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소백산 산행기 8 - 28m의 희방폭포

dreamykima 2008. 8. 25. 12:48

날 짜 : 2008년 8월 23일 / 나홀로

코 스 : 천동리 - 비로봉 - 연화봉 - 희방사 - 주차장 : 약 14.3km

교 통 : 동서울 -> 단양 : AM7:00 버스 / 11,900원

          풍기 -> 청량리 : PM5:51 기차 / 12,800원

 

지난 주말은 오래전부터 가족여행이 예고되어 있었다.

명절이라는 복병이 눈앞에 있는줄 모르고...

집안의 맏며느리인 울엄마, 명절이 다가오니 벌써부터 이런 저런 일들로 바쁘시단다.

아빠와 울집 하나밖에 없는 아들도 벌초가야 한다고...

 

덕분에 깜짝선물같은 빈 주말시간이 주어졌다.

무엇을 할까 생각해본다.

지난 주말 고치재를 다녀오며 가보고 싶었던 소백에 들기로 했다.

소백의 능선 가득히 피어 있을 들꽃들이 보고 싶었다.

 

망할 일기예보로 고생은 조금 했지만, 오랜만에 약간은 적막한 소백의 능선을 걸었다.

8월의 비로봉은 둥근이질풀의 천국이었고, 연화봉은 분홍빛 물봉선들로 뒤덥혔다.

 

병조희풀을 만나 반가웠고,

둥근이질풀, 물봉선, 노랑물봉선, 진범, 마타리, 정영엉겅퀴, 까실쑥부쟁이, 구절초, 바위떡풀, 어수리, 들깨풀, 파리풀, 며느리밥풀

익모초, 짚신나물, 참취, 시들고 있는 단풍취, 꼬리풀, 며느리밑씻개, 잔대, 달개비, 가는장구채,

처음 본 멸가치(너무 작아서 제대로 담지 못했슴.), 흰송이풀, 아직도 피어있는 물레나물 등 등

또 무얼 보았더라~~~너무 많이 봐서 생각이 안나네~

수 많은 들꽃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근데, 왜 사진은 없느냐고 묻지 마시라~ 정말 맘 아프니까는... -.-

 

오랜만에 내려가본 희방사길.

여전히 급경사 계단길이 나를 힘들게 했지만 수량 풍부한 희방폭포의 물소리에 많은 것들이 날아갔다.

 

좋은 사람 때문에 / 이성부


초가을 비 맞으며 산에 오르는
사람은 그 까닭을 안다
몸이 젖어서 안으로 불붙는 외로움을 만드는
사람은 그 까닭을 안다
후두두둑 나무기둥 스쳐 빗물 쏟아지거나
고인 물웅덩이에 안개 깔린 하늘 비치거나
풀이파리들 더 꼿꼿하게 자라나거나
달아나기를 잊은 다람쥐 한 마리
나를 빼꼼이 쳐다보거나
하는 일들이 모두
그 좋은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이런 외로움이야말로 자유라는 것을
그 좋은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감기에 걸릴 뻔한 자유가
그 좋은 사람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비 맞으며 산에 오르는 사람은 안다

 

- 내집 책꽂이에도 얌전히 꽂혀 있는 시집, 지리산 시인 이성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