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봄의 여행 - 임진강변 캠핑과 탱크장 오프로드

dreamykima 2006. 6. 1. 18:22

날 짜 : 2006년 5월 27~28일 / OC팀을 따라... 

 

디카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사진 여러장이 날아가 버렸다.

몇 장은 꽤 괜찮다 생각했던 사진들인데 너무 아쉽다.

덕분에 들꽃 사진 몇 장 말고는 올릴 사진이 이것밖에 없다.

물론, 다른 분의 하이엔드급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느라 내 불쌍한 디카가 찬밥신세이긴 했다.

 

 

1. 비오는 날 길 떠나기.

 

출근하는데 추적 추적 비가 내린다.
출근이야 먹고 살려니 별 수 없는 노릇이지만 오후에 떠나기로 한 캠핑은 어쩌라고...
비오는 날. 캠핑이라니...
나를 오래도록 알아 온 사람들은 아마도...
쟤가 나이먹더니 많이 변했네....할지도 모를일이다. -.-
예전부터 비 오는 날을 싫어하기도 하거니와 비 맞는걸 무척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긴 나이가 더해질수록 많은 것을 대할 때 조금 더 너그러워지기도 하더라.
'비'내리는 날도 그 중의 하나이긴 하다.

(이렇게 말하면 나 나이 무지 많이 먹은 것 같다............많이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무척 고민스러운 일이다.
이미 여러사람과 약속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걸 깨트리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가자니 걱정되고...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그렇게 걱정꺼리가 없느냐? 별걱정 다한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세상 모든일의 중요하고 안 중요하고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OC의 배나지님이 픽업하러 와 주신다 했다.
도로가 밀려 좀 늦어지신다기에 시간이 남아 이것 저것 여유를 부려 본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가 개이는 듯 싶다.
어둡던 하늘이 말갛게 환해지기 시작한다.
이대로 그쳐주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래본다.

 

오후 1시 40여분.
결국 우산을 받쳐들지 않고 집을 나섰다.
두번째로 보는 배나지님의 롱바디 갤로퍼는 여전히 위풍당당 멋지다.
 
구파발을 지나면서 보니 북한산의 자태가 한 눈에 들어온다.
비 개인 후 산정은 얼마나 멋지던가.

 


2. 위풍당당 갤로퍼 스타일 구기다.

 

장흥고개를 넘어 파주 적성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화려하다.
비가 내려 그나마 조금 한산한 듯 하다.

 

장흥 고개 내려가 좌측 저수지길로 접어 들었는데 또 다시 세찬 비가 내린다.
아아~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언제 오느냐는 아이들의 재촉 전화에 시간을 달려 적성 면사무소 앞에서 송탁님과 근일이 지언이와 만났다.
바로 옆 하나로마트는 결제시스템이 고장났다고 영업을 안하고 우체국 옆 제법 큰 마트에서 시장을 봤다.
비오는 날엔 부침개가 제격이라 해서 오징어 두 마리를 사고(냉동인데 비싸더라.) 사람 좋아 보이는 생선가게 총각에게 살살거려 손질을 시키고 부침개용으로 잘라달라 하고 있는데 기다리고 있던 아주머니 두 분이 궁시렁거리신다.
그 눈치에 더 잘게 잘라달라 하지 못하고 그냥 싸들고 왔다.
쫌만 참으시지...-.-...가위도 없다하고 빗속에 가서 자를것도 마땅치 않고만....

 

비는 여전히 오락 가락이다.
심히 걱정된다.

 

시장을 보고 임진강 장남교까지 왔는데 이게 뭐야...
당연히 4차선이나 6차선 대교쯤으로 생각했던 장남교는 편도 1차선에 길게 늘어서 있어 비 피하기도 마땅치 않고......흐미~~~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어디에 캠프지를.......

