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7년 2월 10~11일 / 송탁님을 따라 OC인들과...
겨울 캠핑에 나서다.
산에 가질 못해 이번주엔 기필코 산에 가야지 했는데 '산에 가자'는 문자가 빌미(?)가 되어
어쩌다 송탁님을 따라 겨울 캠핑에 나서게 되었다.
난 추위를 많이 타는지라 겨울 캠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날씨가 그다지 춥지 않아 멀쩡히 살아돌아왔다. ^^
항상 추웠던 기억으로 가득한 삼탄인데 그 곳도 올 겨울을 비켜가지는 못했는지
강변에 버들강아지가 활짝 피어난걸 보았다.
<앞에 보이는 다리가 삼탄교이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민가는 삼탄역 앞에 유일하게 있는 민가이다.
우리가 삼탄으로 여행을 올때마다 저 집 평상에서 라면을 끓여먹곤 했었다.>
삼탄, 이제는 익숙함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삼탄역 주변은 자주 여행을 왔던 곳인지라
삼탄, 명암, 진소, 공전, 석천리, 애련리 등 지명들이 익숙하고,
길 또한 머리속에 대충은 지도가 그려질만큼 낯익은 곳들이다.
5~6년 전, 석천리 석문분교였던가...폐교된 작은 운동장에서 동호인들끼리 운동회를 했었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우리들의 환호 소리에 함께 흩날리던 그런 맑은 가을 날에.
삼탄역에서 공전역으로 가는 제천천 천변에서 캠핑을 했다.
가는 길은 험난했으나 도착한 곳은 넓고 조용해서 캠핑지로 손색이 없어보인다.
부드러운 모래톱이 있는 곳에 하룻밤을 지샐 집을 짓는다.
이 주변은 기찻길로만 연결이 되는 오지 중의 오지였으나 영화 한 편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이제는 오지가 아닌 듯 하다.
이번에 가보지는 않았으나 2~3년 전 진소에 갔을 때 주위에 펜션터를 닦고 있는것을 보았었는데
지금은 어찌 변했는지 모르겠다.
캠핑지 위의 임도를 따라 고개를 넘어가면 명암, 진소 등의 마을이 나오고,
그 길을 따라가다 왼쪽으로 강을 건너면 석천리나 애련리로 넘어갈 수도 있다.
고갯마루에 서면 삼탄역과 충북선 철로, 제천천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인다.
<겨울에 이 곳을 가면 저 제천천이 항상 꽁꽁 얼어있곤 했었는데 어느 새 얼음이 풀렸다.>
<제천천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33인치 신발을 신은 구코의 깜찍함이란...
지언이와 예린이는 저 차를 보더니 아빠차 팽개치고 냉큼 저 차에 올라버린다.
주인이 좋아서인지 차가 좋아서인지는 나도 모름. ^^>
<길이 없으면 만들며 간다. 어느 새 막강 테라칸이 되어가고 있는 송탁님의 애마.
주인의 막무가내 들이대기로(?) 이만 저만 고생이 아니다.>
<썬더님과 애마. 내 카메라의 성능이 좀 더 나은 것이었으면 싶을때가 이런때이다.
줌 기능이 별로라 사진이 흐릿하다. 멋진 사진이 나올 수 있었는데 아쉽다.>
<길이 없으면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언젠가 광화문 교보빌딩에 걸린 문구이다.
정말 없는 길을 만들며 캠핑장을 찾아간다. 그 곳에 우리의 희망이 있을까.
막연하지만 있을꺼라는 생각을 해본다. 회색빛 콘크리트 속에서 우리는 무슨 꿈을 꿀 수 있을까.>
<언젠가 시간이 나시면 충주에서 제천까지 다니는 충북선 무궁화 기차를 함 타 보시라...
목행, 동량, 삼탄, 공전, 연박, 봉양 등 정겨운 간이역들을 만나게 되시리라.>
<아무래도 거의 순정이나 다름없는 송탁님의 애마에겐 버거운 길 같다.
민다고 해결이 되남요? 들여다보면 해결책이 나와요? ㅎㅎ
터프한 주인덕에 무지 고생하고 있다.>
<아~ 날씨 좋~고, 내 기분도 좋~다.>
<저 강을 건너 오른쪽으로 약간 진행하면 우리의 캠프지가 나온다.>

<썬더님의 리빙쉘과 송탁님의 라운지텐트가 설치되고 있다.>
<언제나 군침을 삼키게 하는 송탁님표 바베큐. 오늘은 닭고기 요리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바쁘다. 저렇게 5개를 굽더니 그 중 하나를 선뜻 내게 건네주는 이쁜 지언이. ^^>
<모닥불을 피울 나무를 구해온 짱군님과 썬더님.>
<아이들의 불꽃놀이. 흔들린탓에 현서가 빙빙 돌리고 있는 움직임이 오히려 매끈하게 잡혔다.>
<후레쉬를 터트리지 않고 찍기 때문에 삼각대가 없는 상황에서 흔들림은 어쩔 수 없는 일이나
그나마 위의 사진보다 덜 흔들려 불꽃들이 좀 더 잡혔다. 언제나 안 흔들리려나...쩝~>
겨울 밤, 별들의 잔치에 초대되다.
