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110723] 무더운 날, 두 다리로 오뚜기령 넘기

dreamykima 2011. 7. 25. 18:26

날 짜 : 2011년 7월 23일 / with 신

코 스 : 일동터미널 - 오뚜기령 - 논남기 약 18km

 

연일 내리는 비에 질리는 날들이다.

차라리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 그립다.

어딘가로 햇볕사냥이라도 나가고픈 그런 날들이다.

 

소백산에 가기로 했었다.

왜솜다리가 피어있지 않을까 싶어 보러 가고 싶었다.

그러나 바야흐로 휴가철이 시작되었다.

서울에서 멀리 나서봐야 길 위에서 온종일 보내게 생겼다.

 

가까운데 어디 갈만한 곳이 없을까를 찾다가 오래전부터 네바퀴가 아닌 두 다리로 걸어서 넘어보고 싶었던 오뚜기령을 가보기로 했다.

무덥고 습한 날씨에 계곡이 그립기도 했고...

신군도 그래보고 싶었던지 단번에 오케이를 한다.

 

일동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9시 30분.

예정했던 시간보다 30여 분 더 걸렸다.

이런저런 유원지가 있는 곳으로 통하는 47번 국도는 주말 피서객들로 예상처럼 많이 막혔다.

 

일동터미널에 도착해서 무리울 마을로 길을 잡는다.

큰길을 따라 걷다 제일온천에서 꺾어져도 되지만 가능한 작은 길을 찾아 걷는다.

터미널에서 무리울까지는 4km 정도 된다.

무리울에서 임도 입구로 들어서면

요이 땡~해서 오뚜기령까지 6km 내내 오르막이다.

돌고 돌면 끝일듯해도 또다시 돌고 도는 길이 이어지는 지루한 임도이다.

해는 뜨지 않은 날씨였으나 매우 습해서 땀이 비 오듯 흘렀다.

고개 넘어 계곡을 생각하며 걷고 또 걸었다.

옆 풀숲에서 무서운 것을 보고 혼자서 화들짝 놀라

가능한 길 한가운데로만 신군 뒤꽁무니를 따라가는 중이다. ㅠㅠ

 

곧 무너질듯한 교통표지판이 이곳이 엄연한 지방도임을 나타내고 있다.

오뚜기령 표지석에서 조금 더 오르면 너른 공터가 나온다.

조용한 곳을 찾는 캠퍼들과 오프로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가끔 찾는 곳이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조용한(?) 캠핑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만하다.

물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캠핑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강추할만하다. ㅋㅋ

물이 없는 게 흠이긴 하지만 해발 800m에 가까운 곳이라 좋은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연일 계속되는 장맛비에 길들이 많이 유실되었다.

오뚜기령 정상에서 4륜구동 몇 대 만났는데 이곳에서 고전하지 않았으려나~

급하게 코너를 도는 길인데, 조금만 코너링을 잘 못 해도 한쪽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개 넘어 조금만 내려가면 계곡을 만난다.

이제부터는 계속 계곡을 따라 걷게 된다.

아마도 열댓 번 넘게 계곡을 가로지르지 않았나 싶다.

 

때로는 신발 벗어들고 물속을 첨벙첨벙 건너기도 하고,

때로는 이렇듯 징검다리 찾아 조심조심 건너기도 하고...

길 바로 옆 오른쪽으로 계곡은 계속 이어진다.

 

 

힘 좋은 루비콘 한 대.

앞서간 차들이 공사 해 놓은 것을 비웃듯 옆으로 바위를 치고 오르는데 와우~ 소리가 절로 나왔다.^^

윈치도 없이 달랑 혼자 왔던데 그만큼 자신 있다는 의미겠지~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했던가~

그러나, 이곳은 엄연한 길이다. 계곡이 아닌...,

계곡은 현재 왼쪽으로 흐르고 있고, 연일 내린 비에 수량이 풍부해져 길 또한 계곡으로 변했다.

 

가끔은 삶에서 이런 길도 만날 것이다.

길이 아닌 듯 보여도 내가 꼭 거쳐가야 할 길인...

그곳이 길인지 아닌지 찾아내는 것은 내 몫이겠지~

뚜렷하게까지 보이길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희미할지언정 그곳이 길인지 아닌지를 찾아낼 수 있는 현명함이 나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위의 차량이 이 길을 뚫고 올라온 것이다.

 

길이 하도 너덜이라 샌들로는 어림도 없어 등산화를 신었는데 징검다리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신발 벗어들고 걷기에는 바위들이 너무 뾰족하여 위험하다.

 

계곡 중간에 이렇듯 제법 깊은 소(沼)도 나오고...

 

 

하류쪽으로 내려오니 사람들이 듬성 듬성 보인다.

이어지는 계곡의 서늘한 기운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리웠는데 덕분에 커피랑 과일도 얻어먹고...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육안으로 보아도 족히 2m는 넘을 듯한 깊은 소(沼)

논남기 마을이 나오기까지 이런 길이 계속된다.

승용차는 어림도 없는 길이고,

 4륜 구동 차들도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들어올 수 없는 길인지라

아직은 사람이 적은 곳이다.

마을 끝에 강씨봉자연휴양림이 시월쯤에 개장을 한다던데

휴양림이 개장되고 나면 이 곳이 어찌 변할지 모르겠다.

버스시각을 맞추지 못해 1시간여를 기둘렸지만 늦지않게 떠나왔다.

무척 습하고 더운 날이었지만 두 다리를 움직인덕에 그다지 덥지 않은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