없는 나인데 이상하게 여름감기는 꼭 치르고 가게 된다.

 

소백산 자락에 다녀오니 소백이 무척 그립다.

조만간 다시 소백에 들었다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