 

강 건너를 바다보다 일단 대교 건너기 전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강변을 탐색하러 들어갔다.
비 내리는 진흙길은 미끄러웠고, 초록의 풀들이 너울대는 강변은 제대로 난 길도 없지만 막강 갤로퍼는 요리 조리 길을 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길이 없으면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라고 예전 교보빌딩에 걸려 있었다. ^^)

 

풀밭을 내려다보니 모래위에 진흙이 한꺼풀 입혀진 상태인데 생각보다 깊지 않고 단단해서 바퀴가 빠지진 않을 정도이다.
한참 잘 갔는데 오른쪽 앞바퀴가 헛돌며 전, 후진이 안된다.
풀숲에 나 있던 물길에 진흙이 잔뜩 있는걸 모르고 그대로 전진하다 갇혀버린 것이다.

 

막강 갤로퍼도 진흙앞엔 어쩔 수 없더라. ㅋ~
윈치 걸곳도 없고 어쩔꺼나...하고 배나지님 놀려대고 있는 사이 견인바 꺼내어 송탁님의 테라칸에 걸고 끌려 나왔다.
문을 열고 내려서려다보니 온통 풀숲이라 뱀 나올까 심히 걱정되었지만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지 않을 수 없어 눈 질끈 감고 내렸다.^^

 

끌려다니기만 하는 갤로퍼를 계속 멋지다고 해줘야 하나.
지난 번에 봤을때도 케이티님 윈치에 끌려 다녔는데...ㅎㅎㅎ

 


3. 라운지 텐트와 비닐 타프의 막강함으로 비를 이겨내다.

 

장남교 넘어 임진강변에 도착해보니 다리밑에는 장소가 협소하고 지저분하여 캠프지로는 부적합하다.
이리 저리 둘러보다 적당한 장소를 정해 캠프를 구축하기로 했다.
다행히 비가 조금 개이고 임진강변 너머 산 위로 하얀 구름들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비가 그쳐주려나 보다.
제발~~~

 


 

<캠프지 반대편을 보고 찍은 사진이다.

5월 27일은 비가 오락 가락 했었고 잠시 개인 순간 하늘과 구름과 산과 강의 모습은 이랬다.>

 

말로만 듣던 라운지 텐트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찌그러진 육각형 모양의 텐트는 겉에서 보면 커다란 텐트와 다를바 없는데 바닥이 트여 있다는 점이 일반 텐트와 달라 그 안에서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었다.
사방이 막힌 조금 고급스러운 방수 천막쯤으로 생각하면 되려나. ^^
라운지 텐트를 치고 그 앞에 임시로 비닐 타프를 길게 치고 나니 비가와도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이 생겼고 비를 맞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내 걱정이 덜해지기 시작했다.

 

텐트를 설치하고 나니 OC 회원들이 하나 둘씩 도착한다.
지난 번 뵌적이 있던 돌쇠님이 루프텐트를 장착한 하얀 무쏘스포츠를 끌고 나타나셨고 박찬호를 닮은 멋진 총각 란도리님이 역시 하얀 코란도를 몰고 나타났다.
그 뒤로...
이보다 더 멋질 수 있을까? 도색을 아주 멋지게 한 클래식한 롱바디 구코와 예측불허님.
엄청난 내공을 가진듯한 멋진 튜닝차 렉스턴과 마스타님,
롱바디 갤로퍼의 촌장님, 나중에 인사할 새도 없이 가셨더라...
멋진 아빠인듯한 애마투(2?)님과 웃음이 많은 꼬마 공주 유미 그리고 만만치 않은 까망이 코란도까지...

 

라운지 텐트안에선 송탁님이 밥을 하고 밖의 비닐 타프아래에선 촌장님이 가져오신 땔감으로 모닥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난 한쪽에서 부침개 만들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 화기애애함이 더해지고 비도 좀 잦아지고 모닥불이 있어 온기가 생기니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4. OC 사람들.

 

내가 기억하려고 하는 말중에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는 말이 있다.
물론, 그 날 모인 OC사람들은 나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이 많았고 그 만큼의 더한 경험과 삶의 연륜을 가지신 분들이다고 생각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내공이 더 강하신분들 같았다.

 

때로는 남자들의 수다가 더 강한걸 아는가?
무엇이 그리 좋은지 따스한 모닥불가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끝도 없더라.
맛난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정담 나누며 돌아가는 술 한 배에 즐겁지 않을이 뉘 있을까?마는...

