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북한산 산행기 3 - 진달래능선에서 의상능선까지...

dreamykima 2006. 7. 23. 13:24

날 짜 : 2006년 7월 22일 / 경희, 병륭이와 함께.

코 스 : 우이동 - 진달래 능선 - 대동문 - 보국문 - 대성문 - 대남문 - 문수봉 - 청수동암문 - 나한봉 - 나월봉 - 부왕동암문 - 증취봉 - 용혈봉 -용출봉 - 의상봉 아래 안부 - 국녕사 - 산성입구

 

힘들고 답답할때는 산에 들어 무조건 걷는게 나에겐 약이된다.

요 근래 바쁘고 힘든데다 산에 가지 못해 그 답답증이 더했던 것 같다.

갑자기 산에 가고 싶어 내 좋은 산동무인 경희에게 SOS를 쳤다.

혼자서도 좋을 산행이지만 함께이면 더 좋을 산행이기에....

경희 또한 요즈음 산에 다니지 못해 나와 비슷한 답답증이 일었었나보다.

어느 산으로 갈지 정하지도 않고 무조건 따라나서겠단다.

 

금요일 밤 늦게서야 산행지가 결정 되었다.

오랜만에 도봉산에 가보기로 했다.

 

도봉산에 가자고 하고 약속장소를 정한게 우이동 통나무식당이다.

예전 한참 ridge산행을 다닐 때 자주 이용하던 식당이었고 사람좋은 주인아주머니가

한참만에 가도 반겨주시는 곳이다.

도봉산에 가려면 파출소 앞 쉼터에서 만났어야 할터인데 왜 우이동 통나무식당이 튀어 나왔을까.

아무래도 무엇에 홀렸든지 아니면 북한산 산신령님이 내가 보고 싶으셨던가보다. ^^

물론, 우이동에서 만나도 도봉산에 갈 수는 있다.

 

팍팍한 도선사 아스파트길이 싫어 선택한 진달래능선길이었다.

솔직히 ridge산행이 아니라면 우이동쪽으로 북한산을 갈일이 없어 처음 가보는 길이다.

경희는 ridge말고는 북한산 워킹 산행을 해본적이 없다고 한다.

오늘은 능선을 많이 걷기로 했다.

등산과는 별로 친하지 않은듯한 병륭이가 걱정되었지만

진달래능선으로 올라 성곽길을 타고 의상능선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의상능선은 초보자에겐 약간 무리지만 우회로가 있고 오름길이 아닌 내림길이므로 괜찮을 듯 싶었다.



<소박하게(?) 생긴 진달래능선 매표소

  소박하거나 말거나 입장료는 에누리없는 1600원이다. ^^>

  

  날씨탓인지 아님 토요일이어서인지 그것도 아님 이 등산로가 그러한지 산객이 적었다.

 

 


<대동문>

 


<성곽을 따라 난길. 아래가 바로 보국문이다.

 

  살아가다보면.....

 

  이렇게 내리막도 있고...

 


 또 이렇게 오르막이 있는 법.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언젠가는 그곳에 있으리니...

 

 


 되돌아보면 어느 새 지나온 길도 아득하다.

 

 


<대성문>

 


<대남문>

 


 


<문수봉에서 바라보는 비봉능선.

  희미하지만 멀리 사모바위, 승가봉, 비봉이 보인다.>

 

 


<문수봉 바로 아래 자리한 문수사>

 


 <문수봉>

 

  우측에 앉아 있는 경희와 병륭이.

 

  얘들아~힘들지?

  그치만 언젠가 그 땀방울이 모여 우리에게 큰 힘이 되어줄지도 모르잖니.

  산에 오르는 일은 힘들지만 내 몸을 움직여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축복이지 않을까.

 


<좌측으로 보이는 능선이 우리가 가야할 의상능선이다.>

  

 


<의상능선에서 바라본 백운대 방향.

