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7년 2월 24일 / 나홀로.
장 소 : 강화 석모도 해명산과 보문사
코 스 : 전득이고개 -> 해명산 능선 -> 낙가산(보문사) 편도 9km로 4시간 소요
교 통 : 신촌 시외버스 터미널 - 강화 외포리 (2시간 소요 편도 6,200원)
외포리 선착장 - 석모도 석포 선착장 (10분 소요 왕복 1,600원)
석포 선착장 - 등산로 입구 (5분 소요 700원)
(보문사까지 가는 버스이고 보문사까지는 20분 소요에 요금은 1,000원)
요즘 산에 가는 일은 어쩌면 재미없게 느껴질수도 있다.
파릇 파릇 연두빛 새싹이 돋은것도, 신록이 우거진 것도, 울긋 불긋 단풍으로 온 산이 환하지도,
그렇다고 순백의 흰눈 속에 산이 고요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어정쩡한 시간.
그러나, 이 시간을 거쳐야만 연분홍 꽃바람이 한바탕 휘몰아치는 찬란한 봄이 오는 것을...
세상 많은 것이 때가 있고 거쳐가야 할 과정이 있기 마련인것이다.
날씨가 맑다는 예보에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 얼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석모도에 가보기로 하였다.
서울에서 가까워 하루코스로 충분할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의 연계도 잘 되어 있어 편히 오갈 수 있는 길이다.
신촌에서 9시 30분 버스를 타고 느즈막히 떠난 길이 12시가 15분이 되어서야 등산로 입구에 다달았다.
버스를 타고 배를 타고 또 다시 버스를 타고 하는 과정에서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있었지만
허비라 생각하면 허비지만 그저 느리게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편해진다.
등산로 입구에 있는 등산 안내도에 이렇게 적혀 있다.
해발 308m의 해명산과 해발 245m의 낙가산을 연결하는 코스로 산해을 하다보면 주변섬들이 오밀조밀하게 바다위에 펼쳐 있어 경치가 절경이며, 기암괴석들이 생긴 그대로 놓여있고 산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마음을 수련할 수 있는 등산로입니다.
특히, 강원도의 정동진과의 정 반대인 서쪽으로 위도가 같아 서해 낙조 감상지로도 손꼽히며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한 우리나라 3대 기도사찰인 보문사와 마애석불이 있는 곳입니다.
나와 부부로 보이는 산객만이 버스에서 내려 등산로 입구로 들어선다.
일요일이 아닌 토요일이어서인지 등산로는 무척이나 한산했고,
나는 그 조용한 산길을 혼자서 걷는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어떤 이는 시속 100km의 속도를 내며 고속도로를 달려가고 있겠지만
나는 시속 4km도 채 되지 않는 발걸음으로
행여 빠를세라 느릿 느릿 해찰을 하며 걷는다.
해명산에는 진달래와 참나무들이 많았다.
어느 새 진달래엔 물이 차 올라 조그맣게 꽃봉우리들을 맺고 있었다.
조만간 저 꽃망울들이 툭 툭 벙그러질 것이다.
어느 새 봄이 내 턱밑까지 와 있었구나.
미처 내가 느끼지 못한 사이에...
누구에게나 오는 봄이다.
그러나, 누구나 그 봄을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진달래 꽃망울이 벙그러지기 시작하면
능선은 한바탕 꽃잔치를 할 듯 싶었다.
섬 산행의 묘미는 이렇듯 양 옆으로 바다를 보며 걷는 맛이리라.
저 건너 보이는게 강화도이고 앞에 동그마니 떠 있는 섬이 대섬이다.
앞서 간 부부산객이 보이지 않을만큼 느리게 걸었다.
그 덕에 짧은 거리를 거의 1시간이 걸려서 왔다.
바쁠것이 없는 길이다.
최대한 느릿 느릿 앞도 보고 뒤도 돌아다보고 옆길로 새어 바다도 품어보고
아직까지 매달려 있는 작은 상수리열매들도 찾아보고
곧이어 툭하고 벙그러질듯한 진달래 꽃망울들도 들여다보고...
날씨가 썩 맑지는 않아 바다가 흐릿하지만 도심의 콘크리트 숲속에 비할쏘냐...
오른쪽으로 보이는 작은 섬이 소송도와 대송도이다.
