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10년 8월 2일
청량사를 떠올릴때면 나는 연초록빛 새싹들이 올라오던 5월의 어느 늦은 오후가 생각난다.
내가 처음 청량사에 들었던 때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월초파일이 가까운 날이었을 것이다.
입구에서 청량사 오르는 그 급경사길에 분홍색의 등이 걸려 연초록 나무들 사이에 꽃처럼 피어 있었으니까...
그 늦은 오후, 내가 도착하자마자 청량사 절집에는 은은한 북소리가 퍼지고 있었다.
지난 수덕사 새벽예불 때, 젊은 강원스님들 여럿이 돌아가며 치던 힘있는 북소리와 달리
젊지도 그다지 노쇠하지도 않은 스님 한 분이 조금은 느리듯 깊게 법고를 치고 있었다.
난 유리보전 오르는 돌 층계에 서서 잠시나마 그 소리에 취해 있었다.
그 이후로 몇 번 청량사에 갔었지만 다시는 그 북소리를 듣지 못했다.
매번 시간에 쫓겨 북을 치는 예불 시간에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의 끌림이 내게 많은 느낌을 준 청량사 절집은 그 뒤로 내게 시간이 허락한다면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서울에서 찾아기기엔 결코 만만치 않은 그 길이 난 항상 그리웠다.
짧은 휴가를 핑계로 다녀올 수 있어서 너무도 좋았다.
특히 사람 없는 한낮이 지난 오후, 유리보전에 들어 가만 가만 108배를 올릴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문을 활짝 열어둔 유리보전에서 천천히 108배를 하고 있는 나에게 바람이 넘나들며 친구가 되어 주었다.
오른쪽에 보이는 기와 물길은 예전 나무통 물길보다 운치는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잘 썩는 나무보다 실용성은 있어보인다.
안심당에서 차 한잔을 기대했으나 어떤 연유인지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습하고 무척 더운 날,
석탑앞에 정좌하신 부처님도 덥지 않으실까나~
휴가철이어서 사람이 많을것으로 생각했으나 많지 않았다.
이 무더운날, 예까지 낑낑대며 올라올 사람이 많지 않으리라~
난 이런 전통 창문 시스템이 참 맘에 든다.
언젠가 내가 직접 집을 짓는다면 꼭 이것을 응용해보리라~
약사여래불을 모신 유리보전.
현판은 고려 공민왕의 친필이라 한다.
약사여래불은 모든 중생의 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 해 주는 부처님이라네~
부석사 무량수전의 아미타부처님이 소조불이라면
이곳에 계신 약사여래부처님은 종이를 녹여 만든 지불이라고 한다.
부처는 자기 성품속에서 이룰것이지 자기 밖에서 구하지 말라~고 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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