 

무엇이든 과하지 않음이 OC사람들의 장점인 듯 싶었다.
과하지 않게 적당히......보기 좋았다.

 

하늘도 우리가 좋아 보였는지  밤이 깊을수록 비가 개이고 총총하진 않으나 북두칠성이 머리위로 떠올랐다.

 

밤 깊은 시간에 시작된 예측불허님의 미니 콘써트.
오랜만에 들어보는 기타의 선율에 마음이 뛰더라.
소년 같으신데가 있으시던데 한편으론 카리스마도 대단하신 분 같다.
노래 가사들을 잘 외우고 있었더라면 더 좋은 콘써트가 되었으련만...
배나지님의 기타소리는 예측불허님과는 달랐지만 내공이 깊으신 듯...

 

잔잔히 퍼져나가던 기타소리 노래소리가 강물과 함께 흘러 흘러 예까지 왔는지 여운이 오래 남는다.
 

 

5. 어설픈 강태공과 새벽 강을 보며 산책을 즐기다.

 

루프텐트가 3동이고 라운지 텐트속에서도 야전침대를 놓고 잠을 잘 수가 있는데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텐트를 치지 않았었다.
덕분에 지언이와 나는 배나지님의 차안에서 눅눅함을 느끼지 않고 잠을 잘 수 있었다.
배나지님 갤로퍼는 앞 좌석 두 자리만 남기고 뒷 좌석을 모두 날려 수납공간을 만들었는데 누구나 보면 감탄을 하리라.
의자 높이로 만든 수납공간위에 두사람쯤 잘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키가 큰 남자라면 길이때문에 조금 불편할지 몰라도 지언이와 나에겐 꼭 맞는 침대같았다.
12시쯤 들어가 1시쯤 잠들었던 것 같은데 새벽 4시에 어슴프레하게 밝아오는 새벽의 기운으로 눈을 뜨고 말았다.
일어나면 새벽강의 안개를 볼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다시 설핏 잠들었는데 누군가 문을 여는 소리에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5시가 조금 넘었다.
일어날까 말까 고심중인데 배나지님께서 또 다시 문을 여신다.

그 소리에 더 누워있질 못하고 일어났다.

 

새벽 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아니다. 물은 그다지 차갑지도 않았고 깨끗하지도 않았다.
물론, 날씨탓인지 천천히 걷히고 있는 안개도 없었다. -.-
새벽강에 가득 차 흐르는 안개를 보고 싶었건만......,

 

그럼에도 푸르게 밝아오는 새벽의 신선함은 그 모든걸 압도하고도 남는다.

 

배나지님이 낚싯대를 들고 다리 밑에 서 계신 것을 보고 산책삼아 걸었다.
아침 공기가 상쾌하고도 시원했다.
 
강태공이 어설펐는지 아님 미끼가 어설펐는지 (ㅋㅋ) 고기는 잡히지 않고 배나지님은 낚시줄만 잡았다 놓았다 하신다.
다리를 건너 황포돛배가 있는 곳까지 가면 고기가 잡힐까 싶어 느릿한 산책을 가본다.
가는 길에 하얀 감자꽃이 한창이었다.
강 건너에서 보면 바로 코앞인데 돛배가 있는곳까지 가는 길은 한참을 돌아서 간다.
아직 다른 사람들은 일어나지도 않았고 아침 시간은 충분하니 그리 바쁠 것 없이 걷는다.

 

건너편에 가서도 여전히 어설픈(?) 강태공은 고기 한마리 낚지 못했다. ㅋ~

 

돌아오면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 위로 밝아오는 아침을 본다.
어느 부지런한 아빠가 낡은 구코를 끌고 아이 하나를 대동한채 벌써 강가에 나와 있다.

 

우리의 캠프지는 아직 미동도 없이 조용한데 근일이가 홀로 깨어나 배시시 웃으며 나와 손흔든다.
너무 이뻐서 뛰어가 꼭 껴안아주었다.

 


6. 탱크장 오프로드, 그 길을 즐기다.

