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3년 4월 19 ~ 20일 (동호회 여행길에서)
숙소 : 옥화자연휴양림
1. 사소함.......그것은 다만 개인의 차이일 뿐.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나는 한가지 결정을 해야했다.
우산을 들고 가? 말어?
이 사소한(?) 문제가 나에겐 왜 중요하는가 하면......
나는 비 맞는걸 무지 싫어하기 때문이다.
우산 무게가 얼마나 나간다고..그냥 들고가지... 하는 사람 있을지 몰라도
꼭 비가 오라고 비는것 같았고 내가 우산을 들고가지 않아야먄 오던 비도 멈출 듯 싶어서.....
퇴근 시간을 내멋대로 앞당겨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사무실을 나설 때는
오전내내 오락가락하던 가랑비조차 내리지 않아
우산을 과감히 빼뜨리고 가기로 한 결정에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
2. 숙소.
충청북도 청원군 미원면 운암리 산 몇 번지.....
이렇게 시작하던 주소에서 이미 예감했듯이
옥화자연휴양림은 큰 길가에서 떨어져 조용한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었다.
일부러 걷기를 자청해서 가는 길목엔
민들레와 제비꽃 그리고 이름 모를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동행하는 이의 발걸음이 빠르다고 타박 아닌 타박을 주며 선뜻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몇 년만 지나면 무성한 꽃터널을 이룰꺼라 미루어 짐작되는 작은 벚꽃 나무들.
안개비에 파르르한 연초록 산 빛 사이로 하얗게 혹은 연분홍 치마를 두른 산벚꽃들이 반겨주었다.
그렇게 도착한 휴양림의 숙소는 내가 좋아하는 창문 넓다란 너른 평형의 붉은 벽돌집.
시간이 흐르고 정다운 이들의 얼굴이 많아진다.
내리는 빗소리인지...... 술잔 한가득 부어 따라지는 소리인지.........
너른 방안은 어느 새 우리의 온기와 맑은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3. 아쉬움
계속된 비에 일기예보를 몇 번씩이나 확인했건만.....
조령산은...... 나보고 그냥 가라 한다.-.-
빗물 머금은 바위가 얼마나 미끄러울지는 굳이 확인해보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안개비가 하루종일 내렸다.
하필 산행을 하겠다고 나선게 절기상 '곡우'였다니......
'곡우'는 봄의 마지막 절기로 '봄비가 내려 백곡이 윤택해진다'는 뜻이란다.
옛부터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에 가뭄이 들면 땅이 석자나 마른다고 했다 한다.
그러니......비가 오는걸 어쩌랴.
자연의 이치를 거스를수도 없고.
나 좋자고 농사를 망친다는데 비가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비로 인해 산행이 취소된다니 시작도 전에 바위에 겁을 먹은 초보들(?^^)은
무지 안심하는 눈치다.
이렇게 된걸 어쩌랴...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11시도 한참을 넘어 속리산 자락 어느 오지마을을 찾아 길을 나섰다.
4. 여행
'오지'하면 일단 사람들은 강원도땅을 떠올리기 쉽지만 충청도 또한 버금가는 오지가 많다.
교통의 요지라는 대전도 자세히 보면 교통이 의외로 나쁜걸 알 수 있다.
온통 모든 문물의 중심이 서울 한곳으로 몰리다보니 지방의 낙후성(?)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휴양림을 출발한 차량들이 화양구곡이라 일컬어지는
화양계곡길로 접어들자 여기 저기서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흩뿌리던 안개비가 살짝 그치면 흰 구름들은 산 위로 밀려 올라가고
속리산 자락의 속살들이 살포시 나타난다.
앳된 처녀의 나폴거리는 연분홍 치맛자락처럼
군데 군데 산벚꽃들이 무리지어 흰구름 사이로 보일 듯 말듯하고
엷은 안개비 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는 연초록 산 빛들은
어느 총각 하나 잡을만큼 황홀하기만 하다.
물론, 환상적인 그 절경에 이 처녀 가슴도 울렁이다 못해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화양동계곡은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절경이 아홉 곳이나 된다고 해서
'화양구곡'(華陽九曲) 또는 '화양동 소금강'으로 불렸다. 고 한다.
집에 돌아와 지도를 다시보니 우리는 화양구곡뿐만 아니라
선유동계곡과 쌍룡계곡을 두루 거쳤다.
속리산 자락의 수려한 계곡은 거의 거친셈이 된다.
그 구곡 절경에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갈길을 재촉한다.
지도를 보며 국도와 지방도를 번갈아 찾아 든다.
괴산군 칠성면 율원리와 외사리를 지나
괴산수력발전소를 찾아가다보면 달천을 만난다.
달천은 달래강·감천(甘川)이라고도 하며,
청주시 부근 산성리와 보은군 속리산 서쪽 사면에서 발원하여
보은군의 북쪽을 지나 괴산군 동쪽을 흐르고,
동쪽 산지에서 발원하는 동진천, 음성천 등과 합류하여
충주시 가금면을 지나 남한강에 흘러든다. 고 한다.
발전소 저수지를 오른쪽에 두고 오프로드길을 진행하다 보면
강 건너에 작은 강 마을이 하나 나타난다.
산맥이 마을.
세 가구에 다섯 명의 주민이 거주한다는 그곳으로 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그 마을 앞 강가에 매어져 있던, 어울리지 않게 빨간색을 띠고있던 그 고무보트란다.
비포장 오프로드길을 진행하다보니 낚시꾼들이 제법 많다.
강 건너에 마을(큰바위마을)이 하나 더 보이고 우리는 왼쪽으로 휘돌아가는
작은 지류를 따라 진행한다.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갈론마을.
들어오면서 보니 도로포장을 위해 준비가 한창이기에
여기도 이제 더 이상 오지는 아닌 듯 싶다.
마을 끝에 이미 폐교가 되어버린 외사초등교 갈론분교가 있다.
교실 하나와 교무실 하나가 전부인 단촐한 분교엔
폐교가 된 쓸쓸함을 알리듯
아이들 놀이터보다도 작은 잡풀 무성한 손바닥만한 운동장이 있었다.
그 운동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네 번의 개울을 건너며 찾아들어간 계곡길은
내린 비로 수량이 풍부해져 제법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
비 내린 후 땅의 부드러움을 틈타
농부 한 분이 커다란 황소를 앞세워 쟁기질을 하고 계셨다.
못줄 잡을것도 없이 그냥 듬성 듬성 심으면 될 듯한
손바닥만한 다락논들에 물대기가 한창이다.
계곡에서 끌어온 물을 비닐을 깔아 밑으로 스며들지 않게 한 후
윗논에서 아랫논으로 흘려들게 하고 있다.
안개비가 오락가락 하는속에 흰 구름들도 산위로 쫓겨갔다 내려왔다를 반복한다.
운이 좋게도 빗속에 떨고 있는 작은 보랏빛 현호색을 찾아냈다.
돌아오는 길에는 노오란 산괴불주머니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곳도 찾아냈다.
계곡 옆에 한그루씩 서 있는 더 진한 분홍색 산복숭아꽃은 빗속에 너무 청초해서
눈물이 날 듯하다.
6시가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재촉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국도변에는 반쯤 피다만 붉은색 철쭉과
흐드러지게 피어 가지를 늘어뜨린 하얀 조팝나무꽃들에 눈이 시리다.
그 옆으론 하얀 배꽃과 연분홍 복사꽃이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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