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110319] 강화 교동도 도보여행 - 교동나들길과 화개산 산행

dreamykima 2011. 3. 21. 08:03

날 짜 : 2011년 3월 19일 토요일 / with 선*언니, 경*

장 소 : 강화 교동도 교동나들길 16km

교 통 : 합정역 -> 강화터미널 : 7:35 3000번 시내버스(10~15분 간격) / 8:55분 도착(1시간 20여분 소요/돌아올때 5:50pm / 1시간 50분 소요)

          강화터미널 -> 창후리 선착장 : 9:05 버스 / 교통카드 환승 / 25분 소요

          창후리 -> 교동도 : 10:10 경 / 승선료 2,300원(편도) / 들어갈때는 1시간 소요 / 나올때는 15분 소요 (물때 때문임)

         (창후리에서 교동도를 오가는 배는 첫 배 오전 7시, 막배 오후 6시만 시간이 확정(3월 기준)되어 있을 뿐,

          정해진 시간이 없으므로 기다릴 각오를 해야하고, 첫배와 막배조차 물때를 맞추어 30분~1시간정도 변경되기도 하니 주의해야한다.)

           화개해운 ← 클릭하시면 운행시간과 물 때를 알 수 있어요~ ^^

 

난 이번 여행으로 '교동도'라는 섬을 처음 알았다.

TV프로그램인 1박 2일에서 소개되어 널리 알려졌던 듯 한데, TV없이 살고 있는 나는 당연히 그 방송내용을 접하지 못했을뿐더러,

섬 이란 무릇 남도의 섬들이 최고다~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나로서는 서해쪽, 그것도 강화도 서북쪽 휴전선 끄트머리에 붙은

이 섬을 전혀 알지 못했다.

 

지난 주, 석모도에 다녀 온 후, 가까운 곳에 또 가볼만한 섬이 없을까~를 지도에서 찾다가 섬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인터넷을 검색했다가

그렇게 유명한 섬인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생소한 이 섬이 우리나라에서 14번째로 큰 섬이고, 조선시대 왕족들의 유배지였으며, 북한땅과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섬이고,

지난 3월 12일 교동 나들길(강화 나들길, 교동)이란 이름의 걷기 좋은 길이 생겼다는 것을 이번에야 알았다.

 

가까운 친구들과 편안하게 하루 유람을 떠나기로 하고 교통편을 알아보니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1박 2일에 나온 여행지로서 그 수혜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곳이 교동도라는 말이 있던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인해 북적대지 않는 조용한 여행지임에 틀림이 없다.

 

내 경우에, 버스를 타는 합정역이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았음에도 이른 아침 6시 45분 집에서 출발하여

교동도 월선포 선착장에 도착한것이 오전 11시 15분이었으니 대중교통으로 가기에 결코 만만하지 않았음이다.

대중교통이 아닌 차량을 이용하여 간다고 해도 별 반 차이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무척 한가롭고 여유롭게 다녀왔다.

현재 교동연육교가 건설중으로 2012년에 개통예정이라 하는데 연육교가 개통되기전에 한가롭게 다시 다녀오고픈 그런 섬이었다.

 

워낙에 무슨 무슨 길~ 이런 관광지를 싫어하는지라 그런 길이 있느니 했지~ 애초에 걷을 생각은 없었다.

그저, 월선포구에 내려 버스가 있다면 버스를 타고 섬 안 깊숙하게 들어갔다가 설렁 설렁 걸어나와야지~

그러다 시간이 늦으면 지나가는 차를 좀 얻어타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적어도 창후리 선착장에 도착하기까지는...ㅋㅋ

 

창후리 선착장에서 해병대원의 주의사항에 기가 눌려(ㅋㅋ) 다른 곳은 가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위의 지도에서 보이는 빨간색 교동나들길을 따라 걸었다.

적어도 여행객들을 위한 나들길이 생겼다면 통제지역이거나 위험 지역은 아닐터이니 말이다.

 

강화 나들길(교동 다을새길) 을 다녀온 소감으로는 전체적으로는 참 좋지만,

매바지와 읍내리길은 조금 우회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매바지쪽은 농로를 따라 걷게 되는데 농번기에는 농사를 짓는 분들을 생각하여 피해야 할 길로 생각되고,

읍내리길은 동네를 거치는 길인데 현지분들의 사생활 노출이 너무 심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방송에서 소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대룡시장처럼 상업지역이야 손님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곳이니 별 상관이 없으나,

시장 골목이 아닌 동네를 통과하는 길은 소수 몇 사람이 조용히 지나가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앞으로 연육교가 개통되고 나들길이 많이 알려져 단체 관광객이나 여행객들이 늘어나면

현지분들께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되거나 길이 우회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을 비롯하여 요즘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이러한 길들이

만들어내는 폐해가 심심치 않게 뉴스를 타는 걸 보면 그냥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관광 수입을 늘리는 일이 중요하긴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위해 더 많은 수입이 필요한가~ 하는 질문에 봉착해보면

결국, 더 많은 관광객으로 더 많은 수입을 올려 현지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결과를 얻기 위함이 아닐까~

 

걷다가 만난 어르신 한 분이 말씀하셨다.

