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20180301] 소백산 눈꽃산행-봄으로 가는 길목에 그 많은 눈을 품고 있던 소백이라니~

dreamykima 2018. 3. 5. 08:50

날 짜 : 2018년 3월 1일 (99번째 삼일절)

코 스 : 천동리(10:07) - 천동쉼터(12:07) - 비로봉 (14:15) - 삼가리 주차장 (16:37) : 12.5km / 6시간 반 소요

          (눈이 너무 많아 평소보다 1시간 이상 더 걸렸다.)

교 통 : 동서울-> 단양 by 07:00 버스 / 13,300원 / 오전 8시 55분경 도착 (소요시간 2시간 반이라 되어 있으나 9시 전후에 도착한다.)

        단양터미널 -> 다리안 by 09:45분 버스 / 교통카드 (새밭=어의곡리로 가는 버스는 터미널쪽이 아닌 큰길가로 나가서 타야한다.)

        삼가리 주차장 -> 풍기역 by 택시 / 10,000원 

        풍기역 -> 청량리역 by 18:04 기차 / 14,100(특실) / 20:49 착



요즘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그 뉴스가 내 귀에 들린 것은 이런 행운을 잡으라는 의미였으리라.

<수요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고 목요일 기온이 조금 내려가겠습니다.>

그 뉴스를 듣자마자 어디로 갈지 즐거운 상상을 했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면 산에는 눈이 올 테고, 요즘 아무리 날씨가 포근해졌다 해도 높은 산에는 영하의 날씨 일터이니 어디든 눈꽃이 피리라~

오대산? 월악산? 치악산? 소백산?

통제만 되지 않는다면 어느 산이든 내게는 익숙한 곳이어서 별 상관은 없었지만, 역시 겨울 소백을 봐야만 했다.

28일 국립공원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오대산은 전면통제가 되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판단은 맞았고, 나는 봄으로 가는 길목에 정말로 많은 눈을 품고 있던 소백을 만나고 왔다.

봄의 길목에 선 때문이었을까?

비로봉에는 언제나처럼 세찬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망토만 하나 두르면 슈퍼맨이 되었을 수도~ㅠ, 맨이 아니라 우먼인가? ㅎㅎ), 

3월에 만나는 소백의 겨울은 엄숙하고 적막하지 않았다.

대신 화려하고 신났다. 

시간은 어느새 봄의 초입에 들어서 겨울의 끝자락을 잡고 있지 않던가?

머지않아 경칩이다.

어디선가 성급한 개구리 한 녀석 튀어나왔다가 갑작스레 내리는 눈에 놀라 어이쿠~했을지도~


지난 1월 태백으로의 일출 산행 후, 소백에 들지 못해 애탔었는데 항상 보고 싶어 했던 그 모습의 겨울 소백을 보고 와서 행복하다.


오랜만에 아침 9시 전에 버스가 단양에 도착했는데 새밭으로 가는 9시 버스를 탈 생각을 못 하고 있다가 이런 멍청한지고~했었다.

그러나, 새밭으로 갔었다면 오늘 비로봉을 다녀왔으리라는 확신이 없다.


천동삼거리에서 연화봉으로 갈까 말까 하는 일행과 말을 섞게 되었는데 우리가 어의곡리로 하산할 거라 했더니 

그쪽에서 러셀 하시며 올라오신 분이 너무 고생스러웠다고 하더라~고 가지 말라는 조언을 했다.

우리야 대중교통으로 움직였으니 차를 가지고 와서 그 세찬 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비로봉에서 천동리로 원점회귀 하산해야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룰루랄라 안전하게 삼가리로 하산을 했다.

연화봉을 가려는 팀에겐 내 경험에 비추어 절대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해주고 왔는데 부디 그쪽으로 가지 않았었기를...

하긴 다녀와서 보니 갈 수도 없었을 것 같다.

어느 분이 올린 죽령에서 연화봉 대피소까지 다녀온 산행기를 봤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감히 능선으로 진출하지 못하였다고...

