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4년 12월 4~5일 / 달님, 송탁님, 버디와 함께 눈꽃을 찾아서...
코 스 : 천동리 - 야영장 - 비로봉 - 연화봉 - 희방사
........는 월드컵 4강의 기적에만 있는것이 아니다.......
2000년 12월 3일.
난생 처음으로 찾은 소백산 연화봉에서 시린 서리꽃을 보았다.
맨살나무 가지에 꽃처럼 피어 차가운 바람에 제 몸을 맡기고 있는 그니를 눈이 시리도록 보았다.
그로부터 몇 년을 겨울만 되면 몽유병 환자처럼 그니를 찾아 헤매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그니를 다시 만났다.
천동리 야영장에 도착하니 주목과의 상록수 몇 그루에 벌써 꽃이 피었다.
12시가 다 되도록 민박집 창문 너머로 빗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이제는 하면서 가슴을 졸이며 쉬이 잠이 들지 못했다.
새벽에 길을 나서는 우리를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소백의 바람소리였다.
맨가지 사이로 나무들을 희롱하며 제멋대로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
기억속의 소백은 언제나 세찬 바람과 함께였다.
오전 9시가 다 되었는데도 안개가 자욱하고 끊임없이 서리가 내려 시야가 흐리고 시계(視界)가 채 30m가 되지 않는다.
다들 걸음을 채 옮기지 못하고 탄성을 내지른다.
맨살나무 가지마다 시린 꽃이 피었다.
주목에 핀 눈꽃 + 서리꽃.
백발마녀? ^^ 바람이 서리와 친구하며 노니는 길에 제 흔적을 남겨 놓았다.
철쭉나무 가지에도 하얀꽃이 피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손이 쉴 새없이 바쁘다.
언제 다시 또 만날지 모른다.
손이 시린것쯤 참아야 한다.
그 길에 선 사람들이 멋지다.
소백의 바람은 모든것을 얼려 버렸다.
붉은색 통나무집이 하얀 얼음집이 되었다.
서리꽃은 나무에만 피는게 아니더라. ^^
비로봉에 서 있는 얼어붙은 표지판.
비로봉에서 대피소로 들어서는 사람들에게도 온통 서리꽃이 피었다.
기꺼이 산행에 동참해 주신 세 분. 고맙습니다.
소백에 들어 행복하였다.
그 길위에 서 있어서 더욱 행복하였다.
혼자서도 좋을 산행이었다.
그러나, 함께여서 더욱 좋은 산행이었다.
함께 그 감동을 나눌 산동무들이 있었다는게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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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좋은 곳에 내 사진이 없어서 덤으로.......^^
빨간옷 둘 중 하나는 분명히 '나'
아래는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니고 함께 한 달님이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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