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신불산 비박산행기 2 - 아름다운 영남알프스 능선을 걷다.

dreamykima 2006. 9. 12. 18:03
날 짜 : 2006년 9월 9 ~ 10일
장 소 : 신불산 비박산행

코 스 : 가천저수지 - 포사격장 - 에베로릿지 - 신불평원 - 신불산 대피소 안부(비박) - 신불산(아침산책)

          - 신불평원 - 취서산 - 백련암과 비로암 사이 계곡 급경사길로 하산 - 비로암 - 통도사
인 원 : HQN님, 달님, 송탁님 그리고 나 4명.

 

바람이 정말 매서웠다.

비박 텐트가 날아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텐트가 바람에 펄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푹 자지 못하고 자다 깨다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침낭속은 춥지는 않았기에 잠시 잠시 단잠을 잔 듯도 싶다.

 

여느때처럼 6시쯤 일어났다.

텐트속에서 듣는 바람소리가 너무 커서 밖으로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신불산의 아침을 보고싶어 6시 30분 일어나 나왔다.

여전히 바람은 세차고 날아갈 듯하다.

간밤의 설겆이라도 할까 했지만 너무 추워서 엄두가 안나고 아직 모두들 주무시고 계시기에 신불산 정상으로 산책을 나서본다.

배낭도 없이 맨몸으로 산을 오르는데 몸이 휘청 휘청한다.

 



  

  야영지에서 바로 올려다 보이는 고개가 정상인줄 알았는데 그 곳에서 한참을 더 올라야 했다.

  하늘은 어제보다 더 맑고 청명하다.

  비가 내린 후라 대기가 맑고 깨끗하여 시야가 트여 시원스러운 조망을 보여준다.

  정상에 서니 어느 부지런한 산객 한분이 벌써 올라오고 있다.

 



<신불산 정상석. 오늘 하늘이 환상이다.>

 



<신불산에서 바라본 북동쪽 하늘 모습>

   



<신불산 북쪽으로 보이는 능선들. 언젠가는 저곳도 걸어봐야 할터인데...>

 



 신불산에서 내려오면서 찍은 야영지 모습. 

 뒤에 보이는 파란 텐트는 다른팀이었고 앞쪽에 빨갛고 노란 텐트 두 동이 우리의 비박용 텐트다.

 노란색 옷은 HQN님.

 

 햇살에 반짝이는 억새들. 바람은 여전하여 억새들은 동쪽으로 거의 드러누웠다.

 



 바람에 오들 오들 떨고 있는 내가 안스러웠던지 한쪽에서 햇볕 쪼이고 있으라 하시고 세 남자분들이 열심히 아침 준비를 하신다.

 매서운 바람덕에 갑자기 공주가 되었다. ^^

 

(내 카메라는 여기서 아웃되었다.

지난 번 계곡트레킹 때 물을 좀 먹더니 이상이 생겼다.

게다가 벌써 몇 년을 썼으니 보내 줄 때가 된 듯도 싶다. -.-)

 



<신불산 대피소. 우측으로 식수가 있다.>

 


 

<바람, 바람, 바람>

 


 

 아~ 맑은 하늘!!

 우리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사이 우리 옆에서 야영을 했던 팀들이 벌써 신불산 정상을 향하여 떠나고 있다. 

 



 오전 8시. 그 바람속에서 밥과 찌개를 끓여 맛난 아침을 들었다.

  물론, 나는 밥을 할동안 거의 내내 비박텐트안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춥다는 핑계로 소주도 한모금(실은 점심에 반주로 할 소주까지 다 마셨다.^^)씩 하고...

  아침을 먹고 짐을 챙긴다음 야영지를 철수해서 취서산을 향했다. 

 

 아침 10시 15분. 야영지를 정리하고, 배낭을 다시 둘러메고 길을 나선다.

 


 취서산 능선으로 향한다.