 가운데 뾰족하게 우뚝선 봉우리는 아마도 노적봉,

 그 앞에 허연 슬랩이 보이는 바위봉우리는 용암봉,

 용암봉 우측으로 보이는 봉우리는 만경대,

 노적봉과 만경대 사이로 불쑥 솟아오른 봉우리는 인수봉같다.>

 

 내가 제대로 짚은걸까?

 

 아침에 출발할때는 시계가 좋지 않아 능선을 하나도 볼 수 없을줄 알았다.

 점심먹고 능선을 걷고 있는 동안 하늘이 열리고 봉우리들이 삐죽 삐죽 얼굴을 내밀었다.

 


 <저 뒤로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들이 우리가 가야 할 능선길>

 

 병륭이가 생각보다 잘 따라오고.....

 물론, 경희와 내가 힘들다고 뒤처지면 무조건 버리고 가겠노라고 엄포를 놓았다. ^^

 

 나도 경희도 오랜만에 많이 걷는 길이 참으로 좋다.

 

 의상능선은 의상봉,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나월봉, 나한봉

 이렇듯 여러 봉우리들을 오르내려야  하는 곳이다.

 상당히 가파르고 바위길이어서 초보자들에겐 약간 위험한 코스일 수 있다.

 물론, 바위길 옆에는 우회로들이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마시라.

 그래도 한여름 뙤약볕을 받고 오르내리기엔 상당히 힘든 구간이다.

 오름길이 아닌 내림길인데도 조심스러웠다.

 바위와 흙이 아직 빗물을 머금고 있는데가 있어 미끄럽기도 했고.

 

 


<숲속에서 발견한 이쁜 버섯.

이름도 모르겠고 식용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용출봉으로 오르는 계단>

 


<그렇게 꿋꿋하게 자라렴. 나도 너를 많이 본받아야겠다.>

 


<용출봉에서 바라보는 백운대 방향.

  노적봉에 가려 백운대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국녕사 대웅전.

   법당안에서는 스님과 신도들이 법문(?) 논하고 있는 듯....>

 

 식수가 부족해 의상봉으로 오르지 아니하고 그 아래에서 바로 국녕사로 하산하였다.

 



<국녕사 대웅전 앞에 있는 등용각. 하늘로 솟구쳐 날아갈듯한 지붕선이 이쁘다.

  팔각 석조기둥 위에 팔각 난간을 만들고 그 위에 정면 1칸 측면 1칸 규모로 1999년에 지은 건물로
  원래는 범종을 걸기위한 종각이라 한다.

  2000년에 조성한 범종이 너무 커서 걸지 못해 현재는 비어있는 상태라고>

 

  대웅전 축대와 이 등용각 사이의 계단을 내려오다보면 우측에 커다란 범종이 종각도 없이

  초라하게 서 있었는데 이런 사연이 있었구먼.

  뭐든지 과한 욕심이 화를 부른다 했다.

 


<등용각의 위상>

 

 


<국녕사에 있는 석가모니 대불. 대불 주위에는 작은 금불상들이 에워싸고 있는데 만불이라 했다.>

 

 부처님, 안녕하세요?

 우리 오늘 안전하게 산행 잘하고 왔지요. ^^ 

 

 

 산성입구쪽으로 내려오며 보니 계곡에 물이 많아 수영장이 따로 없고

 아이도 어른도 모두 신이 났다.

 우리도 적당한 곳에 배낭을 내려두고 세족의 즐거움을 누렸다.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있자니 오늘 하루의 피로가 모두 가시는 듯 싶었다.

 

 산에 가실 때는 양말을 하나 더 들고 가시라.

 산 밑에는 어디나 세족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계곡이 자리하고 있다.

 

 10시 반에 우이동에서 시작한 산행이 산성 입구에 내려오니 6시이다.

 시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거리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오늘 그 산에서, 그 길에서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음이 중요하다.

 

 땀을 흠뻑 흘리고 난 뒤에 마시는 차가운 맥주는 언제나 달다.

 

 함께 해준 경희와 병륭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