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13일 밤
무언가 일을 도모하고자 하면 꼭 그를 방해하는 급한일이거나 바쁜일이 생기는 듯 싶다.
그냥 과감히 한켠으로 미뤄둔다.
그러고는 눈썹이 휘날릴 정도의 속도를 내어 잽싸게 집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전날에 챙겨둔 배낭을 �어지고 밤바람을 맞으며 집을 나선다.
회현역 1번 출구에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났다.
이미 사진속에서 익숙해진 때문인지 낯익음으로 다가오는 사람들.
내 등에 짊어졌던 하루의 고단함과 피로감도 잊고 즐겁고 경쾌한 걸음을 떼어본다.
서울에 오래 살았으면서도 남산에 걸어서 올라본것은 처음이었다.
언젠가 국립극장을 나와 남산을 가로지르는 셔틀버스를 타고 오면서 보았던 서울의 야경과
그 한적함이 좋아 꼭 다시 와 봐야지 했던게 벌써 얼마가 지났는지...
흔하고 가까운것에 대한 무관심.
이 남산이 내게 그랬다.
벚나무는 부풀대로 부풀어올라 활짝 꽃을 피워냈다.
노오란 개나리도 한창이고, 어느 새 나무들은 푸른 잎들을 제 몸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아니, 어느 새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삶의 순환고리를 따라 순리대로 움직이고 있을터인데 내 자신이 미처 그걸 느끼지 못하고
바라보지 못하고 사는것일게다.
문득 눈을 들어보면 하루 하루 섬세하게 변해가는 저 나뭇잎들의 채도를...
어느 새 눈을 돌리면 봄,
어느 새 눈을 돌리면 여름,
아 ~ '어느 새'가 아닌 슬며시 오가는 계절의 변화, 그 안에 쌓이는 내 안의 변화들을
놓치며 살고 싶지 않은데도 지나치게 바쁘게만 살아가고 있는것은 아닌지...
비록 숲속에 들어서도 삐릿삐릿거리는 새소리 한 번 들을 수 없었지만
계절이 지나는 숲길에선 삶과 생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두어 시간의 짧은 거리였지만 한 밤의 산책이 아주 좋았다.
내려와서 좋은 인연들과 함께 한 알싸한 소주 한 잔의 맛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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