민가도 가로등도 없는 곳에서 맑은 겨울밤하늘을 만나는 행운을 잡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다들 라운지텐트안에서 난로까지 켜고 따스하게 앉아 놀고 있었지만
나는 밖에서 직접 톱질 해가며 모닥불 지피고 앉아 맘껏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모닥불은 따스했으나 별빛에 미치지 못할만큼 미미하였고
등이 있었지만 아예 꺼버리거나 밝기를 줄여놓았다.
제일 먼저 카시오페이아 자리를 찾고 오리온 자리를 찾는다.
아직 북극성과 북두칠성은 저 산너머에 있어 보이지 않는다.
오리온 자리를 찾으면 큰 개자리의 시리우스를 찾고 시리우스를 찾고 나면 은하수 건너
프로키온을 찾는다.
여전히 그 둘은 베텔기우스와 더불어 행복한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내가 쉽게 찾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찾아 황소자리의 알데바란도 찾는다.
막상 별들의 잔치에 초대되고도 초대한 이들의 이름을 모두 알 수 없어 미안했다.
겨울 밤의 캠핑은 내가 그다지 즐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맑은 밤하늘을 만나 행복했다.
<그래도 막강 300만 내 카메라. 송탁님이 700만 화소 가지고 찍은 사진보다 훨씬 나은 사진. ㅋㅋ
송탁님이 우째 찍는거냐고 알려달라고 하지만 난들 어찌 알리오.
어차피 자동 똑딱이 카메라 가지고.......기냥 찍는거지....ㅎㅎ>
그럼에도 겨울 캠핑은 피하고 싶다.
12시가 넘어가자 술자리가 파하고 모두들 잠자리에 든다.
지언이와 근일이가 예린이와 현서를 따라 썬더님 집으로 가는 바람에
졸지에 혼자서 너른 텐트와 4개나 되는 침낭을 차지하게 되었다.
너른 라운지 텐트 안에 냉기를 막는 비닐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텐트를 쳤다.
텐트 안에 넓게 매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은박지 돗자리를 깔았다.
돗자리위에 담요대용으로 쓰는 얇은 여름 침낭을 펴고 그 위에 담요 두 장을 더 깔았다.
그러고는 동계용은 아니지만 하계용도 아닌 침낭 4개를 차례 차례 겹쳐 넣었다.
라운지 텐트 안에는 난로도 켜 두었고 송탁님이 따끈한 유단포까지 챙겨주었다.
이러고 나서 침낭안으로 들어갔을때 어땠을까.
침낭 안은 더워서 바깥의 침낭을 걷어내기도 했으나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여전히 느껴졌다.
내가 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 탓에 민감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노숙자들이 생각나더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잘 시간을 넘기니 잠이 달아나 버려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조금 더 자고 싶은데 일찍 일어난 송탁님이 산책 안가느냐고 깨운다.
라운지 텐트안에 또 텐트를 치고 자니 바깥에 날이 밝았는지 어떤지 감각이 무뎌진다.
시계를 보니 7시다.
조금 더 뭉기적거리다 텐트안에서 기어나온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따스한 커피 한 잔을 들고 아침 산책에 나서본다.
올려다보이는 고갯마루는 보이기는 바로 보이지만 산을 돌아 올라가는 임도라
한참을 걷는길이다.
조금 더 서둘렀으면 해돋이도 볼 수 있었겠지만 오늘은 게으른 아침이 되어버렸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산을 휘감고 도는 제천천의 모습과 충북선 철로, 삼탄역이 모두 내려다 보인다.
왼쪽으론 우리의 캠프지도 내려다보인다.
<갈대밭과 나사체님의 모빌의 어울림이 아주 멋져서 한 컷~>
<역시 나사체님 모빌이다. 도강하는 모습이 아주 멋지고 당당해서 한 컷~.>
이 사진 뒤로 버들강아지 몇 장을 찍은 후 내 카메라는 아웃되었다.
밧데리가 아웃된것이 아니라 지난 여름 계곡트레킹시 물을 좀 먹더니 그 뒤로 생긴 고장탓으로
가끔씩 화면이 지직거리며 아웃되어 버린다.
CCD고장 같다는데 A/S센터에 물어보니 교체하는데 10~20만 정도 든다고 한다.
에효~! 310만화소 카메라 그 돈 주고 CCD교체하여 쓰느니 새로 하나 장만하는게 낫지...
조만간 요 녀석하고 이별해야 할 듯한 예감이 든다.
아직 사진은 웬만큼 찍히는데...-.-
아쉽다.
썬더님이 밤에 추웠는지 몸이 으실으실하단다.
원인을 따져보니 리빙쉘 안쪽은 난로까지 피워 공기는 따스했으나 야전침대위에서 매트리스 없이
잠을 잔 모양이었다.
아무리 영하 몇십도를 커버하는 좋은 침낭이라 해도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냉기는 막을 수 없었을터...
작은 장비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 덕에 충주 근교에 있는 썬더님의 집으로 가서 라면 끓여 점심 해결하고 집으로 일찍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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