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17년 12월 16일 날씨 맑음
코 스 : 분천역 - 양원역 - 승부역 : 약 12km
내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이 있는 길,
5년만에 다시 가 보았다.
2017년 현재의 분천역
2012년 분천역
비동골로 들어가는 비동2교
2012년 비동2교는 불어난 강물에 숨었다.
우리는 그 날 비동골로 들어가지 못했다.
2002년 3월 1일
깜깜한 새벽에 분천역에 내려 지도를 봐가며 이 길을 걸어 비동골 김초시댁을 찾아갔었다.
저 철로 위로 보름이 며칠 지났으나 아직도 둥근 하현달이 우릴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 당시 저 철로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철로에 올라 보름달을 의지 삼아 찍은 사진이 내 사진첩에 아직 있다.
그 때의 사진을 보니 지금의 철로는 무척이나 튼튼하다.
철 난간도 없었는데...
허옇게 얼어붙은 겨울 강이 날이 서 있지 않았다.
생각보다 춥지 않은 날씨에 우리 마음도 그랬다.
V-train 관광열차
바깥을 내다볼 수 있도록 개조되었다.
내가 서 있는 이쪽은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이고, 저 강건너는 울진군 금강송면 전곡리이다.
1988년 4월 1일(임시승강장)개통
양원역은 영동선 분천역과 승부역 사이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원곡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옆으로 낙동강 상류가 흐르고 있으며,
낙동강을 기준으로 서쪽은 봉화군 소천면 부천리 원곡마을,
동쪽은 울진군 금강송면 전곡리 원곡마을이 위치해 있어 본래 원곡이라 하였는데,
일제시대 때 강을 경계로 원곡마을을 봉화와 울진으로 나누어서 양쪽의 원곡이라하여 '양원'이 되었다.
1955년 12월 31일 영암선(영주~철암) 철길이 개통되었으나, 개통 초기 원곡마을에는 역사도 없고 기차도 서지 않았다.
이곳 주민들은 승부역까지 걸어가서 기차를 이용해야만 했으며, 달리는 열차가 마을을 지날무렵 열차에서 무거운 짐보따리를 던진 다음
승부역에서 걸어와서 짐을 찾아가는 한편 발품을 줄이려고 선로를 걷다가 생명을 잃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교통이 매우 불편하여 승용차로는 접근이 상당히 어려운 까닭에
지역주민들의 끈질긴 염원과 요구로 1988년 4월 원곡마을에도 기차가 정차하게 되었다.
기차가 정차하게 되자 주민들이 직접 승강장, 대합실, 화장실을 만들고 이정표를 세워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역사인 지금의 양원역을 만들었다,
역시설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설치한 것이며 원곡역이라 부르기도 한다.
2011년 10월 5일 열차시각표 개정에 따라 여객열차를 완전히 통과시킬 예정이었으나, 취소되어 여전히 여객열차가 정차하고 있다.
터널에 걸친 기차,
잽싸게 셔터를 눌렀다. ^^
가운데 보이는 터널은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직선이 아닌 굴곡진 터널이다.
2002년 3월, 우리는 김초시댁에서 아침을 먹고 험난한 배바위산을 넘어 각금이란 폐허가 된 마을터로 내려왔는데,
내려와보니 다시 비동으로 나가는 길이 없었다.
산을 넘으며 무척 고생을 한 탓에 다시 산을 넘어갈 엄두는 안 나고 어쩌겠는가?
길이 없으면 만들며 가야지~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따라가던지 철로를 걸어가던지~
여름이라면 신나라~하며 계곡트레킹이다~하고 강에 뛰어들었을 사람들이었지만,
아직 꽃샘바람의 시퍼런 추위가 시샘하던 중이었으니 그러지도 못하고 갈 길은 단 하나~!! 철로뿐이었다.
다행히, 안전을 위해 가지고 다디던 무전기가 터져 차를 가지고 최대한 우리 쪽으로 와 있던 빈이의 도움을 받아
기차가 오나 안 오나를 체크하고 컴컴한 터널을 뛰어 지나왔었다.
여객열차 시간은 미리 체크가 되었지만,
수시로 지나다니는 화물열차는 시간이 자주 변경되고 확정되어 있지 않아 현지 주민들도 잘 모르신다 했다.
앞에서 오는 기차는 무전을 통해 오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었지만,
뒤에서 오는 기차는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
바닥에 자갈이 깔려 제대로 뛰기도 힘든 컴컴한 터널 안을 달려 통과하는 그 심정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 일이다.
20여 년이 가까워져 오지만 아직도 그 얘기만 나오면 모두 목소리가 높아지고 할 말이 많아지는 것은
그때의 그 심정이 고대로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저 터널을 빠져나오고 철로 옆 공간에서 숨을 고르며 헉헉거리고 있을 때 바로 뒤를 따라 무궁화 기차가 우리를 지나쳐 갔었다.
그때의 그 놀람이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다.
이번에 양원역에서 만난 주민께 들으니 터널 안에도 옆으로 피할 공간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컴컴한 터널에서 기차를 맞닥트리면 놀라서 얼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지, 안전하게 빠져나왔으니 즐거운 추억이 되고 만나면 수다거리가 되고 있는거지~어휴~
이 출렁다리 왼쪽이 각금마을이다.
지금은 외지인 둘이 들어와 집을 짓고 가끔 머리 식히러 온다고 했다.
시간이 되면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도 없었지만 걷는 동안 각금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지 못했다.
배바위산 둘레로 낙동강 트레일이 정비가 되었다는데 아마도 그쪽으로 다니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2002년 함께 했던 내 좋은 동무들과 함께 다시 가보고 싶다.
저 다리 끝에 터널이 있고, 위에서 본 사진의 터널과 같은 터널이다.
길이 없던 곳에 인위적으로 길을 만들었다.
덕분에 좋은 경치 즐기며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보니 기차가 지나가도 양쪽 벽에 딱 붙어 있다면 문제는 없겠다.
바람에 휘청이기는 할지언정~
아무래도 좋은 봄날에 내 오랜 친구들과 다시 다녀가야겠다.
이 모퉁이를 돌면 승부역이다.
승부역은 이런저런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어수선했다.
승부역에서 15시 46분 기차를 타고 3시간 이상을 걸어간 길을 단 14분만에 분천역으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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