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3년 8월 4일
3.1 세쨋 날 - 강진 .
7시에 일어나 영랑생가까지 산책을 갔다.
굳게 닫힌 문.
대문이랄것도 없는 싸리문은 틈새를 이용해 쉽게 통과를 했는데 중문은 대문으로 굳게 닫혀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으로 시작되는 영랑의 대표적 시비가 있고
한켠으론 이름 모를 꽃들을 잘 가꾸어 놓았다.
옆으로 돌아 올라 정원과 건물들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어려운 시기에도 풍요로운 남도 평야의 부농의 아들로 태어났었다니
영랑의 시가 암울한 시대사조를 담고 있는것이 아니라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피어날 수 있었던 근간이 되지 않았었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본다.
산책에서 돌아오면서 과일을 좀 샀다.
그걸 먹고나니 아침 생각이 달아난다.
8시 30분.
숙소에서 나와 마량가는 군내버스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다.
청자도요지와 박물관(군내버스비 1,400원)으로 갈 예정이다.
다산초당으로 가는 버스 시각을 확인했다.
12:40, 14:05
일단 박물관에 들렀다.(입장료 1,000원)
매표소에 배낭을 맡겨두고 천천히 구경했다.
박물관 뒷편에 있는 관요에도 가보고 옛 가마터 유적지도 구경하고...
솔직히 미술시간에 배웠지만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이 생소했었는데
박물관을 돌아보면서 여러가지를 알 수 있었다.
개인 도요들이 많았는데 이는 인사동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것들이었으므로
그 중 한곳만을 들어가 여러가지 다기들과 도자기를 구경하고 나왔다.
다산초당을 가기위해 다시 강진읍내로 들어가기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이 길 끝에 있는 마량항에 가보기로 했다.
버스는 언제 올지 몰라 무조건 히치를 하기로 했다.
나의 화려한(?) 히치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
두 번의 히치끝에 마량항에 도착했다.
두 번 다 트럭을 얻어탔는데,
처음엔 일 나가시는 동네 주민이셔서 중간까지만 얻어탔고,
두번째는 고금도에 사신다는 부부가 타신 차였다.
덕분에 마량항까지 편안하게 갔다. ^^
마량항은 작은 항이었지만 섬으로 떠나는 카페리들이 드나드는 곳이었다.
마량항 앞에는 까막섬이란 작은 섬이 있는데 환경보호지역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상록수림이 울창한 그런 섬이었다.
쬐끄만한 섬을 온통 울창한 나무들이 뒤덮고 있어 마치 고슴도치가 등에 잔뜩 털을 이고 있는듯이 보였다.
항을 구경한 후 다시 강진으로 향했다.
강진에서 마량까지의 23번 국도는 군데 군데 바다를 옆으로 달리는 길이어서 경치가 아주 좋았다.
바다 경치가 좋아 한 1km쯤 걸었다.
한참을 걸어가는데 하얀 승용차가 옆에 와서 선다.
광주에서 아들과 여행을 왔다는데 모자간의 모습이 아주 멋져 보였다.
나를 태워주어서가 아니고 그렇게 모자가 함께 이리 저리 여행을 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햇볕 내리쬐는 길을 여자 혼자 하염없이 걷고 있으니 안스러워 보였나보다.^^
청자도요지까지 가는 길이라고.........덕분에 잘 얻어타고왔다.
청자도요지에서는 또 다른 트럭을 히치했다.
영암에서 횟집을 하신다는 아저씨는 우리나라 정치에 관심이 많으신 모양이시다.
또한, 횟집을 하시는분답게 생선은 마산 앞바다 고기가 맛나고
갯벌에서 나는 조개나 짱뚱어등은 이곳에서 나는게 맛난거라고 말씀 해 주셨다.
강진 터미널 근처까지 태워다주시고 가시니 고맙다는 인사를 꾸벅하고 내렸다.
무언가 먹어야 할 듯 싶어 터미널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그냥 이것 저것......웬지 배가 고프질 않았다.
돌아다니면서 계속 군것질꺼리를 들고 다녀 그런가보다.
사과도 몇 개나 먹었고..
12:40분.
다산초당가는 버스(군내버스비 750원)를 탔다.
한 20여분정도 걸리는 듯 싶다.
입구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올라가니 다산유물전시관이 나온다.
일단 그곳을 구경하며 다산에 대한 지식을 얻은다음 옆길로 나 있는 샛깃을 따라 한참을 걸어 오르니 다산초당이 나온다.
한적한 산 중턱에 자리잡은 이곳에서
다산은 구강포 앞바다를 바라보며 민중들을 위한 저서들을 집필했겠지.
오후 2시.
동암엔 사람들이 많아 곧바로 천일각으로 향했다.
천일각은 근래에 지어진 건물이라지만 경치에 아주 알맞게 잘 지어 놓았다.
천일각에서 바라 본 구강포.
너른 벌판.
소나무 숲 사이 사이 보이는 남도의 붉은 황토.
갈길이 바빠도 여기서 커피 한잔 하기로 했다.
신발까지 벗고 엉덩이 붙이고 앉으니 너무 편하다.
