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운악산 산행기 - 무더위와 씨름하던 여름 어느 날. 산에 들다.

dreamykima 2006. 5. 7. 14:02

산행일 : 2005년 7월 24일 / 나홀로

산행지 : 경기 포천 운악산

산행코스 : 운악산광장 - 운악사 - 궁예성터 - 포천쪽 정상 935m - 운악산 정상 935.5m - 935m - 운주사 하산길 - 무지치 폭포 - 운악산 광장으로 원점회귀 

      

더위에는 내성이 강하지만 요사이 밤마다 이어지는 열대야로 곤한잠을 한 번씩 깨곤 했다.

이 더위에 문명의 혜택이란곤 전혀 받지 않고 사는 나도 요즘은 선풍기 하나쯤 사볼까?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다 또 오늘 지나면 괜찮을텐데 귀찮게 웬 선풍기.....이러고 마는게 또 나이기도 하다.

워낙에 에어콘이나 선풍기 바람을 싫어하기도 하려니와 집에 짐 하나씩 늘어나는것도 싫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내리는 비에 산 쪽으론 얼굴을 못 돌려보다가 기어이 배낭을 꾸렸다.

이른 아침 7시.

집을 나섰다.

7시 5분. 의정부로 가는 34번 버스(갈현동 - 의정부 : 1,950원)에 오른다.

벌써 배낭을 챙겨나온 사람들이 여나믄명 보인다.

그들은 백화사입구와 북한산성입구에서 내렸다.

북한산성을 지나니 버스엔 배낭을 멘 이는 나 뿐이다.

의정부까지 가는 서울외곽도로는 한산하다.

멀리 북한산 사패산 등이 어렴풋이 보인다.

지난 밤 비가 왔었는지 습도가 무지 높아 산안개가 자욱하여 겨우 봉우리 형상만 보일뿐이다.

운악산은 조망이 시원하고 좋다하여 가고 싶었던 산이었지만 오늘은 그 조망을 포기해야겠다.

 

40여분 걸려 의정부 터미널에 내렸고 바로 포천행 버스에 오른다.

화현으로 가는 버스가 있긴 하지만 9시 반에 있단다. 현리를 거쳐 춘천까지 가는 버스임을 이미 확인했더터라 미련없이 포천행 버스(의정부 - 포천 : 1,900원)에 오른다.

30여분이 걸려 송우리를 거쳐 포천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미 가지고 간 지도를 확인하며 이동행 버스(포천 - 이동 : 1,700원)로 갈아탄다.

만세교를 지나 이동까지는 금새 간다.

43번과 47번 국도가 만나는 길에 신호등이 걸려 기사님께 내려달라고 해서 내렸다.

47번 국도를 타고 다시 서울쪽으로 7-8km를 가면 운악산 광장이다.

물론, 히치를 했다.

운좋게 동네분을 만나 운악산 광장까지 태워다주고 가셨다.

 

돌고 돌아 운악산 광장까지 오니 7시에 집에서 나섰는데 9시 10분이다.

아침부터 바람 한 점 없고 무지 덥다.

벌써부터 등에선 땀이 삐질 삐질이다.

 

9시 15분.

등산화 끈을 조여메고 등산 지도를 확인한 후 운악사 방향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등산객은 나처럼 혼자서 오신 남자분이 한 분이고 동네서 오신듯한 몇 분이 함께 오르기 시작한다.

 

여기는 여타의 산들처럼 산 입구까지 걸어 들어가는 지루한 길이 없이 바로 치고 오르기 시작한다.

입구부터 맘에 드는 산이다.

 

무더위에 수키로씩 잘도 달리면서 오늘 참 힘이 든다.

100m 달리기를 한 사람마냥 헥헥거리고 거친숨을 몰아쉬며 오른다.

생각해보니 아침을 너무 부실하게 먹었다.

날 더운데 밤잠 설치고 아침에 과일 하나 베이글 하나 먹은게 다이다.

함께 오신분들은 이미 뒤처졌고 혼자오신 분이 앞서가시는데 참 잘도 가신다.

중간 중간 그 분이 내가 오는 걸 확인하고 다시 가시곤 하셨는데 아마도 내 숨소리가 뭔 일 낼 사람처럼 들렸던 모양이다.

그 더위에 혼자와서 쓰러지기라도 할까봐.....^^....어쨌든지 고마우신 분이다.

 

운악사까지 오르니 숨소리도 고르게 되고 약수도 한 잔 하고 나니 숨이 돌려져 편안해진다.

운악사는 작은 절집인데 참 좋은 터인 듯 싶다.

뒤와 양 옆으로는 산이 병풍처럼 둘려져 있고 앞만 트여 있어 오목하게 들어앉은 형상이다.

 

운악사를 지나면 가파른 길의 연속이다.

오늘은 바람이 참 인색하다.

나뭇잎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운악사부터 제법 보이는 산객들의 숨소리와 시야를 가리는 개스만이 온 산에 가득하다.

 

힘들지만 쉬지않고 오른다.

제법 가파른 길과 바위를 오르고 나니 옆으로 샛길이 있어 들어가본다.

