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7년 4월 29일 / with 내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
장 소 : 안동 도산면 가송리 & 봉화 명호면 오지마을들.
간밤에 정답고도 즐거운 술자리가 늦게까지 이어졌다.
나는 반가운 얼굴들과 수다도 떨고 싶고 놀고도 싶었지만 어쩐일인지 너무도 잠이 쏟아졌다.
아무래도 맥주 한 캔과 섞은 발렌타인 한 잔의 효력이 큰 것 같다. -.-
이번에 새신랑, 새신부가 된 중렬오라버니와 영희가 술을 종류별로 들고 나타났다.
그 덕에 새신랑이 주는 단내나는 발렌타인 향기에 취해서 그만...
사람도 적은데 그 많은 술은 도대체 어디로 간걸까나.
12시가 안되어 혼자 들어가 잠을 청했던 것 같다.
하늘에 달이 밝았지만 작은 마을의 밤하늘엔 별도 총총하였다.
사자자리가 동쪽으로 떠오르는 것을 보고 더 높히 떠오르면 제대로 찾아봐야지 했는데
그냥 잠들고 말았다.
맑고 밝은 웃음소리들이 밤하늘로 퍼져 나가고 있는 것을 잠결에 들으며 따뜻한 방에서 푹 잤다.
언제나처럼 일찍 일어났다.
눈을 뜨니 5시 45분.
일어나 세수하고 옷입고 농암종택까지 느린 아침 산책을 나선다.
1km정도 되는 길을 다녀오는데 2시간이나 걸렸다.
난 짧은 길을 긴 시간을 들여 걷는게 행복하다.
그만큼 내 눈을 잡아끄는 아름다운 것들이 그 곳에 있었을터이므로...
우리가 묵었던 가송사랑방 마당에 서면 앞으로 저렇듯 멋진 경치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보이지 않지만 하얀 사과꽃이 만발한 과수원이 있었다.
어른 16명에 아이가 둘이었는데 일부는 저렇듯 텐트를 치고 일부는 원두막에서 비박하고
일부는 따뜻한 방안에서 잤다.
인심좋은 주인은 우리에게 저 너른 마당과 큰 집을 통째로 내어주시곤 집으로 가셨다.
아~ 이쁜 풍광.
아침 햇살이 산을 넘어 점점히 퍼져 들어온다.
낙동강 줄기를 따라 저만한 풍광들이 계속 이어진다.
발밑에 들꽃들과 인사하랴~ 양 옆에 저런 풍광들과 만나랴~ 너무 바쁜 산책길이다. ^^
다정한 미류나무 두 그루에 봄색이 완연하다.
무엇이든 원래의 그 자리가 아름다운것인가 보다.
농암종택은 수몰지구에서 옮겨왔다는데 대부분 새로 지어진 탓인지 내 눈을 끌지 못했다.
다만 앞으로 보이는 경치에는 눈을 뗄수가 없었다.
농암종택 대문 문고리 너머로 본 이쁜 풍광.
저너머 이쁜 정자가 내 눈을 끌었는데 산책 시간이 너무 길어져 가보진 못했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경치가 바로 아래 사진.
가운데 산 그림자가 진 곳에 살짝 붉은 지붕이 보이는데 우리가 묵었던 가송사랑방이다.
가송사랑방 앞에서 바라다보이는 외병대.
저 오른쪽 모퉁이를 돌면 아까 보았던 그 정자가 있는 자리이다.
혼자서 노닥 노닥거리다 오니 모두들 일어나서 아침 준비가 한창이다.
미안함에 괜시리 기웃거리며 거들어본다. ^^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계획했던 봉화 명호면의 오지마을을 찾아간다.
길은 산허리의 가장 유순한 곳을 골라 난다고 했던가.
길이 유순한지 유순하지 아니한지가 문제가 아니라 저렇듯 첩첩산중 너머 차 한대 겨우 가는 길을
헤쳐 올라오면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배xx 마을이 있다.
3가구가 사는데 2가구는 외지인이고 맨 윗집인 박xx 어른신 내외분만 현지인이라고 하신다.
오늘은 사람은 적은데 차들이 많다.
그나마 두대는 아래쪽에 세워두고 왔는데도 차가 여러대다.
올라오는 길이 경사가 급해서 중간에 서면 절대로 탄력을 받을 수 없을 듯한 길이었다.
산 너머 너머~~봄도 오고 우리도 왔다. ^^
박xx 어르신 댁으로 가려면 오른쪽으로 꺾어져야 하고 이 길로 가면 막힌길인데
작은 암자가 하나 있다고 한다.