구강포 앞바다가 편안하게 보인다.
백련사까지 800m란다.
넉넉잡고 15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산길을 올랐다 내려가니 동백숲이 인상적이다.
백련사는 그리 크지 않은 절이었는데 일주문이 없는게 특이했다.
절 입구에 커다란 나무 한그루와 샘터옆 백일홍 한그루가 인상적이다.
가방을 백일홍 아래에 벗어놓고 천천히 조용한 산사 구경을 했다.
백련사 입구에서 55번 지방도를 만나는 큰길까지는 한 1.5km정도 걸어 나와야 한다.
히치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냥 걸어 나왔다.
55번은 완도로 들어가는 들머리인 남창까지 이어지는 도로이다.
남창에서 77번 국도와 만나는데 77번은 해남 땅끝까지 갈 수 있는 도로로
해안을 따라 있어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이다.
3.2 세쨋 날 - 해남 땅끝 가는길...
백련사에서 씩씩하게 걸어 나오긴 했는데 지나가는 차가 별로 없다.
한 5분 지나서야 멋진 노신사분의 승용차를 얻어탔다.
광주에 사시는데 은퇴하시고 완도쪽에 자그마한 농장을 마련하셔서 가끔씩 보러 가신다고 했다.
오늘도 거기에 다니러 가시는 길이시라고..
남창까지 거의 30여km나 되는 길을 그 분과 즐거운 대화속에 멋진 드라이브를 했다.
그 분이 말씀하시길.....
내가 여행을 많이 다녀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이렇게 상냥(? 그 분 말씀^^)하게 얘기를 잘 하는것이라고...
또한, 여자 혼자서 다니는 길을 걱정 해 주셨다.
나의 대답은 ......그치만 이렇게 좋은 분들 많이 만나 즐거운 대화도 나누고 배워가는게 많은데요......
완도로 가셔야하므로 55번 지방도와 77번이 만나는 길 끝에 나를 내려주셨다.
건강하시라고... 그리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꾸벅 하고 내렸다.
차안은 시원했는데 한낮의 더위는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지나가는 차는 많은데 도무지 히치할만한 차들은 나타나질 않는다.
한 10여분 서 있는데 지친다.
더위 때문이리라.
멀리서 까만색 싼타페가 오길래 손을 들었다.
그냥 휙 지나가더니 저 앞에 가서 선다.
속도때문에 쉽게 멈출 수 없었던 듯.
열심히 뛰어가보니 .......웬걸.........-.-
사람이 네명이나 탔다.
그런데도 나를 태워준단다.
다행히 앞쪽에 젊은 남자 둘과 뒷쪽엔 남녀가 타고있어 그나마 자리 차지하고 탈 수 있었다.
내가 히치한 차중에 제일 재밌는 차였고 조금은 무서운 차였다.
왜냐면 조금은 건달끼가 다분한 세 명의 젊은 남자들하고 뒤에 앉은 여자의 오른손엔 기브스가 되어 있었는데 그것조차 조금 무서웠다.
그러나, 30여km 가는동안 대화를 나누어보니 나이도 나보다 어린 듯하고 생각보다 좋은 사람들 같다.
웬지 내가 나이가 더 많다는게 안심이 되다니.......왜 그랬을까?
나이먹은 자신감인가? ^^
덕분에 땅끝까지 잘 가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헤어졌다.
먼저 민박을 정하려고 하였으나 사람들도 많고 너무 상업화되어 있어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여자 둘이 여행왔다는 사람들에게 물으니 보통이 6~7만원이란다.
흐미~~
날씨를 보아하니 해무가 많아 일몰도 볼 수 없을 듯 싶고,
아침에 일어나도 저 해무때문에 해돋이 보는것은 어려울 듯 싶다.
나중에 들으니 아침에 보길도 가는 큰 배가 뜨지 못할정도로 안개가 자욱했다고.
해돋이 못 본것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었다.
아직 시간이 많으니 여기서 자는것은 포기하고,
내일 아침 움직일것을 대비하여 다른곳에서 숙박을 하기로 했다.
땅끝비가 있는곳까진 한참을 걸어야했다.
한 20~30분 산중턱을 돌았다.
날씨가 더워서 땀은 비오듯 흐르고 있었다.
8월 4일 오후 5:10.
드디어 땅끝비앞에 섰다.
전남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 사자봉 땅끝.
극남 북위 34도 17분 38초
동경 126도 6분 2초.
수평선은 해무가 끼어 흐릿하고 남쪽으로 섬들조차 보이지 않는다.
남동쪽으로 보이는게 지도상으로 흑일도 같다.
남서쪽으로 아스라이 산등성이만 보이는것은 어룡도가 아닌가 싶고,
지도가 부실하고 시야가 흐릿하니 제대로 짚어 볼 수가 없다.
다음번엔 1/100,000 이나 1/50,000의 지도를 챙겨들고 다녀야지.
현재 내가 가진 지도는 1/735,000 지도 (우리은행에서 여름휴가를 위해 나온 여행지도)
그리고, 축척을 알 수 없는 해남의 관광지도 한 장.