제법 넓다란 바위가 나오는데 그 위에 멋진 노송 한그루까지.....

마당바위란다.

산 아래 멀리 47번 국도가 시원스레 뻗은것이 보인다.

그래도 이곳은 트인 곳이라 제법 시원하다.

한참을 쉬었다 다시 출발한다.

 

조금 오르니 가파른 작은 봉우리 하나가 떡하니 서 있다.

에고야.......

철 사다리 두개가 메어있어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바위를 잡고 오른다.

철사다리는 사량도 지리산 옥녀봉에서 내려서는 사다리처럼 경사지게 서 있다.

매우 가파르고 위험한 바윗길들이다.

줄줄이 밧줄이 메어져 있고 양 팔을 써야만 오를수가 있다.

어젯밤 여긴 천둥 번개에 세찬비가 내렸단다.

등로며 바위들이 물을 머금고 있어 미끄러워 매우 조심스럽다.

 

다 왔나 싶었는데 앞에 또 하나 가파른 봉우리 서 있다.

저기만 넘으면 정상이란다.

밧줄을 메어 오르는 길이 있었지만 더위에 탈진할까 싶어 옆으로 도는 길을 택한다.

옆길로 새는 길에 풍혈이 하나 있는데 제법 시원한 바람이 나와 아주머니들 몇이 앉아있다가 냉장고가 따로 없다면 쉬어가라 자리를 내어주신다.

잠시 앉아 있으니 정말 등줄기가 시원해지는게 참 신기하다.

 

잠시 앉았다가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마지막 피치를 오른다.

오르는 길에 나리며 까치수영이며 이름모를 들꽃들이 지천이다.

 

12시 8분.

드디어 포천쪽 정상이라는 936m봉에 섰다.

참 볼것은 없는 정상이고 대원사로 내려서는 길과 운악산 정상으로 가는 삼거리이다.

다시 돌아와야 하지만 정상까지 가본다.

 

언제나 그렇듯이 운악산 정상도 황량한 흙먼지만이 가득하다.

아니.....잠자리떼가 정상을 점령하고 있었다.

 

그래도 정상에 서니 서른남짓한 등산객들이 있다.

신기한것은 정말로 아이스크림 장사가 있었다.

한개에 천원.

아마도 한개에 250원정도(우리동네 구판장에 250원씩 판다. 가끔씩)에 가져올터인데 750원이 남는 장사다.

부업으로 함 해볼만하다. ㅎㅎ

 

단것을 싫어하는 나는 아이스크림은 별로고 배낭을 뒤져 얼려온 캔맥주를 꺼낸다.

에고야.....한 한달 얼려 두었더니 이 더위에도 녹지 않고 서걱서걱 소리를 낸다.

열심히 흔들어댔더니만 뚜껑따고 그 거품이란........에고야.....

어차피 다 먹질 못하는지라 미적지근한 막걸리 따고 계신 부부에게 한 컵 나누어 드렸더니 무지 고마워하신다.

이걸 아이스크림에 비할소냐...ㅎㅎ

완전히 슬러쉬 맥주다.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는지......갈증날때는 시원한 캔맥주가 최고다.

 

날이 너무 더워 상할까 싶어 밥대신 통조림이며 빵이며 들고 갔었는데 맥주 얻어드신 분들이 먹을 것을 이것 저것 주시는 바람에 내꺼는 손도 못대고 낑낑대고 짊어지고 내려왔다. 흐미~

 

다시 935m봉을 돌아 운주사 방향으로 내려왔다.

오르는 길이 오르 내림이 없고 꾸준히 오르는 길이었듯이 내림길도 꾸준히 내리기만 하는 길이다.

운주사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밋밋하고 별 재미가 없었다.

중간에 그 유명한 무지치 폭포를 보았지만 물기 하나 없는 마른 폭포를 멀리서 보았을 따름이다.

물이 있을 때 가면 정말 장관이겠다.

언젠가 함 볼 수 있기를.......

 

운주사 방향표지판을 보고 내려온게 분명한데 이상하게 다시 운악산 광장쪽으로 원점회귀가 되었다.

계곡에서 세수도 하고 발도 닦고......

계곡물이 어찌나 깨끗하고 시원한지 오늘의 더위가 모두 물러가는 것 같다.

모자를 벗어보니 비맞은 사람처럼 머리가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날이 너무 무더워 힘든 산행이었지만 집에 있었어도 더운 날이었으리라......

오랜만의 산행에 땀을 많이 흘렸고 비록 조망이 없는 날이라 볼꺼리도 없었지만 운악산은 다시 오고 싶은 산이다.

가을에 이쁜 단풍을 보러 다시 오리라.

내려오다보니 단풍나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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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사진 몇 장.

 

 

절벽을 뚫고 살아가는 소나무에서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가?

밑은 깎아지른듯한 벼랑인데 저렇게 꿋꿋하게 살아간다.

너무 인상적이어서....

 

 



 

내림길에 보았던 정말 큰 버섯.

손라가락 을 대고 찍었어야 크기가 가늠이 되는건데.....깜빡했다.

지름이 15cm가 넘을 듯 ......

 




정상 즈음에서 보았던 나리 쌍둥이...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