박xx 어르신 댁.
예순 하나라시는 어르신은 고생을 많이 하셨는지 연세가 더 들어보였다.
자가발전기를 사용하여 전기를 얻는다는데 우리가 보기엔 영 불편할 듯 하다.
그러나, 아마도 그 분들이 느끼시는 불편은 내가 보는것과는 다르리라.
새신부인 영희가 호들갑을 떨며 빨리 와보라 한다.
무언가 하고 가보니 어르신이 땔감으로 해 놓은 나무에서 저렇듯 파란 새싹이 올라오고 있다.
신기하다.
어르신과 담소중인 달님과 불바라기님.
노란색 조끼를 입으신 분이 박xx 어르신.
아내 되시는 분은 어딘가 출타하셨다네.
그 언덕길을 걸어내려가셨다 걸어올라오시는거겠지?
아님 어르신께서 저 경운기로 모셔다 드리셨을까?
여쭤보고 올껄....갑자기 궁금해지네...^^
어르신댁 앞에 있던 멋진 소나무 쉼터.
봄바람도 살랑 살랑 불고 한 숨 자면 딱 좋겠던데...^^
어르신과 인사를 하고 두 번째 재x 마을을 향해 이동한다.
산모롱이 돌때마다 봄이 한가득하다.
우린 봄을 몰고 다닌 듯 하다.
아니, 연두빛 봄이 우릴 몰고 다녔다.
앞이 시원스레 뚫린 시원함이 있는 곳이었다.
작은 돌담도 이쁘고 연두빛 나무도 이쁘다.
동네 노친네들 마실나온것 같다고 했더니 저렇듯 ridge님께서 도끼를 들고 나를 째려보신다. ㅎㅎ
내가 어른들께 버릇없이 굴지는 않지만 어른들께 이런 농담이 스스럼없이 나올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서로를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 분들을 만난것도 벌써 8년째이다.
냉이꽃밭이다.
멀리 뒤로 하얀 조팝나무꽃도 이쁘고...
보이는 저 집에서 색시님은 할머니가 직접 꺾으신 고사리와 두릅을 한아름 사셨다.
점심 먹고 한가로이 쉬는 중...
할머니 혼자 사시는 집이라는데 할머니께선 마을 회관으로 놀러가셨고 우린 여기서 점심을 먹었다.
달님이 지난주에 답사를 오셨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점심 먹은걸 깨끗히 치우고 쓰레기는 모두 차에 실었다.
나올때는 라면 한꾸러미와 산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해산물을 메모와 함께 남겨두고 왔다.
내 디카는 여기서 아웃되었다.
밧데리가 굉장히 오래가는 편인데 지난주에 강화도 다녀오고 새로 충전을 안한 탓이다.
오후 3시 50분.
대구팀과 포항으로 가시는 불바라기님과 작별을 하고 서울로 출발했다.
918번 지방도 - 36번 새로 난 길을 따라 풍기IC에서 고속국도로 들어서야 했지만
고문님께서 오랜만에 죽령고개를 올라가보자 하셔서 다들 좋아하면서 구불 구불한 희방사길을 따라
죽령을 넘었다.
길이 얼마나 예뻤는지 모른다.
사진이 없어 아쉽다.
죽령고개는 해발이 높아서 아직도 목련이 활짝 피어있었다.
배가 고프면 묵밥을 먹고 왔겠지만 다들 점심에 너무 많이 먹었다.
구불 구불 죽령고개를 내려서서
단양IC-중앙 - 제천 - 38번국도 - 중부내륙 - 영동 - 이천IC로 나온다.
중간에 고속도로 현황을 들으니 중부고속국도가 막힌다는 소리에 고속국도 포기하고 국도로 내려선다.
옆으로 빨간불이 줄지어 서 있는 중부고속국도를 보며 우린 룰루랄라 환호성을 지르며 달린다.
ridge님차에 있는 1/50000의 지도를 가지고 키마표 네비게이션(^^)을 가동시킨 덕이다.
뒤따라오시던 고문님께서 너무 이쁘다며 담에 보면 뽀뽀해주신다 하셨다. ㅎㅎ
서울 88도로로 올라섰을때가 9시 전이었다.
이만하면 날 좋은 주말에 멀리 안동까지 갔다가 무지 양호하게 돌아온셈이다.
내 인생에 기분좋은 봄날의 하루가 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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