이번 여행에서 제일 아쉬운게 지도였다.
지도가 부실하니 내가 가고자 하는곳까지 거리계산이 쉽지 않았다.
좀 더 자세한 지도를 가졌다면 더 가보고 싶은곳이 많았는데.........
유명 관광지는 아니어도 작은 포구나 마을들 말이다.
오후 5:40
땅끝비에서 전망대까지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다.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이곳 저곳 돌아다닌 때문인지 셔츠와 바지가 땀으로 축축하기까지 하다.
숙소에 들어가 시원스레 샤워할것을 생각하면서 견디기로 한다.
생각해보니 어제는 너무 잘 먹었는데 오늘은 변변하게 먹은게 별로 없다.
과일에 군것질꺼리만 했으니......
저녁은 잘 먹어야지.
입장료 1,000원을 내고 9층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그저 햇볕을 피하고 에어콘이 가동되고 있다는게 고마울뿐이다.
전망대에 올라서도 시야는 흐릿해서 도무지 보이지는 않는다.
바다를 바라보며 땀을 식혔다.
전망대에서 계단을 천천히 돌아 내려오니 벽면이 온통 유리인 찻집이 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렸다.
팥빙수를 주문했다.
겨우 5,000원짜리 팥빙수 하나쯤 상으로 주어도 충분할만큼 오늘 많이 걷고 돌아다녔다.
언젠가 동해안 여행 때 정동진 조각공원 내의 배모양을 한 카페에서 비싼 팥빙수 먹던 생각이 난다.
그 때도 8월 초라 무척 더웠었다.
해무때문에 수평선 너머가 뿌옇지만 바다를 보고 있다는게 실감이 난다.
여름이라 운무는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미황사 근저리에 가서 숙소를 정하고 싶었으나
시간도 많이 지나고 그곳까지 가는 교통편도 여의치 않았다.
게다가 많이 지쳐서 이곳 저곳 숙소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빨랑 들어가서 편히 쉬고 싶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해남까지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할 듯 싶다.
오후 6:45
거금 3,300원을 주고 해남행 버스표를 끊었다.
계속 히치를 하고 다녀서인지 너무 아까운 돈이었다. ^^
버스를 타는곳은 선착장 바로 옆이다.
피서객들이 많았다.
시간이 남아 선착장에서 사람구경 배구경을 하고 있는데
운무를 뚫고 저 너머에서 배가 나타났다.
그야말로 안개속에서 뿅 하고 나타난다.
신기했다.
그런 걸 본적이 별로 없어서인지.........
그 너머엔 온통 자욱한 안개뿐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데.........
보길도와 땅끝을 오가는 배다.
많은 차들이 승선 대기중이다.
모두 휴가객들 같다.
선착장 앞에 맨섬이란 작은 돌로 이루어진 섬이 있는데
소나무 몇 그루를 빼면 정말 맨섬이다.
맨섬은 두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맨섬 사이로 보는 일출이 정말 장관이라 한다.
해남까지 40여분 걸린단다.
이곳까지 올때는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 왔는데 해남으로 가는 길은 서쪽으로 통해 간다.
땅끝에서 야트막한 고개를 하나 넘어 서쪽으로 2km정도를 가니
송호리 해수욕장이 있는데 동해안의 해수욕장과는 사뭇 다르다.
이쪽은 갯펄이 발달한 지역이라서 그런가보다.
송지까지 가는 77번 국도는 바다와 접해 있다.
해가 넘어간다.
수평선위는 구름이 낮게 깔려 있지만 그 구름속으로 해가 빠알갛게 넘어가는 것도 장관이다.
고개를 열심히 빼들고 해가 다 넘어갈때까지 서쪽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송지(산정)에서 좌측으로 어불도란 지명이 있다.
좀 더 세밀한 지도가 있다면 얼마가 걸리든지 함 가보고 싶건만.....
피곤하다는 핑계로..
지도가 부실하다는 핑계로..
선뜻 내리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친다.
이번 여행에서 아쉬운 부분 중 하나가 그곳에 가보지 못한것이다.
다음 여행을 기약했다.
언제 또 올 수 있으련지.......
화산이란 지명이 있는데 이쪽은 밤고구마가 유명한 모양이다.
길거리에서 천막을 치고 고구마를 파는 사람들이 많다.
해남 터미널 근처에 여관이 많았다.
좀 깨끗한듯 하여 들어가 숙박비를 물으니 40,000원이란다.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바로 그 옆에 있는 여관(30,000원)으로 들어갔다.
어제는 이보다 몇 배 좋은 시설에서 25,000원을 주고 잤는데.....
어쨌든지 피곤이 쌓인데다 참을만한 수준이고 열대야가 계속인데 다행히도 에어콘이 있다.
저녁을 해결하고 터미널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과일과 간식꺼리를 좀 샀다.
터미널로 가서 내일 미황사 들어갈 버스시각을 확인하고....
미황사를 가려면 해원 (서정리 경유)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버스시각은
06:25, 08:20, 10:50, 14:05, 17:00
숙소로 돌아와 바지와 셔츠까지 빨아 널은 다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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