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봄의 캠핑 - 유명산자연휴양림

dreamykima 2007. 4. 3. 12:36
날 짜 : 2007년 3월 31일 ~ 4월 1일 / with 은범, 경희, 수영, 선영

장 소 : 유명산자연휴양림 캠핑장

  

1. 비오는 날 길 떠나기.

 

토요일. 평소보다 느즈막히 일어나 창문을 열어본다.
부슬 부슬 비가 내린다.
주섬 주섬 배낭을 싸고, 쌀, 김치, 양념꺼리들을 챙기며 오후에는 그칠꺼야....애써 나를 위로한다.
난 비오는 날이 여전히 별로다.
게다가 오늘은 캠핑을 가기로 한 날이 아니던가.
날이 춥지 않을만큼 풀렸고, 텐트에 보일러를 깔아 절대로 춥지 않게 해주겠다는 날이의 말에 혹해서...
밀린 신문을 읽으며 오전 시간을 보낸다.

 

12시. 날이와 버디가 양평 근처 옥천이라고 한다.
12시 30분. 집을 나서며 과감히 우산을 빼놓고 간다.
가랑비가 내리는듯도 싶고, 아닌듯도 싶지만 내가 우산을 두고가야 비가 개일 것 같아서...
비오는 날 길 떠나기는 나에게 앞으로도 계~속 하기 싫은 숙제가 되지 않을까...

 


2. 비오는 날 기차 타기.

 

2시. 오랜만에 청량리역에서 강릉행 무궁화호 기차를 탄다.
아 ~ 이 기차...정말 많이 타고 다녔는데...
언젠가 도계로 여행을 가면서는 이 기차를 4분 동안이나 잡아본적도 있다.
내 늦장꾸러기 친구들을 위해서...그런 용기가 어디서 났는지...^^
지금 생각하면 여객전무님께서도 내 애교에 녹았다기보다는 너무나 황당해서 잡혀주신게 아닐까. ㅋㅋ
사람들에게 기차를 잡아본적이 있노라고 얘기하면 우째 그럴 수 있느냐고 웃는다.
이래 저래 내게는 추억이 많은 기차다.

 

비가 개인다.
비 개인 오후, 촉촉히 적셔진 철로 위를 기차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달려간다.
철로변에 노오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비 그친 후, 스멀 스멀 피어나는 안개 너머로 흐린 오후의 차분함이

온 대지에 그리고 온 강물에 가득하다.
얼마만인가...이렇듯 홀로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길을 떠나는게...
한동안 그 즐거움을 잊고 산 것 같다.
조만간 느린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어디로든 떠날 수 있으면...

 

2시 45분. 기차는 양평역에 나를 떨궈두고 육중한 몸을 덜컹거리며 느릿 느릿 푸른바다를 향해 떠나간다.
태백을 넘어 도계를 넘어 동해에 다달으면 기차는 동해바다와 나란히 달려가겠지.

 

 

3. 비오는 날 캠핑하기.

 

양평역앞에 있는 마트에서 장을 본다.
약간 비싼 듯도 싶지만 원하는 것은 대개 얻을 수 있을만큼 큰 마트여서 강원도로 여행을 떠날때는
여기 모여서 한꺼번에 장을 보곤 한다.
장을 보고 있노라니 먼저 도착해 캠프지를 구축하고 난 날이가 나를 픽업하러 왔다.
오늘의 캠핑지는 유명산자연휴양림이다.

 

4시. 캠프지에 도착하니 비가 내린 때문인지 텅~비어 있는 캠핑장.
전나무 숲속 부드러운 젖은 솔가지들 위에 우리의 커다란 텐트 한동만이 덩그마니 서 있다.
라운지텐트에 발코니를 연결하여 그 안에 5~6인용 텐트를 치고 라운지안에 난로를 피워두니
제법 아늑해서 비가 더 와도 끄떡없겠다 싶다.
이쁜 봄날이~~

 

배도 고프고 비 내리는 날엔 뭐니 뭐니해도 '전'이 제격이라 애호박을 얇게 썰어 애호박전을 부치고
홍합탕도 시원하게 끓이고 저녁준비도 한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찜닭과 18가지 잡곡에 은행까지 섞어 넣은 잡곡밥.
잡곡과 쌀은 이미 씻어서 불려갔기 때문에 밭솥에 간단히 안쳐두고 찜닭요리를 준비한다.
이쁜 동생들을 위해 내가 준비한 야심찬(?ㅎㅎ) 요리.
닭볶음탕은 집에서도 가끔 해먹으므로 웬만큼 익숙한데 간장이 소스의 주재료가 되는 찜닭은
솔직히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 걱정이 되었다.
결과는 성공~~!!(?^^)
담번에 이마저도 없을까봐 그냥 맛나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녀석들이 맛나다고 해주니 기분 만땅~!!

