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28~3/1까지 여수 - 남해 - 사천 - 하동 - 구례를 여행했다.
3. 둘쨋날 - 창선 삼천포대교에서 구례까지
3.1 히치 그리고 연육교를 걸어서 넘다.
새벽 5시 30분.
일어나기로 한 시간이다.
나를 제외한 모두는 사량도지리망산에 가기위해 아침 일찍 통영 가오치항에서 7시 30분 배를 타기로 했다.
간밤의 술잔치에 몸이 천근만근일터인데도 다들 일어나 6시 30분 떠나갔다.
나는 작년 이맘 때 다녀오기도 한 곳이거니와 마음가는대로 가고 싶은 곳으로 떠돌고 싶다는 생각에 홀로 남았다.
7시 30분경 아파트를 나섰다.
아파트 입구에서 너무도 운좋게 남해까지 출근한다는 소방경찰관의 차를 얻어탔다.
난 운이 너무나 좋다.^^
숙소였던 아파트 위치가 사천에서 통영가는 길목에 있었기 때문에 남해쪽으로 가려면 일단 사천까지 33번 국도를 타고
1.5km쯤 나가서 삼천포로 가는 3번 국도를 타야했다.
히치를 해도 몇 번은 해야하겠구나. 생각했고 사천까지만 나가서 버스를 탈 예정이었는데 한 번에 해결이 되니 너무나 운이 좋은 것이다.
8시 10분경. 연륙교 끝에 도착하였다.
한쪽에 작은 초소가 있는 곳이다.
이른 아침에 차들은 쌩쌩.
바닷 바람도 쌩쌩.
방풍 쟈켓을 꺼내고 장갑을 끼고 만반의 준비를 한 다음
'쟤는 뭘까?'
하고 신기하게 바라보는 지나가는 차안의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걷기 시작했다.
그다지 급할 것도 아쉬운 것도 없는 길이다.
쉬엄 쉬엄 다리 구경도 하고 한참을 서서 바다도 하염없이 바라다보고 서쪽으로 보이는 작은 섬들에 눈길도 주어가며 걷는다.
바다에도 길이 있는걸 아는가?
바닷물도 가는 길이 있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물결이 한곳으로 쏠리고 있지만 유독 그 길엔 물결이 잔잔하다.
삐뚤 빼뚤 어느 산모롱이의 작은 오솔길마냥...바닷물도 가는 길이 있다.
연륙교의 명칭은 '창선 삼천포대교'다.
이름때문에 사천과 남해간 알력이 좀 있었다고 들었다.
길이는 3.4km라고 하고 삼천포와 창선도 사이 4개의 섬을 연결하는 5개의 교량이 있다.
단항교, 창선대교, 늑도교, 초양교, 삼천포대교.
섬과 섬을 잇다보니 다리만 계속 걷는것이 아니라 다리 하나를 건너면 섬이 나오고 그 섬을 돌아 또 다른 다리를 만나는 식이다.
물론, 다리에는 양쪽에 보행로가 있어 안정상의 문제가 없으나 섬 내를 걸을때는 따로히 보행로가 없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특히 직선보다 곡선도로가 많아 나도 무지 조심 조심 걸었다.
교통이 불편했던 바닷길을 다리가 개통되어 소통이 원활해지니 그 한풀이라도 하듯 차들이 무지 쌩쌩 달린다. ^^
9:00 삼천포대교 끝에 도착했다.
햇살이 따스하게 퍼져온다.
언젠가 다시 오리라...아쉬움을 뒤로하고 바다와 이별을 했다.
지도를 보니 삼천포 시내까지 꽤 먼길이다.
히치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차들이 워낙 쌩쌩 달리고 있는지라 시내버스(800원)를 타고 9:30분 삼천포버스터미널에서
진주가는 버스(2,500원)에 올랐다.
버스는 3번 국도가 아닌 구 도로로 간다.
사람들은 뻥 뚫린 도로가 아닌 이렇게 구불 구불한 길을 돌아 돌아 그 길가에 자릴 잡고 살지.
뻥뻥 뚫린 고속도로가에 사는 사람보다 작은 시골 지방도가에 사는 사람들이 더욱 정겨울 듯 싶다.
기사님께 하동으로 가려한다 했더니 진주시내까지 들어가지 말고 개양이란데서 내려 하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라고 하신다.
어차피 고속도로를 타려면 진주시내에서 다시 개양으로 나와야 하므로 30분 이상은 절약할 수 있다며....