 

배나지님의 특별식 햄버거는 칼로리가 무척 걱정되었지만 배고프던차에 맛나게 먹고, 준비된 요리사 송탁님이 아침을 해주어 편안하게 먹었다.
이번에 따라가면 굶기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그 약속 지키셨다.^^

 

아침을 먹고 나니 까망이 구코 롱바디를 이끌고 해맑은 웃음이 인상적이었던 나사체님이 나타났다.
캔커피 한박스와 함께...
구코 롱바디를 여러 대 보았지만 그렇게 깨끗한 녀석은 처음 보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오프에선 정말 막강한 녀석이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달았다고 하던데...카메라에 신경쓰느라 한귀로 흘려들어 잘 생각나지 않는다.

 

하늘도 구름도 강물도 산도 온갖 나무와 풀들도 어제 비에 모두 미뤄둔 세수를 한 듯 말간 얼굴을 하고 개어 있다.

 


 

<5월 28일 일요일은 날씨가 무척 좋았다. 저런 하늘을 볼 수 있었던 것 만으로 감사한다.>

 


비 개인날의 아침이라니......이보다 더 아름다운 날이 어디 있으랴!
느긋한 아침을 즐기고 캠프를 해체 정리한 후 모빌들을 일렬로 세우고 그 앞에 서서 단체사진도 찍고 탱크장을 향해 출발했다.

 

선두에 선 배나지님의 경험많은 설명이 CB를 통해 전해지고 얕은 계곡을 지나 탱크장으로 들어섰다.
비가 개이긴 했지만 아직 땅은 질퍽하고 진흙밭이기에 미끌림을 조심해야 할 듯 했다.
나중에 아주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지만......

 

선두로부터 배나지님의 갤로퍼, 송탁님의 테라칸, 애마투(2)님의 까망이 코란도, 마스타님의 렉스턴, 예측불허님의 구코, 란도리님의 하얀 코란도, 돌쇠님의 무쏘스포츠, 그리고 후미 나사체님의 구코 총 8대의 모빌이 일렬로 천천히 진행한다.
모두 튜닝된 차들이고(?) 송탁님의 테라칸만 순정에 31인치 AT타이어다.
아무래도 송탁님이 튜닝의 길로 들어설듯한 불길한 예감이......처음부터 얼마 못가 테라칸만 배가 닿는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서서히 진행하는 갤로퍼 창가에 올라앉아 카메라를 들고 뒤에 따르는 일행들을 찍어본다.
생각보다 어렵더군. 안정감이 없어서 두어 장 찍고는 금새 포기했다.

 

대체로 순탄한 길이었지만 어려운 코스가 3군데 정도 있었는데 모두들 도통했는지 너무 잘들 오른다.
에이~보는 사람 참 재미없게들 만드신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볼지 모르지만 원래 오프로드가 옆으로 빠지고 윈치로 잡아당기고 견인바로 당기고 해야 재미있는건데(물론, 차량 수리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그건 내 알바 아니고...ㅋㅋ)....너무들 운전을 잘해서 재미가 반감되었다.

배나지님 왈....좀 더 비가 왔어야 하는건데......
차마 맞장구치진 않았지만 같은 생각...ㅎㅎ...

 

우리가 넘었던 탱크장이 어디에 있는지 어느 산을 넘었는지 이런건 잘 모르겠고 산 정상에 서니 파주 법원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맑게 갠 하늘 아래 너무도 선명해서 눈이 부셨다.
내려오는 길은 급경사길이었으나 매우 부드럽고 순탄해서 숲을 즐기며 내려올 수 있었다.

 

탱크장 오프로드는 옆으로 숲이 우거지고 계곡을 건너가는 면에서 아침가리와 비슷하긴 하지만 아침가리보단 조금 심심한 듯 하다.
그래도 수도권 가까이에 그런곳이 있어 오프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아주 좋은 장소일 듯 싶었다.

 

내려와 계곡길에서 물살을 가르며 바닥세차를 시키고 송구래미 탱크장에 가 맛난 칼국수와 라면으로 점심을 먹은 후 집으로 향했다.

 

즐거운 모임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보낸 주말이 충분히 즐겁고 행복했다.