 

우리가 저녁준비해두고 애호박전에 홍합탕 국물에 천국 한 병을 비우고 있는 사이
수영이와 선영이가 레드와인을 두병이나 들고 나타났다.
이쁜 녀석들~~

 

따끈한 잡곡밥이 너무 맛나서 밥만 먹어도 맛났지만 와인을 곁들인 찜닭도 맛나다며

모두 먹어주는 동생들이 얼마나 이쁜지...
초저녁부터 시작된 술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결국 날이가 애써 준비한 모닥불 앞에서는 더 이상 술을 마시지 못하고 향~좋은 쟈스민차에 취한다.

 

12시쯤 텐트로 기어들어간 듯 싶다.
날이가 보일러까지 가동시켜 준 텐트.
(작은 LPG통과 7~8인용 압력밥솥과 20m 실리콘 호스로 만든 보일러)

 


4. 봄날 아침 산책하기.

 

일요일 아침 6시 반.
캠핑을 하면서 이렇게 따뜻하게 잠을 잔 적이 있었을까...
개운하게 자고 일어나 유명산 산책로를 따라 아침 산책을 나선다.

 

아~봄날 아침, 젖은 낙엽을 가만 가만 밟으며 흙내음 가득한 호젓한 산길을 걸어 보았는지~
아~계곡물소리 하루를 깨우듯 힘차게 자맥질하는 봄날의 아침을 아시는지~
아~발아래 작은 제비꽃 새싹 수줍게 웃으며 손짓하는 그런 아침 숲길에 들어 보았는지~

 

들꽃들은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지만, 조만간 어여쁜 얼굴로 방긋 방긋 벙그러지려니...
온 숲속이 한꺼번에 사랑에 빠진듯 말이다.
연분홍 진달래는 미리 피어 온 산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5. 띵가 띵가 캠핑하기.

 

9시경. 느릿한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니 어느 새 설겆이를 깨끗히 해두고 쌀을 씻어두었다.
시금치된장국과 두부조림을 해서 아침을 먹는다.
간소한 차림이지만 새로한 따끈한 밥에 어제 마시다만 와인과 맥주까지 곁들여가며 맛나게 먹는다.

 

아침식사 이후 오후 5시까지 끊임없이 먹고 마시고 수다떨며 띵가 띵가~
황사가 심해 밖으로 나가볼 생각은 안하고 라운지텐트안에서 먹을것 앞에두고 둘러앉아
끊임없는 수다의 향연속으로 빠져든다.

 

11시경. 중렬오라버니와 영희가 그 황사를 뚫고 과일을 한아름 들고 달려왔다.
과일 먹고, 파전 부치고, 만두 구워먹고, 어제 먹다만 요리 다 먹고, 맥주 마시고, 와인도 마저 마시고,
나중엔 소주까지 한 병 더.
처음 온 선영이는 끊임없이 먹고 노는 이 분위기가 무척 재밌는가 보다.
선영이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해맑다.

 

나중엔 남은 시금치 된장국에 야채 모두 넣고 신김치 숑숑 썰어 넣어 볶음밥을 해먹는다.
이걸 또 누가 다먹나...해도 어느 새 숟가락들은 바닥을 박박 긁고 있다는...^^

 

4시경. 중렬오라버니와 영희가 먼저 떠나고 우린 5시경 텐트를 정리한다.
짐 정리 후, 데크위에서 마지막으로 라면까지 끓여먹고 6시 30분 유명산을 떠나왔다.

 

토요일엔 비가, 일요일엔 황사가 그 막히는 6번 국도와 강변북로를 휑하니 뚫어 놓았다.
덕분에 집에오니 8시 반이다.

 

황사가 무척 심했다고 하던데 우린 나무 우거진 숲속에서 그나마 텐트안에서만 놀았던 탓인지
도심보다 덜 느낀 듯 싶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나를 끊임없이 배려해주는 날이에게 고맙다.

 

날이야~~~다음 메뉴는 무얼까?

 

----------------

 

3년을 넘게 나를 따라 이곳 저곳 안가본적이 없는 내 자동 똑딱이 디카.

 

후지 Finepix F420

 

드뎌 아웃되었다.

 

작년 여름 계곡트레킹 다녀온 후 CCD에 문제가 생겨 왔다리 갔다리 했는데

이번엔 렌즈에 문제가 생겼다.

아쉽지만 수선 안피우고 조용히 보내주려 한다.

렌즈 교체만 해도 거금 10만원이 넘는다네.

600만 700만 화소짜리 디카도 20만원대면 사는 요즘에...

그래도 넘 정이 많이 들어 아쉽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