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봄의 여행 - 연두빛 숲을 찾아 봄 나들이 떠나다.

dreamykima 2006. 5. 19. 10:32

날 짜 : 2006년 4월 22~23일

장 소 : 충북 봉황자연휴양림

 

봄이 오면 / 연두빛 고운 숲속으로 / 어리고 단비 마시러 봄 맞으러 가야지
풀 무덤에 / 새까만 앙금 모두 묻고 /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 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녁에 시름을 벗고~~~

 

요즘 자주 흥얼거리던 노래였다.
지난 겨울 몸도 마음도 바빠 제대로 된 여행을 못하고
봄이 오면 봄이 오면....노래를 부르고 있었지만
내 편이 아닌 시간때문에 문 밖의 봄을 보지 못하고 겨울안에서 헤매는 듯 했다.

 

봄이 '나'만을 비켜가는것도 아닌데, '나'만이 그 봄을 즐기지 못하는 듯한 낭패감에 사로잡혀.
아마도 봄을 보지 못하는게 아니고 제대로 느낄수가 없었음이었겠지.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봄을 만나러 떠난 길.
노래 가사처럼 연두빛 고운 숲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봉황자연휴양림 뒷산 산책길에서..>


 

 

뒤로는 연두색 병풍을 두른듯하고 앞으로는 너른 개천이 흐르는
그야말로 명당자리에 뚝딱 집을 한 채 지어놓고 한편에선 맛난 음식을 준비한다.

(참고로, 지금 보이는 곳은 개울이 흐르는 앞쪽. 산이 아닌...)

 



 


   <자연휴양림내에 있던 펜션>

저 편의 멋드러진 통나무집 펜션보다 저 부드러운 잔디밭 위의 집 한채가 더 정겹다.

 

 

 

그 속에서 가족의 정도 유대감도 행복도 더해 지는 듯 하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리고 여유를 찾으러 가는 길인 듯 하다.
'여행'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인해 쉽게 친근해지고
처음보는 사람과도 호탕한 웃음과 즐거운 술잔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닭고기 꼬치와 바비큐요리 - 내 솜씨? 절대 아니다. ^^>



 

밤이 깊을수록 머리위의 별들도 그 수를 더해가며 더욱 반짝이고 있었다.
새벽 3시가 넘도록 모닥불가에 옹기 종기 모여앉아 수다를 떨었다.
오고가는 술잔도 정겹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얘기꽃들은 더 정겨웠다.
3시 반이 되어서야 텐트속으로 기어 들어간 듯 하다.

 

아침 6시.
그리 요란하지도 않은 진동 알람에 눈이 떠지고 말았다.
지난 이틀 뭔가를 하느라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곤 하여
푹 자야지~~생각하고 잠들었는데 겨우 두어시간 채우고 눈이 떠지고 말다니.....흑

 

아마도 알람때문이 아니라.....

 

산위에서 들려오는 이름모를 새 소리에......
저 아래 흐르는 계곡 물소리에......
바로 옆 과수원 복사꽃 피는 소리에......
그리고,

이미 저 산능선을 넘어 참나무 가지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니는 개구쟁이 햇살 때문이었을게다.

 

조용히 배낭만 들고 빠져나와 휴양림 뒷산을 걸어본다.
간밤의 즐거움에 모두들 피곤하였던지 휴양림의 산막들도 조용하다.
산불조심 입산금지(적발시 벌금 10만원) 플래카드를 넘어가면서
어느 분 말씀처럼 '지금山入'으로 멋대로 해석 해 버리다.

 

(잘못인거 안다.

연두빛 숲속의 유혹과 아침 산책의 유혹이 너무 컸다.

그래도 잘못인거 안다.-.-) 

 


   <등산로 초입>

 


 

깨어있는건 단지,

 

헥헥거리며 걷고 있는 나와,
연두빛 숲과
졸졸거리는 계곡물과
청아하게 노래하는 새들과
발 밑의 제비꽃과
연분홍색 진달래와
하얀색 산벚꽃과
귓가를 스치는 부드러운 봄바람과
나무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니는 아침 햇살.

 

    <금강 제비꽃? 아마도..>


   <호제비꽃>



 

인적없는 산길을 홀로 걸으며 양희은의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눈부신 아침햇살에 산과 들 눈뜰 때 그 맑은 시냇물 따라 내 마음도 흐르네~~~~


부족한 잠으로 가라앉아 캑캑거리던 목소리를
노래하던 새들이 '답가'로 잘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다. ^^

 

봉황자연휴양림 뒷산은 해발 398m의 '울궁산'이다.
등산로는 3.5km정도로 해찰하며 걸으니 두어시간 걸렸다.
산세는 완만한 편이고 낙엽송, 소나무, 진달래, 산벚꽃나무 그리고 참나무가 많았다.
숲으로 들어갈수록 참나무 군락이었는데
지금 한창 나무에 물이 오르고 연두색 이파리를 피워내고 있어 숲이 환해지고 있었다.

 

   <햇살이 들어오는 쪽>


   <아직 햇살이 들어오지 않는 쪽>

   <더 멋진 곳이 많았는데 디카 아웃되어 찍지 못했다. 아쉬워.>

 



전망대에 한참을 앉아 그들과 대화를 시도하여 보았으나 끝내 묵묵부답.
아직은 내공이 부족한가 보다.

 

배낭엔 겨우 500짜리 물통하나와 주머니에 사탕 세개.
간밤에 그리 먹었는데도 너무나 정확한 배꼽시계.

능선을 걸어 산을 돌아 내려오니 8시가 조금 넘었는데
야영지까지 큰 길을 걸으며.......지금쯤 가면 모두 일어나 밥을 해놓고 있을꺼야.......

 

아~얼마나 야무진 꿈이었더란 말인가~~~

 

햇살이 야영장 안으로 가득 밀려들어왔는데도 미동도 없는 텐트들.

죄없는 내장들은 출렁이며 밥달라고 아우성이고
결국 빈속에 참외하나 커피 한잔 밀어넣고 있자니 하나 둘씩 일어난다.

 

'밥'요. / 아침이라 밥맛이 없으니 감자스프로 때우자. / 엥~~~~(누가 밥맛이 없는데.....-.-)


그렇게 감자스프 한 컵으로 아침을 때우고 다시 텐트로 기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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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너스 사진 : 위로부터 냉이꽃, 별꽃, 봄맞이꽃, 복사꽃>






5월이 되어야 더 많은 들꽃들이 앞을 다투어 피어날 듯 하다.

눈과 몸을 낮추어 열심히 봐야지.

솔나물이라는 새로운 개체를 찾았는데 디카 아웃되어 못 찍어온게 정말 아쉽다.

언젠가는 그 녀석을 또 만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