좌측으로 멀리는 보이는 섬은 주문도일것이고 우측 멀리 보이는 섬은 볼음도일 것이다.
앞으로 보이는 곳은 매음리일 것인데 예전엔 염전이 많았던 곳이라 한다.
현재는 모두 없어졌다고 석포 선착장에서 일하시는 분이 말씀해 주셨다.
중국산이 밀려들고 있는 상황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물이 고인곳들이 염전이 아닌가 싶었었는데 염전이 아닌 그냥 저수지라 한다.
소금.
바다의 맛과 햇볕의 향기로 태어난다는 그 것.
그 들이 태어나는 곳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내가 걸어야 할 능선이다.
좌측으로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상봉산이지 싶다.
낮지만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걷는 길이라 제법 산행의 맛이 느껴진다.
주말이라 늦장 피우며 아침 7시에 일어나 도시락을 쌌다.
김치와 햄 야채를 넣어 만든 삼각김밥과 과일과 따뜻한 물과 커피.
따스한 햇살 등지고 앉아 바다를 굽어보며 혼자서 다 먹었다. ^^
정다운 바위.
저렇게 이마를 맞대고 얼만큼 살아왔을까.
오래 오래 저렇듯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기를...
텅빈 숲, 그러나 가득찬 숲.
풀꽃들이 피고지는 아름다운 길.
봄볕에 취해 걷고 싶은 날.
느릿 느릿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산길을
또한, 느릿 느릿 그 햇살을 등에 지고 걷는다.
우리나라 3대 기도사찰로 일컬어지는 보문사.
드디어 보문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 섰다.
보문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지만 능선을 따라 더 걸어본다.
능선을 따라 걷다가 상봉산 가기 전 보문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좌측으로 작은 철조망이 있고
철조망이 내려앉은 곳에 등산객들이 다닌것으로 생각되는 작은 샛길이 있는데
그 길로 들어서면 곧바로 눈썹바위와 마애불 바로 아래로 들어서게 된다.
눈썹바위와 마애불.
세상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힘이 느껴질때가 있다.
저 눈썹바위는 세조각이 나 있는데 저런 모습으로 있으면서 굴러 떨어지지 않는것을 보면
신기하다.
좌측으로 윗쪽엔 작은 바위들이 틈새에 끼어 바위와 바위 사이를 받치고 있는데
저 큰 바위사이에서 그 작은 바윗돌들이 깨지지 않고 버티는 것도 신기하기만 하다.
보문사 극락보전.
난 불교에 문외한이라 왜 대웅보전이 아니고 극락보전이라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맞배지붕의 단아한 선을 좋아하지만
겹처마의 단청과 어우러지는 팔작지붕의 화려함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절집의 문살들은 아름다운 것이 많다.
긴 세월을 말해주는 듯 퇴색된 단청이 더 아름답다.
신라 선덕여왕 4년에 만들어졌다는 석실.
안에서는 촬영금지라 찍어오진 못하였지만
천장다운 천장을 한 평평한 바위는 놀랍기만 하다.
이곳이 3대 기도처 중 하나라고 하는 말이 수긍이 간다.
종각의 기둥이다.
빛바랜 단청이 예뻐서 찍어본다.
보문사에서 바라보는 바다.
종각의 날렵한 지붕선이 아름답다.
보문사 앞에서 떠나는 버스를 타야 하지만 개펄이 보고싶어 바다로 향해본다.
저 곳에서는 수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을게다.
아름다운 곳이다.
개펄과 친구하며 놀다가 5시가 넘어서야
석모도 어린이집 노란색 버스를 히치해서 선착장까지 왔다.
아뿔싸~ 한 발 늦었다.
눈 앞에서 떠나버리는 배.
그 덕에 선착장을 관리하고 계신 아저씨와 다음 배를 기다리며 이런 저런 수다를 떨었다.
배는 금새 금새 온다.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25번 정도 왕복한다고 한다.
물론, 여름철엔 횟수가 증가한다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석모도를 떠나 오는 길.
갈매기들이 떠나는 나를 배웅한다.
연분홍 진달래가 피면 다시 한 번 오고싶다.
시인이 말했던가.
짧은 길을 긴 시간을 들여 여행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라고...
난 오늘 행복한 여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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