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3년 8월 3일
친구의 남편은 전날 잠을 설쳤다고 하면서도 나를 위해 기꺼이 운주사행에 운전을 자처했다.
편안해야 할 일요일 아침을 나로 인해 분주하게 만든것같아 미안했다.
아이 둘까지 이른잠을 깨워 운주사로 향했다.
운주사 향하는 길에 고인돌 유적지가 있어 들러 보았는데
그 고인돌에 담긴 역사적 가치를 모르는 우리로서는
그냥 산비탈에 놓여있는 제법 크고 넓적한 바위 몇 개를 보고 왔을 뿐이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은 이런 때 통용되는 말이 아닐런지......
우리말고도 몇 팀이 더 있었는데 모두 실망스러운 눈치였다.
매표소 지나 운주사 입구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반기는 9층석탑.
고려시대 후기 작품으로 추정된다는 보물 제 796호다
사방 끝이 하늘로 살짝 말려올라가게 만든 그 모양이 특이하면서 우아한 분위기다.
석불들은 오랜 세월에 풍화작용를 거친 탓인지 당췌 그 표정들을 가늠할 수 없음이 아쉽다.
천개의 불상.
천가지 표정.
중생을 구하려던 부처들은 어떤 모습으로 민중에게 다가갔었을까?
바람이 살랑 살랑 분다.
풍경소리가 정겹다.
운주사 불사를 할 때 그 위에서 공사를 감독했다해서 공사바위란다.
공사바위에 올라서니 석탑의 행렬이 마치 북두칠성의 손잡이처럼 늘어서 있다.
명당탑은 연자방아를 층층히 쌓아놓은 듯 한데, 그 모양이 특이하여 한참을 바라보았다.
앞의 사층탑에서 바라보니 일주문밖의 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운주사 대웅전 옆 지장전은 맞배지붕의 간결한 선을 지닌 건물이었는데 측면도 붉은색 한가지만 써서 매우 간결한 느낌이 든다.
그 건물 벽에는 지옥의 사자들인듯한 붉고 파란 쭈뼛머리를 한 도깨비들과 지옥을 묘사하는듯한 불화들이 둘러가며 있는데 그 모습이 무섭다기보다 익살스럽다.
스님들의 선방인 목조건물이 맘에 든다.
겹처마의 오랜세월을 견딘듯한 ㄱ자의 건물이 좋다.
와불을 보러가기위해선 낮은 산마루로 올라서야 한다.
오르는길에 머슴부처라 이름붙은 석불이 서 있다.
중생을 구제한다는 부처의 세계에도 주인과 머슴의 구별이 있었을까?
와.불.
한분이 아니고 두분이다.
편안한 얼굴을 하고 누워 계시나 꼭 다문 일자로 봉한 입이 무언가 굳은 결심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머리쪽이 아래를 향하고 있어 누워계신다 한들 편하지는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와불을 보고 내려가는 길에 칠성바위가 있다.
둥글게 연자방아 돌리는 돌처럼 깎여진 바위들이 북두칠성의 모습으로 누워있다.
짚어보니 와불쪽이 북극성 같다.
날이 너무 더워 친구 부부가 아이 둘과 씨름을 하고 있는동안
나는 편안하게 운주사를 구경할 수 있었다.
점심식사를 위해 남평 지석강 유원지를 찾았다.
더위때문인지 가족단위의 피서객들이 많았고 강 유원지 옆이라 매운탕집들이 많았다.
배도고프고 더위에 지친탓에 좀 한산해 보이는 집을 찾아 들어가
백숙과 매운탕으로 푸짐한 점심을 해결했다.
맛은 그저 그랬다. ^^
원래는 보성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나주가 가깝다는 말에
나주에 사는 선배언니의 얼굴을 볼 요량으로 나주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
언니를 만나 마침 목포에 있는 또 다른 선배언니를 만나러 간다는 말에
흔쾌히 따라나섰다.
목포에 있는 선배언니 부부를 만나 수인상성 근처 병영으로 한정식을 먹으러 갔었다.
깔끔한 한정식 한 상에 20,000원이라던데 맛있었다.
원래는 '설성식당'이 유명하다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그 건너편집에 가서 먹었다.
맛난 저녁에,
해질무렵 강진 포구에서의 산책.
그리고, 강진읍에서 시원한 생맥주 한잔이
오랜만에 만난 우리를 즐겁게했다.
둘쨋날은 강진의 터미널 근처 한 모텔(그린모텔-매우 깔끔함 25,000원/1박)에서 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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