 


오전 9시 단양에 내리니 도무지 어디에 눈이 있나?

다행히 고수교 너머 산위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쪽에 눈이 약간 쌓여 있었다.

휴~다행이다.

저 정도면 소백엔 눈이 제법 있겠구나~했다.

현재 시각 10:16

다리안 폭포를 지날때만 해도 그리 많은 눈을 품고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저 산 위를 보고 눈이 있구나~정도였다.


멋지다~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아쉽고 서운하다. ^^

그저 바라보다 감탄의 추임새만 넣으며 걷고 있다.

그야말로 설국


히야~빛이 들어오는 숲의 아름다움,

겨울이라고 그 아름다움이 비켜갈 수는 없는 거지~


밤새 내린 눈과 바람에 꺾어진 나뭇가지들도 많았다.

무거운 습설에 나뭇가지들이 애처로울 정도로 축축 늘어져 있다.

털어주고 싶었지만 얼어붙어서 잘 털어지지도 않았다.


뉘신지 처음 러셀하신 분~복 많이 받을실 겁니다.

고맙습니다.

현재 시각 12:07분

평소 오전 10시경 다리안관광지를 출발하여 이곳에 도착하면

빠를 때는 11시 20분경, 늦어도 30분경이면 도착하는데

오늘은 푹푹 빠지는 눈길에 걸음이 빠를 수가 없어 많이 늦었다.


올라오는데 두 분이 내려오시길래, 많이 부지런하십니다~하고 인사를 건네니

비로봉까지 가기에는 너무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하여 이곳에서 되돌아가는 겁니다~ 하신다.


눈길은 평소의 1.5배쯤 체력 소모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를수록 눈은 더 많을 것이고 더 힘들어질 터인데 본인의 체력이 되지 않는다면 빨리 되돌아서는 것이 현명하다.

산에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구나~했다.

안전하게 돌아가셨기를...


보온병의 따스한 스프와 물, 떡, 빵, 과일등으로 점심을 먹고 12시 40분경 비로봉을 향하여 다시 출발~!! 

천동쉼터에서 비로봉까지는 평소라면 1시간에서 1시간 10분 정도면 가능한 거리다.

그러나, 오늘은 그보다 많이 걸렸다.

이렇게 눈이 많은데 더 걸리는것이 당연하다.


날씨를 보고 산객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적었다.

빛이 들어오는 겨울 숲은 온통 새하야서 눈이 부시다.







아~이런 풍광에 그 어떤 이성적인 설명과 논리를 갖다 붙일 것인가?

그저 오감으로 느끼고 즐길 뿐이다.












그나마 뒤에서 바람이 부니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휘청휘청 허우적허우적 걷고 있다.

가만히 서 있을 수도 없이 내 몸이 바람에 밀려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고지가 저기야~조금만 가면 돼.

하늘의 구름은 제트기의 속도로 동쪽으로 달리고 있는 듯하다.

어쨌든 나는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요즘 복잡한 일이 많아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지금 심정이라면 못할 것이 없을 것 같다.

바람이 살짝 약해진 틈을 타서 간신히 뒤돌아봤다.


          

현재 시각 14:20


바람이 너무 세차서 겨우겨우 남긴 사진

내 몸도 흔들리고 손도 흔들리니 손에 쥐고 있는 카메라가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어

제대로 나올까~싶었던 사진이다.


동서남북 돌아가며 능선들을 찍고 싶었지만 소백의 바람은 나에게 그를 허락하지 않았다.


삼가리쪽으로 잠시만 내려서도 그 무시무시한 바람이 없다.


국망봉 능선

삼가리 하산 길











연리목



우리가 그 많은 눈 속을 걸어온 게 꿈결인 듯 삼가리로 내려선 길에는 버들개지가 활짝 피어 있었다.

봄은 어느새 우리 곁으로 와서 하얗게 뒤덮여 있던 겨울을 걷어내고 있다.

비로사에서 삼가리 주차장까지 포장된 도로(1.8km)를 걷는 것이 매번 고역이었는데 이렇듯 길이 새로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