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11년 11월 12~13일 /
(드뎌 내 오랜 길동무인 후지 FinePix F30이 다시 못 올 먼 길을 떠났다.ㅠㅠ)
1.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다.
오랜만에 이른 기차를 타기 위해 토요일 새벽을 깨운다.
용산역에서 7시 25분 익산으로 가는 KTX를 타기 위해서는 적어도 6시 30경 나서야 여유롭기 때문이다.
구례구역까지 한번에 가는 KTX를 타고 싶었지만 첫차인 5시 30분은 너무 이르고 그 다음 열차는 좌석을 구하지 못해
차선책으로 익산에서 무궁화 기차로 환승하는 방법을 택했다.
7:25am 용산역->익산 (9:13 도착) / 9:40am 익산 -> 구례구역
덕분에 막연하게나마 계획하고 있던...구례에 일찍 도착해 노고단까지 올라가보리라는 계획은 어긋나게 되었다.
KTX의 선행(先行)을 위해 곡성역에서 10분 이상을 멈춰선 탓에 10시 58분에 도착한다던 기차는 11시 15분이 되어서야
구례구역에 나를 떨궈주었다.
익산 환승역에서의 군것질꺼리와 미리 챙겨온 간식들로 배를 이미 채웠기 때문에 기차에서 내려서자마자 사성암으로 향했다.
구례구역에서 사성암 입구까지는 넉넉잡고 걸어도 채 1시간이 걸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예정보다 늦게 구례에 도착했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급해 택시를 탔다.
택시는 m기를 누르지도 않고 5,000원을 받았다.
맘에 들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떠나온 여행길이라 아무소리 안했다.
여행길에서는 사소함으로 인하여 맘 상하는 일도 또한 즐거운 일도 더 많다.
2. 여행길에서 만난 사성암
사성암에는 몇 년 전 캐나다로 떠나는 친구와 둘이서 들렀던 적이 있었다.
섬진강가에 희디 흰 매화꽃이 난분분 난분분 흩날리던 어느 좋은 봄날이었는데...
매화마을에서 화개대교까지 거의 주차장이 되어버린 그 길가에서 우리가 마침 얻어탄 차가 사성암으로 간다 했었지.
부산에서 오셨다는 보살님 두 분과 처사님 한 분은 아마도 사성암 부처님께서 자신들을 부르는 모양이라시며 즐겁게 우리를 태워주셨었다.
시간이 있고, 혼자서 발길 닿는대로 흐르고 있는지라 느릿 느릿 오산 정상에 올라보았다.
생각보다는 시계가 좋지 않아 지리산이 깨끗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구례 평야와 굽이 굽이 섬진강은 볼 만 하였다.
사성암을 나와 구례까지 섬진강을 따라 걸었다.
혹시나 구례장이 아닐까 했는데 그 다음날인 13일이라 했다.
구례 이곳 저곳 골목을 기웃거리다가 간단한 점심을 챙겨 먹었다.
우리가 묵어야 할 민박집 방이 선약되어 다른 민박집을 구해야 한다는 소식에 예정보다 일찍 목적지로 가기로 했다.
터미널에 들려 압록이나 하한리로 가는 시내버스를 찾아보니 아뿔싸~ 상한마을까지 들어가는 버스가 10분전에 떠났고,
그 다음 압록으로 가는 버스는 3시에 있었다.
현재 시각 2시 20분.
40여분을 빈둥거리며 기다리느니 구례구역쪽으로 걷기로 했다.
5km가 조금 넘는 거리이니 가다보면 버스가 오겠지~란 생각을 했다.
인도 구분이 없는 편도 1차선 도로는 안전하지는 않았지만 차가 많지 않아 그다지 위험하지도 않았다.
차를 얻어탈까 하다가 그냥 선들거리며 걷는 것도 나쁘지 않아 느릿 느릿 걸었다.
샛길이 나오면 차도를 버리고 무조건 샛길로 접어들었다.
덕분에 감 농원들도 만나고 폐교된 신월분교장도 만나고...
작은 연못도 만나고...어떤 나즈막한 고개에 서니 멀리 보이는 산 능선들이 정말 멋졌는데 카메라가 고장나 담아올 수 없음이 정말 아쉬웠다.
다음에 구례에 가면 꼭 그 곳에서 멀리 보이는 산 능선들을 담아보리라.
3. 길 위에서는 항상 바람을 닮은 자유를 꿈꾼다.
보이는 무엇인가를 굳이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설명 할 필요가 있을까~
때로는 그저 그대로 두고 보면서 즐기고 싶은 것들이 세상엔 참 많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이른 아침 잠을 포기하고, 내 집의 안락한 잠자리와 편안함을 포기하고 길을 나선다.
사성암에서 얻은 셀카 한 장.
삼각대도 없이 그냥 돌 위에 카메라를 얹어두고 찍었는데 생각보다 재밌게 나왔네~
누군가에게 부탁해도 내가 원하는 구도로 찍어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냥 셀카를 찍었다.
삼각대가 있었으면 원하는 구도가 나왔겠지만 평평치 않은 돌 위에서 불안정하게 얹혀진 카메라에서 나온 구도이니 무얼 더 바라겠는가~
게다가 몇 m 떨어진 곳이어서 뛰어가 자세잡는데만도 10초가 훌쩍 가버렸다. ㅎㅎ
날아보려고 애써보지 않은 사람은 추락 할 일도 없다. 그러나, 그건 불행한 일이다.
시간이 결코 멈추는 일이 없는 영원한 여행객인것처럼, 흐르는 강물도 결코 멈추지 않는 영원성을 지녀야 강의 본질을 간직하리라~
무엇이든 가장 아름다운 것은 내가 그 안에 속하고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그 곳에 없었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여행이었을망정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오랜만에 오지 가족들과 함께 그 곳에 있어 행복하고 아름다웠다.
상한마을 이장님댁 뜨뜻한 구들장과, 맛난 음식들,
이쁜 녀석 채원이와 영진씨가 아궁이에서 끊임없이 구워다 준 맛난 군고구마,
이장님께서 아낌없이 내어 준 잘 익은 대봉감의 달콤한 맛들,
이른 새벽 산책길에 만난 태안사, 아침 햇살 비집고 들어오던 그 절집이 고즈넉했다.
처음으로 가보았던 지리산 자락의 문수사와 작은 작은 산마을들의 정경도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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