연육교가 생겨나면 도둑과 쓰레기가 문제가 될것이라고...

물론, 긍적적인 면도 많이 있겠으나, 도둑과 쓰레기는 현지에 살고 계신 님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와 닿는 일일 것이다.

 

무엇을 하든 조금 더 타인을 배려하며 사는 삶이 되기를 소망 해 본다.

특히, 여러사람의 삶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정책 등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더~

 

이렇게 안내되어 있는 문구도 살벌(?)한데,

창우리 선착장 정류장에서 내린 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총을 든 군인 한 명과 빨간색 완장을 두른 해병대원 한 명.

 

헉~ 내가 정말 위험지역을 가는건가? 그 곳도 엄연히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인데....

하긴 10여년 전에는 도서민과 군인들 외에 외지인은 출입이 금지되었던 섬이라 했다.

그만큼 북한 땅과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리라~

교동도 북쪽 끝에서 북한 땅까지는 약 5km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고 한다.

 

매표구에 가서 승선표를 끊으니 인적사항을 적는 종이를 하나 더 준다.

외지인은 승선 시 신분증도 제시해야 한다고 한다.

성명, 주민번호, 전화번호는 기본이고 방문지, 목적, 체류기간까지 적도록 되어 있다.

 

한참을 기다려 마침내 배가 왔고,

개찰구를 빠져나가는데 아까 보였던 해병대원이 승선표와 신분증을 확인하며 주의사항을 말해준다.

   

“위험하니 해변가 모래사장에 나가지 마십시오.

해안가 사진은 찍지 마시고, 철책 등 군사시설 사진 촬영도 안됩니다.” 

 

창후리 선착장의 모습.

해병대원의 기 죽이는 주의사항과는 달리 바다에 점점히 떠 있는 어선들의 풍경은 한가롭고 자유롭기만 하다.

 

오전 10시 10분, 창후리 선착장 출발.

위의 지도에서 봐도 창후리에서 교동도 월선포는 서쪽으로 직진하면 된다. 그러나, 배는 서쪽이 아닌 남쪽을 향한다.

현재시각 11시 12분,

거의 1시간을 남으로 돌아 도착하고 있는 월선포.

 

 

오전에 창후리에서 월선포로 들어갈때는

무려 1시간이나 걸렸다.

그러나, 오후에 월선포에서 창후리로 나올때는 1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이유가 바로 옆에 있는 사진이다.

바다를 가로질러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 것은 뻘밭이다.

 

위에서 두 번째 사진 창후리 선착장에 있는 안내문에 그 이유가 구구절절 설명되어 있다.  ^^

물때를 잘 맞추면 물이 들어와 저 뻘밭위로 물이 넘실대므로 배가 돌지 않고 직선으로 운행하게 되어 운행시간이 짧아지는 것이다.

 

 

월선포 선착장에 도착하니 교동나들길이 지난 3월 12일에 개통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제일 먼저 우릴 반긴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내 눈에만 보였나~ ㅋㅋ

물론, 해병대원 한 명도...외지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행선지와 방문 목적을 다시 한 번 체크하고 있었다.

우리와 같은 여행객이 많을 줄 알았는데 우리 3명과 바이크족 2명,

그리고 우리와 비슷한 목적을 가진 듯 보이는 십여명이 전부였다.

 

월선포 대합실에서 교동나들길 지도를 찾았으나, 비치되어 있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게 있느냐며 나에게 반문했다.

교동도를 여행하면서 보니 오히려 현지 주민들은 그런 나들길이 생겼다는것을 잘 모르고 계셨다.

 

1/십만 의 지도를 챙겨가긴 했으나 약간 부족한데 어쩌지~두리번거리다가 

주차되어 있는 차 뒷편의 안내판을 찾아 교동나들길 지도를 디카에 담고 11시 25분경 출발~!!  

 

바이크족은 그 기동성으로 이미 출발했고, 단체로 온 십여명은 우리와 같이 잠시 걷다가 갈림길에서 다른 길로 갔다.

그 사람들은 나들길에 온게 아닌가봐~ 했다가 나중에 화개산 정상에서 다시 만났을때 그들이 길을 잘 못 들었던 걸 알았다.

아스팔트만 5km를 걸었다고...우째~

미리 알았다면 아스팔트를 걷지 않도록 알려주었을터인데...^^ 

 

 

어디든 섬안의 풍경은 비슷하다.

폐가들도 여럿 보였다.

 

 

강화나들길 표지판들, 디자인도 이쁘고 무엇보다 친절하게 잘 부착되어 있어 초행길에도 길 찾기가 수월하였다.

 

왼쪽 사진 저 멀리 뒷편 아스팔트 길을 따라 아까 우리와 헤어진 단체 여행객이 줄을 지어 가고 있는데

나중에 화개산 정상에서 다시 만났다.

 

 

 

이건 공간의 낭비가 아닐까나~

봄 햇살 가득한 숲에 우리 셋의 경쾌한 발걸음만이 이 길에 머물고 있으니...