 하룻밤을 보내고 먹을꺼리가 덜어져 좀 가벼울법도 하건만 배낭은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신발끈 다시 잡아메고 나는 걸으리. 영남알프스 아름다운 그 길들을...

 


 

 어제도 오늘도 HQN님의 세세한 설명은 이어지고...영남알프스에 푹 빠져버린 나는 귀를 기울인다.

 


 

아름다운 신불평원의 억새를 지나...

 


 

걷고 또 걸으며 영남알프스를 즐기다.

 


 

아름다운 동행들. 아~여기는 아름다운 영남알프스입니다.

 


 

머리 휘날리며...ㅎㅎ...송탁님이 숫사자의 갈기가 연상된다나 뭐래나~

 

힘들게 걷다가 무거운 배낭 내려두고 잠시 쉬어가는 기쁨을 아는가.

살아가는 일도 그렇다. 열심히 살다가...잠시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단꿈을 꾸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걸어 온 능선.

나는 내 인생에서 얼마만큼을 걸어왔을까. 저렇게 확연히 보이면 좋으련만...

 


 

우리가 가야 할 능선이 보인다. 인생길도 이렇게 뚜렷히 보인다면 좋을텐데... 

 


 

취서산 정상. 하늘이 넘 이쁘당~

 


 

이 정상은 이름이 아주 여럿이다.

취서산이라 하는 사람도 있고, 영취산, 절집 이름으로는 영축산

HQN님 말씀에 따르면 영취산은 일본식 이름이란다.

그래서 우린 취서산이라 명하기로 했다.

 


 

취서산을 지나 시살등까지 가서 통도사 방향으로 하산할 예정이었으나

돌아오는 시간이 부족할 듯 싶어 어느 급경사 계곡길로 하산하였는데 나중에 보니 백련암과 비로암 사이 계곡길이었다.

한참 급경사 너덜지대를 내려오면 계곡과 만나게 되고

계곡을 만난 지점에서 약간 아래쪽으로 능선에서 내려오는 정규 등산로와 만나게 된다.

 

너무 급경사길인데다 너덜지대라 위험한 하산길이었다.

다행히 미끌어지는 사고없이 잘 하산하였다.

비로암을 지나 통도사로 향하는데 이어지는 아스팔트가 끝이 없다.

 

나중에보니 왼쪽으로 지름길이 있었는데 우리는 모르고 차들이 다니는 아스팔트길을 걷고 또 걸었다.

 

배낭도 무겁고 몸도 지쳤는데 아스팔트 고개를 하나 넘고보니 또 다른 고개가 나온다.

흐미~~

놀라서 히치를 하기로 하고 마침 스타렉스를 잡았는데 대가족이 타고 있었음에도 우리 넷 다 태워주신단다.

배낭도 큰데 4사람 모두 태워주니 얼마나 고맙던지...백련암까지 나들이를 다녀오는 가족이었다.

 

차를 타고도 통도사 주차장까지 한참이 걸렸다.

걸어나왔으면 아마 지쳐서 주저앉았으리라.

 

주차장에 도착하여 김밥의 행로가 궁금하여 제일 먼저 찾아보니

에효~

김밥은 HQN님 멋진 코란도를 누군가 떼메갈까 싶어 뒷좌석 짐 박스속에서 얌전히 망보고 있더라.

 

달님의 차를 회수하여 양산 시내로 들어가 시원한 팥빙수를 먹고 창원으로 가시는 HQN님과 작별하였다.

 

우린 달님차로 다시 경산으로 돌아와 경산역 근처 감자탕집에서 뼈다귀해장국에 소주 한병을 비우고 

7시 16분 서울발 무궁화호로 출발.

 

송탁님은 평택까지 가시고 나는 대전에서 KTX를 갈아타고 10시 반에 서울역에 도착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니 11시 15분.

 

먼길이었지만 행복한 산행길이었고, 아름다운 영남알프스에 푹 빠져 돌아오게 되었다.

 

이런 아름다운 산행을 함께 해준 HQN님, 달님, 송탁님께 무척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