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20180414] 봄비 오는 날, 하얗게 빛나던 길 19km 걷기

dreamykima 2018. 4. 17. 12:55

날 짜 : 2018년 4월 14일 with 8명

코 스 : 충북 음성 일대의 길들 2개의 군과, 2개의 읍과, 2개의 면과 6개의 리를 거치는 길 : 19km / 6시간 30분 소요

교 통 : 서울 남부발 07:00 -> 충북혁신도시 착 08:30 / 7,200원 / 1시간 30분 소요

         혁신도시터미널 -> 임도 시작점 by 택시 / 4,000원

         백야리 정류장 -> 무극터미널 by 택시 / 7,000원

         무극 발 16:45 -> 동서울 착 18:30 / 7,500원 / 1시간 45분 소요


2년 전 다녀왔던 길,

다시 4월이 되니 그 길의 풍광이 아른거려 다시 가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기상처의 슈퍼컴퓨터가 제 실력을 발휘한 날~ㅠㅠ

점심 먹고 조금 잦아들긴 했으나, 걷는 내내 거의 우산과 함께 했다.


나는 마모트 프리시프 방수자켓과 우산으로 만든 랩스커트와 역시 우산으로 만든 스패츠덕에 

 그 빗속에서도 우의를 입지 않고 버틸 수 있었는데 

오히려 우의를 입은 사람들에 비해 하나도 젖지 않았다. ^^

고장난 우산으로 만든 랩스커트와 스패츠는 부피가 작고 무게도 가벼워 

배낭에 비상으로 항상 넣어다니는데 무척 만족스럽다.

안 예뻐보여도 비오는 날엔 비를 맞지 않는것이 최우선 아니겠는가~ 


걷는 내내 우산을 들고 있느라 팔은 아팠지만, 

비로 인해 예민해진 공기 속에 떠돌던 초록의 싱그러움과 상쾌함이 그나마 위로가 되어 주었다.


내를 건너 숲으로 고개를 넘어 마을로 (윤동주 새로운 길 中)

그 길의 풍광은 여전하였고,

발밑엔 작은 들꽃들이 우리의 걸음을 응원하고

산 위엔 연분홍 진달래와 화사한 산벚꽃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난분분~ 난분분~

꽃비 내리던 날에 유쾌한 동행들과 즐거운 걸음을 했다.

 

가까운 곳인데다 이른 시각의 버스를 탄 덕에 아침 9시경에 걷기를 시작하였고, 오후 3시 30분도 채 되기 전에 도보를 마쳤다.

무극에서 따뜻한 국물에 소주 한 잔씩을 하고 서울로 돌아오니 오후 6시 30분이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빗속에 꽃들은 더욱 더 화사한 빛을 품어낸다.

저 앞이 갈림길이다.

임도가 주욱 이어지고 있어 계속 앞으로 가야 할 듯하지만 우린 여기서 왼쪽으로 간다. 

지금은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옛길이다.

물론, 오른쪽으로도 희미하게나마 옛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고 위성에도 잡히지 않던 길을 찾아낸 나에게 박수를~ ㅎㅎ


마을과 마을이 있고 그사이에 고개가 있었다.

그렇다면 현명했던 우리 조상님들은 제일 가까운 곳에 길을 내어 그 고개를 넘어 다녔으리라~

결국은 내 판단이 맞았다. ^^

사라져가고 있는 옛길

다시 마을 길을 만나기까지 약 200여m인데 보이는 곳은 아직 길이 남아 있는 것이고

저 앞의 약 100여m 길이 없다.

무너진 곳이 여러 군데이고, 그나마 남은 곳은 싸리나무가 점령하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라져가는 길 에 밭 비슷한 공터가 있는데 그곳의 덤블을 헤치고 가야 한다.

예전에 혼자서 답사왔을 때 얼마나 무서웠던지~ㅠ

발밑에서 무서운 거 나올까 봐~

예전엔 밭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공터

휴~다시 만난 동네 길


요즘 비가 제법 많이 와서 저수지의 수량이 풍부해졌다.

구부러진 길 ㅡ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훍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나도 꽃인데 나도 꽃인데 봐주고 가지 봐주고 가지~

그래서 몸을 낮추어 냉이와 꽃다지와 눈맞춤을 했다. ^^





그곳은 여전히 꽃대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