우리의 시원한 웃음소리가 봄볕과 함께 땅에 떨어져 통통거리며 메아리치고 있다.

 

새벽잠 줄이며 온 보람이 있다.

 

교동향교, 문이 잠겨있어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교동향교에서 화개사 가는 길.

 

스님과 보살님들~ 성불하소서~

화개사에 도착한 때가 12시 35분경.

제일 먼저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나오니 보름이라 기도를 하러 오셨던 많은 보살님들의 점심공양이 한창이었다.

그 중 한 보살님이

마침 점심공양중이니 들어와 밥을 먹고 가라 하신다.

 

밥시간도 되었고,

내내 걸어와 배도 고프던차에

담백한 나물들에 쓱~쓱~ 비벼

씻은 김장김치 배추에 싸 먹는 밥 맛이란....^^

 

게다가 찰떡도 한 덩이씩 얻어와서

얼마나 맛나게 먹었는지 모른다.

 

맛난 밥을 잘 얻어먹고 설거지를 도와드리고

커피까지 얻어마신 후 떠나왔다.

 

화개사. 오후 1시 36분.

 

오후 2시 07분.

화개사에서 약간 경사가 있는 산 길을 30여분 오르면 봉수대를 지나 화개산 정상이 나온다. 거리는 1.5km

교동도에서 이 곳이 제일 높은 곳이라 한다.

맑은 날이었다면 어쩌면 북한땅의 연백평야가 보였을 것 같은데 아쉬웠다.

 

화개산에서 내려다보는 교동도 남쪽 바다, 왼쪽으로 석모도가 보인다.

 

 화개산에서 면소재지로 내려가는 길도 아주 좋았다.

 

 

약수터,

누군가 뒷사람을 위해 저 빨간색 작은 바가지에 졸졸~흐르는 물이 담기도록 해두고 갔다.

우리도 한 모금씩 맛을 보고 뒷사람들을 위해 그 자리에 두고 왔다.

작은 배려가 사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1970년대까지 실제로 사용했던 한증막이라고 한다.

 

교동읍성.

무거운 돌들을 어찌 저렇게 멋지게 짜 맞출 수 있었는지 우리 선조들의 지혜로움에 새삼 놀라게 된다.

가운데 보이는 길이 우리가 걸어온 길.

 

교동도 대룡시장이 1박 2일 덕에 꽤 유명해진 모양이지만

오지여행을 많이 다닌 우리 셋은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풍광이라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창후리 선착장에 인천예식이라 적힌 관광버스가 교동도에서 나오는 배를 기둘리고 있었는데

모두들 예식에 가셨는지 시장은 거의 문을 닫았고 불이 켜진 곳은 몇 군데 없었다.

 

연산군 적거지 표지판 앞에 있던 우물.

우물이 꽤 깊었는데 신기한것은 우물 벽쪽으로 나무가 자라 저렇게 굵은 나무가 될만큼 자랐었다는 것이다.

 

나들길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보이는 곳이 동진포쯤 되는 것 같다.

이 곳을 지나 제방길을 걸으면 다시 월선포 선착장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해안가 사진을 찍지 말라는 해병대원의 말이 각인되어 해안가쪽으로 카메라를 들이밀지 못하고

겨우 찍어 온 사진 한 장. ㅋㅋ

 

제방길을 걷고 있는데 멀리 월선포에 배가 들어온 것이 보인다.

헉~ 이러다 배 놓치고 막 배를 타는 거 아닐까나~

 

현재 시간 4시 52분.

경*야~ 언니보다는 가볍고 젊은 네가 뛰어야 하지 않을까~ ㅎㅎ

 

울 이쁜 경*가 300여m를 먼저 뛰어가 매표를 하고

선*언니와 나는 배 떠나기 3분 전에 도착하여 4시 58분에 출발하는 배에 무사히 승선했다.

 

오후 5시 04분.

연육교가 개통되기 전에 다시 오리라 생각하며 교동도를 떠나온다.

아침에 들어갈때와 달리 배는 동쪽을 향해 직선으로 달리고 있다.

바다 가운데 넓게 가로지른 선이 아마도 아침에 본 뻘밭 위인 것 같다.

 

창후리 선착장에 5시 10분경 도착했는데 창후리에서 강화터미널로 나가는 시내버스는 6시 05분.

그러나, 너무 운좋게도 우리와 같은 배를 타고 나온

교동도 한의원 원장님의 차를 얻어타고 강화터미널까지 너무도 빠르게 왔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길이 많이 막혔지만 즐거운 여행 끝이라서인지 그다지 짜증스럽지 않았다.

 

---

목적없이도 행복한것이 놀이의 진정한 가치라 했는데,

별 목적없이 떠난 길이었다.

그저 한적한 그 섬을 한 번 가보고 싶었을뿐이었는데 그 하루가 너무도 즐거웠다.

    

--------

 

아래는 교동도에 봄이 오는 풍경.

                              <큰개불알풀>                                                               <광대나물>

                        <암술대가 세개 - 별꽃>                                                         <개쑥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