좋은 정보로 개양에서 하차하여 얼마 안 기다리고 10:30분 하동행 버스(3,800원)에 탑승했다.
3.2 매화마을과 재첩회덮밥
11:40분. 하동에 도착했다.
시원한 고속도로를 달려 섬진강 휴게소부터 섬진강을 따라 버스는 금새 도착한다.
차안에서 보니 섬진강물이 시퍼렇다.
어느 새 곳곳엔 하얀 매화가 피었다.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어쩌면 이리 운이 좋을꼬..^^
하동터미널(055-883-2663)에서 구례가는 버스 시각을 확인하고(시간당 한대꼴) 매화마을에 가기 위해 다압으로 가는 시각을 확인하니
아직 한참이나 기다려야 한다.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타니 매화농장 입구까지 6,000원이 나온다.
역시나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많고 차들이 많아 길이 밀리기까지 한다.
천천히 매화농장을 오르는데 양지바른 곳곳에 성급한 하얀 매화들이 활짝 피어있어 눈을 즐겁게 한다.
뒤돌아 멀리 보면 맑은 섬진강이 유유히 흐른다.
관광객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곳이다.
매화는 한 2/5쯤 피었다.
산허리를 돌아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왕대나무밭 옆에서 어느새 노랗게 피어있는 산수유 두 그루를 발견했다.
동백도 보고 왔고 매화도 보았는데 산수유까지........내가 이른 봄 마중을 오긴 했나보다.
매화가 만개하면 온 산이 하얗게 물들겠구나. 싶다.
언젠가 내 좋은 사람과 함께 온다면 행복하리라.
그 때에는 바람이라도 불어 흰 꽃잎 눈이 난분분하게 내려주길........
버스가 언제 올지 몰라 히치를 했다.
부산에서 두 딸을 데리고 여행을 왔다는 사람좋은 중년 부인은 나를 섬진교에 내려주었다.
유유한 섬진강물을 섬진교를 걸어서 건너며 실컷 바라보았다.
1시 10분경. 섬진교 건너 약 500여m쯤에 있는 여여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매화마을 갈적에 택시기사님이 그나마 괜찮다며 알려주신 식당이다.
재첩국을 먹기 위해 갔으나 회덮밥에 국이 딸려 나오기에 좀 비싸긴 하지만(10,000원) 재첩회덮밥을 주문했다.
처음 먹어본 소감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재첩국은 잘 끓이면 시원할 듯 싶었지만 회덮밥은 글쎄....그냥 비빔밥같다.
3.3 섬진강 칠십리길
점심을 먹고 터미널까지 천천히 걸어오니 2시 5분전이다.
2시 20분 구례로 가는 버스를 탈 예정이다.
중간에 화개에 내려 좀 더 시간을 보내다 갈까 생각했지만 섬진강을 끼고 달리는 그 길에서 섬진강과 작별하기로 했다.
4월이면 이 길은 벚꽃이 터널을 이루어 그 눈같은 흰꽃잎을 날리며 사람들을 맞으리라..
편도 1차선 도로에 차들이 가득하고 시끄러운 노점상꾼이며 수많은 관광객이 법석을 떨어도
그 옆에 섬진강은 말없이 아무말없이 유유히 흐르리라.....
버스는 화개에 잠시 들렀다 구례로 간다.
구례에 도착하니 3시.
구례에서 구례구역은 약 6km정도 떨어져 있다.
걸어서 가기엔 차 시간에 늦을 듯 싶어 그냥 버스를 타기로 했다.
3시 30분 구례구역 가는 버스에 올라 15분 정도 소요하여 역에 도착하였다.
그 때까지도 섬진강은 옆에 있다.
수량이 많지 않아 허옇게 모래 사장이 드러나 보이기도 하지만 푸르게 푸르게 강물은 흘러가고 있었다.
3.4 돌아옴.
내 여행은 여수역에서 시작하여 구례구역에서 끝을 맺었다.
향일암에서 나오는 버스를 함께 타고 오동도에서 하차했던 부부를 구례구역에서 다시 만났다.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눴다.
여행...그것은 이렇게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이리...
이틀동안 설잠을 잔 탓에 기차에선 늘어지게 잤다.
중간에 잠시 전화를 받느라 깨어보곤 정신이 들어 밖을 보니 기차는 어느새 한강철교를 지나고 있었다.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길 위에 설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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